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로운 데이터 활용해 오피오이드 과잉처방 집중단속
등록일 2019년 01월 07일 목요일
수정일 2017년 11월 30일 목요일
▲출처=셔터스톡

미국에서 전염병처럼 퍼지는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opioid) 남용을 막기 위해 미 연방정부가 처방약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오피오이드가 포함된 진통제를 과잉 처방한 의사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오피오이드는 아편류에 속하는 강력한 중독성을 지닌 합성 진통제로,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약의 처방이 너무나 쉽고 많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기존 진통제가 효과 없다는 수술 환자의 진술만으로도 처방이 가능한 탓에 오피오이드는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합법적인 마약성 진통제라는 입소문이 퍼졌다. 그 결과 수많은 미국인들이 중독상태에 빠지는 등 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오피오이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처방약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데이터베이스에는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번호, 검시관 기록 등 중요한 통계자료가 담겨있다. 법무부는 오피오이드 중독 상황이 가장 심각한 12개 지역의 검찰로 구성된 오피오이드사기및남용방지팀에 이 데이터베이스를 넘겼다. 이에 따라 12개 지역의 검찰은 처방약 데이터베이스에 담긴 오피오이드 진통제를 가장 많이 처방한 의사 이름, 해당 의사에게 오피오이드 진통제를 처방 받기 위해 환자가 이동한 거리, 오피오이드 처방을 받은 후 60일 이내에 사망한 환자의 수 등의 정보를 근거로 해당 지역에서 오피오이드를 가장 많이 처방하는 의사들을 집중 단속 및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일례로 피츠버그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안제이 질케가 기소됐다. 질케에게 처방전을 받은 환자는 옥시코돈(oxycodone)과 기타 오피오이드 약물에 대한 의존성이 심화돼 결국 약물 과다복용으로 목숨을 잃었다. 질케가 개업한 앨러게니 카운티(Allegheny County)는 2017년 약물 과다복용에 따른 사망자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을 정도로 오피오이드 중독 피해가 심각한 지역이다. 기소장에는 질케의 처방전을 받기 위해 멀리 버지니아주와 오하이오주에서도 환자들이 그의 병원을 찾아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질케는 자신이 오피오이드 진통제 처방을 줄인 후 그를 찾는 환자 수가 크게 줄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처방약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연방정부는 손님으로 위장하고 병원을 방문하거나 정보원의 말에 의존하는 등 옛날 탐정들이 쓰는 구식 방법까지 동원했다고 숀 브로코스 미국연방수사국(FBI) 피츠버그 감독특수요원이 밝혔다. 브로코스는 당국이 다량의 오피오이드를 처방하는 의사뿐만 아니라 부당하게 높은 진찰료를 받고 약을 처방하는 치과의사, 정신과의사, 부인과의사 등 다른 전문의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피오이드는 기존 마약류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미국 사회에 스며들어 오피오이드 중독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오피오이드는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이 합법적으로 제조 및 유통하며, 모르핀을 포함해 옥시코돈, 하이드로코돈, 펜타닐, 메타돈 등 여러 가지 상표명으로 광범위하게 판매된다.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차관은 약물을 제조하는 제약사를 포함해 오피오이드와 관련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추적해 엄중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6년 이후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약물 남용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는 6만4,000명이 넘는다.

원래 오피오이드 약물은 말기 암 환자나 큰 수술을 받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진통제였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거대 제약사 퍼듀파머(Purdue Pharmaceuticals)가 정부에 강력한 로비를 펼치면서 미 식품의약국(FDA)이 퍼듀파머의 마약성 진통제 옥시콘틴(Oxycontin) 시판을 승인하면서 현재의 오피오이드 위기가 촉발됐다. 퍼듀파머는 1996년 옥시콘틴 출시 당시, 옥시콘틴이 체내에서 서서히 녹아 장시간 진통효과가 지속되며 오피오이드계 진통제를 복용하면 환자들이 고통을 참을 필요가 없고 중독 위험도 낮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불과 20여년 만에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약물 남용으로 인한 중독과 사망자 숫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999년 이후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미국인의 수는 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6년에는 약물 과용 사망자 수가 전년대비 13%나 늘었다.

미국 정부는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오피오이드 통제에 나섰다. 2017년 10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피오이드 남용에 대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21세기판 '아편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와 대처는 기대보다 미흡하며, 오피오이드 중독을 막기에 역부족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오피오이드의 급속한 확산에 놀란 미국 정부는 2017년 3월 행정명령을 통해 백악관에 오피오이드 위원회를 설치했고, 이 위원회는 실태 조사를 거쳐 7월 오피오이드 중독에 대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촉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보다 단계가 낮은 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여론이 들썩였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치료방법 개선을 위한 긴급자금 지원이 가능하지만 공중보건비상사태 선포로는 연방정부의 추가 자금 지원을 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김선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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