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겨울철. 추위를 피해 따뜻한 방구석에 엉덩이 붙이고 보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 이렇게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살이 찌는 건 당연지사. 활동량이 줄면서 과잉 에너지가 우리 몸에 고스란히 쌓이기 때문이다. 이것 말고도 앉아 있으면 살이 찌는 또 다른 이유가 밝혀졌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은 대개 일정한 체중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마치 몸속에 체중을 감지하는 저울이 내재되어 있어서 체지방과 몸무게를 조절하는 듯하다. 스웨덴 연구팀이 우리 몸속에 이러한 체중계가 있다는 가정 하에 오래 앉아 있으면 살이 찌는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University of Gothenburg)의 신경과학과 교수인 존-올로우 얀손은 우리 몸이 늘 일정하게 유지해야 할 체중이 하체에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체중이 늘면 뇌가 음식 섭취를 줄이라는 신호를 받아 몸이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얀손 교수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비만 쥐의 복부에 두 가지 종류의 캡슐을 이식한 뒤 쥐의 몸무게 변화 양상을 관찰했다. 실험 쥐의 절반에 쥐 몸무게의 15%에 해당하는 무거운 캡슐을 이식했고, 나머지 쥐 절반에는 속이 텅 빈 캡슐을 이식했다.

2주가 지난 후 쥐의 몸무게를 측정한 결과, 실험군과 대조군 쥐의 몸무게가 거의 같았다. 이는 이식된 캡슐의 무게를 포함한 결과로, 두 집단의 몸무게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은 무거운 캡슐을 이식한 쥐의 몸무게가 실질적으로 감소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무거운 캡슐을 이식한 쥐 집단의 체지방이 80% 가량 빠진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추가 실험 실시와 더불어 쥐를 부검한 결과 무거운 캡슐을 이식한 쥐가 빈 캡슐을 이식한 쥐에 비해 백색 지방세포가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은 백색 지방세포와 갈색 지방세포를 가지고 있는데, 백색 지방세포는 주로 잉여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에너지를 축적해 비만을 유발한다고 생각하는 지방이 바로 백색 지방으로 배, 허벅지, 팔뚝 등에 있다. 반면 갈색 지방세포는 저장된 에너지를 연소시켜 열을 방출하고 체지방을 줄여준다. 건강에 이로운 이 지방은 주로 쇄골과 척추 주위에 분포한다. 갈색 지방세포는 신생아나 어린이에게서 많이 발견되며 성인에게는 소량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무거운 캡슐을 이식한 쥐에서 에너지 소모량이 늘거나 갈색 지방세포가 증가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무거운 캡슐을 이식한 쥐는 단지 먹이를 덜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실험에서 연구팀이 빈 캡슐을 이식한 쥐에게 무거운 캡슐을 이식한 쥐와 동일한 양의 적은 먹이를 주었더니 빈 캡슐을 이식한 쥐 역시 그만큼 몸무게가 빠지는 것이 확인됐다.

이식했던 캡슐을 제거하자 쥐의 몸무게와 체지방이 다시 증가했지만 골격근량은 늘지 않았다. 이는 쥐의 체내 몸무게 센서가 양방향으로 기능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연구 논문은 미국 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 회보에 실렸다.

연구팀은 체내 몸무게 센서의 근원을 파악하고자 추가 실험을 실시했다.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과 갈색 지방세포의 영향은 배제했다. 그 결과, 골세포(osteocyte)가 체내 몸무게 센서 작동의 핵심임을 밝혀냈다. 다만 연구팀은 정확한 작동 기전은 파악하지 못했다. 골세포는 골기질에 매입된 골아세포로 골조직의 기본세포다.

예테보리대학 뼈관절염연구센터의 클라스 올슨 연구원은 앉아 있을 때 우리 몸속의 체중계가 우리의 몸무게를 실제보다 적게 측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부정확한 측정에 기반하여 일정한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뇌가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하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결국 몸무게가 증가한다는 것. 이어 올슨 연구원은 너무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 체중 증가뿐만 아니라 당뇨병과 심장혈관 질환 발병 및 조기 사망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얀손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에 힘입어 앞으로 비만 연구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만의 원인에 대해 새로운 지식이 제공되면서 비만 예방 및 치료 연구에 새 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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