▲HPV 유발 암에 대한 새로운 DNA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출처=123RF)

면역세포가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HPV) 관련 머리 및 목 편평상피암의 종양을 제거할 수 있게 만드는 새로운 DNA 백신이 개발됐다. 이 백신의 효능은 항체와 T세포를 종양 세포로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펜실베니아의과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이 DNA 백신은 면역 반응을 자극해 HPV와 관련된 머리 및 목 편평상피암의 종양과 싸울 수 있도록 만든다.

HPV 관련 암과 싸울 수 있는 백신

▲HPV는 성적 접촉을 통해 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다(출처=123RF)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HPV)는 보통 성적 행위로 감염되는 질환이다. HPV에 감염된 사람은 암과 생식기 혹 같은 합병증에 걸릴 수 있다. HPV 감염과 관련된 악성 종양에는 자궁경부암, 인후암, 편도암, 자궁암 등이 있다. HPV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해 유전적 속성을 손상시키면 악성 종양이 발생하고 돌연변이로 이어질 수 있다.

펜실베니아의과대학 연구팀은 면역 세포를 도와 머리와 목에 발생한 HPV 관련 암을 공격하는 DNA 백신을 개발했다. 이 백신은 항체와 T세포를 공격하는 종양의 보호 메커니즘을 파괴하는 작용을 한다.

"우리 연구팀은 이 백신이 HPV와 관련하여 머리와 목에 암이 생긴 환자의 면역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지 알기를 원했으며 기존의 다른 요법보다 반응률이 우수한지도 확인하길 바랐다. 그리고 우리의 연구 결과는 그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이번 연구의 선임저자인 차루 아가왈 박사는 말했다.

연구팀은 HPV16 및 18 특수형을 표적으로 삼는 DNA 면역 요법, 즉 MEDI0457이라는 백신의 안전성 및 내약성, 면역원성을 실험하는 Ib/2상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머리 및 목 편평상피암에 걸린 환자 21명을 모집한 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한 그룹에는 수술 전 DNA 백신 1회분을 처방하고 수술 후 3회 추가 처방했다. 반면, 또 다른 그룹에는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요법을 처치한 후 DNA 백신을 4회 처방했다. 환자들은 백신을 처방 받기 전 종양 조직검사를 받았다.

결과와 부작용

▲백신 테스트 결과, 피험자들의 T 세포 활동성이 증가했다. (출처=123RF)

연구 결과에 따르면, 21명의 환자 중 18명은 T 세포 활동성이 증가했으며 최종 백신 투여 후 최소 3개월 동안 그 활동성이 유지됐다. 이는 요법을 시작한 후 백신의 효과가 최소 6개월 동안 지속됐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또 다른 조직검사를 실시한 후, T세포가 조직의 항원과 반응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반응은 DNA 백신 요법으로 면역세포가 종양에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다.

아가왈 박사는 "백신의 1회 투약만으로 이 같은 현상을 볼 수는 없었다"며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HPV 같이 특정 암을 유발하는 표적 면역요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수술 전 면역 요법을 받은 환자 한 명이 치료 7개월 후 전이성 머리 및 목 편평상피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연구팀은 전이를 해결하기 위해 PD-1억제제인 니볼루맙을 처방했다. 다행히도 환자는 치료에 반응을 보여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떤 질병의 징후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백신을 처방 받은 환자들은 전반적으로 우수한 내약성을 보이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유일하게 주목할 만한 부작용은 백신을 주사한 팔의 통증이었다. 즉, 중증의 반응 또는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의 저자인 로저 코헨 박사는 "백신과 다른 면역 요법을 결합해 새로운 치료의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PD-1 억제제와 새로운 DNA 백신 결합 요법의 효능이 확인되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그램된 세포사멸-1 및 프로그램된 세포사멸 수용체-1

HPV 바이러스 중 16 및 18 특수형은 세포 악성종양과 가장 관련이 있다. 이 특수형으로 촉발된 종양은 프로그램된 세포사멸-1(PD-1) 및 프로그램된 세포사멸 수용체-1(PD-L1) 단백질 조작과 관련이 있다.

존스홉킨스의과대학에 따르면, PD-1 단백질은 면역 세포 표면에서 볼 수 있는 반면, PD-L1 단백질은 종양 세포에 의해 발현된다. 이 두 가지 단백질이 서로 작용하는 경우, 종양은 생물화학적 보호 기능이 생겨 면역 체계의 공격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이 단백질을 발견한 연구팀은 종양 세포의 면역성을 억제하는 PD-1 억제제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억제제만으로 종양세포를 제거할 수 없으며, 오로지 항체와 T세포가 반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뿐이다.

하지만 암과 싸울 수 있는 면역 세포를 강화할 수 있는 면역요법과 종양의 보호 메커니즘을 억제하는 억제제로 구성된 이 치료법은 표준 치료법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메디컬리포트=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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