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 무도병은 진행성 신경변성질환이다(출처=게티이미지)

치명적인 신경변성질환인 헌팅턴 무도병을 진단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만한 도구는 유전 테스트였다. 그러나 이 테스트는 정확한 발병 시점에 관한 세부사항은 제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한 연구팀이 헌팅턴 무도병과 관련된 단백질을 사용해 정확한 발병 시기와 진행 과정을 예측할 방법을 개발해 화제가 되었다. 이번 연구는 독일 헬름홀츠연구소 연구팀이 진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헌팅턴 무도병의 전구물질을 통해 발병 시기와 진행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헌팅턴 무도병의 발병 및 진행 예측

연구팀은 두뇌에서 형성된 특정 입자가 뉴런에 독성으로 작용해 세포의 기능 이상을 유발하고 결국 세포를 죽게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전 연구에서는 이 신경변성질환과 관련된 모든 단일 독성입자를 확인할 수 없었다. 헌팅턴 무도병의 경우 헌팅틴 단백질이 질병의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헌팅턴 무도병과 관련된 독성 입자를 찾기 위해 HTT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상관관계가 있는 대형 단백질의 전구물질을 관찰할 수 있는 초파리와 애벌레, 생쥐 모델을 조사했다. 그리고 군집되어 있는 미세한 단백질 체인으로 구성된 소형 섬유가 헌팅턴 무도형의 대형 단백질의 전구물질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팀은 이 섬유를 미세 헌팅틴 단백질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섬유는 1만 분의1mm 길이로 서로 붙어있는 돌연변이 헌팅틴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연구팀은 이 섬유가 독성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전 형성되기 때문에 전구물질로 간주했다.

연구팀은 테스트 튜브 시스템을 사용해 미세한 HTT 단백질을 형광 단백질과 결합해 추적하기 쉽게 만들었다. 그리고 동물 모델에서 채취한 두뇌 조직에 형광표시 단백질을 결합시켰다. 그 후 채취한 조직에서 표시한 단백질과 HTT 단백질 사슬 간의 상호작용을 관찰했다. 그 결과, 두뇌 조직 샘플의 HTT 단백질 사슬에 형광 표시한 단백질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테스트 튜브 실험은 독성 섬유가 얼마나 빠르게 자라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실험을 마친 후, 섬유가 독성 단백질 사슬을 얼마나 빨리 만드는지 측정할 수 있었는데, 이 방법은 동물 모델에서 헌팅턴 무도병의 심각성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됐다. 섬유의 활동성이 강할수록 동물이 받는 영향은 더욱 커진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헌팅틴 섬유가 실제로 헌팅턴 무도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이번 연구로 알게 됐다. 이전까지는 잘못 접혀진 단백질(misfolded protein)이 헌팅턴 무도병을 촉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에리히 완커 박사는 말했다.

전구물질 분석으로 진단 가능성

완커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헌팅턴 무도병의 진단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간의 유전 검사는 헌팅턴 무도병의 발병과 조기 사망만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 추가적인 데이터는 제시할 수 없었다.

반면, 전구물질 분석으로 헌팅턴 무도병의 발병 시기와 심각성 정도 등을 예측할 수 있다. 구팀은 당분간 새로운 접근법으로 헌팅턴 무도병을 연구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계획이다.

헌팅턴 무도병이란?

미국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헌팅턴 무도병은 진행성 신경장애로 움직임을 통제하지 못하고 정서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사고가 어려워진다. 핵심 증상으로는 안면과 엉덩이, 어깨 등이 비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헌팅턴 무도병은 보통 30~40세 연령대의 성인기에 시작된다. 그리고 발병 후에는 비자발적으로 신체가 움직이고 조정 능력이 악화되며 해로운 정보를 학습할 수 없게 된다.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도 발생한다. 헌팅턴 무도병은 진행될수록 증상이 더욱 심각해져, 음식물을 삼키고 말하고 생각하고 걷는 모든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성인이 되어 헌팅턴 무도병이 발병한 사람은 보통 임상 징후 발현 후 15~20년 정도 더 살 수 있다.

▲임상의들은 증상을 관리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를 제공할 뿐이다(출처=게티이미지)

한편, 헌팅턴 무도병의 가장 드문 형태는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청소년 헌팅턴 무도병이다. 청소년 헌팅턴 무도병의 중상은 성인과 유사하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움직임이 느리다거나 빈번하게 넘어지고 말이 어눌해진다는 것이 있다.

이 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인지기능이 퇴화되기 때문에 학업 성과가 저조하다. 그리고 청소년 헌팅턴 무도병 환자의 30~50%가량은 빈번하게 발작을 일으킨다. 성인 헌팅턴 무도병과 달리, 청소년 헌팅턴 무도병의 진행 속도는 빨라서 수명이 단축된다. 청소년 헌팅턴 무도병에 걸린 어린이는 증상이 발현된 후 10~15년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헌팅턴 무도병의 치료

현재까지 이 신경변성질환에 대한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임상의들은 증상을 관리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정도의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을 뿐이다. 환자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치료제와 비자발적인 움직임을 관리할 수 있는 치료제, 재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메디컬리포트=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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