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약값 1,400% 폭등…'바가지요금' 논란
등록일 2019년 01월 07일 화요일
수정일 2017년 11월 28일 화요일
▲출처=팩셀스

일부 제약회사들이 환자의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항암제 가격을 터무니 없이 올려 환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하는 한편 '약값 폭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3년부터 근 5년 동안 뇌종양과 호지킨림프종 치료제인 로무스틴(lomustine) 가격이 무려 1,400% 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로무스틴을 유통 판매하는 미국 마이애미 소재 신생기업 넥스트소스 바이오테크놀로지(NextSource Biotechnology, 이하 '넥스트소스')는 2013년 브리스톨-마이어 스큅(Bristol-Myer Squibb)으로부터 로무스틴 특허권을 매입한 이후 현재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가격을 약 1,400% 인상했다.

당시 씨앤유(CeeNU)라는 브랜드명으로 최고 복용량 기준 50달러에 팔리던 로무스틴의 현재 판매가격은 캡슐 하나당 768달러에 달한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1월 넥스트소스가 브랜드명을 글레오스틴(Gleostine)으로 바꾸면서 가격을 12% 인상했다. 11월 가격 조정 이전에도 불과 3개월 전인 8월에 로무스틴 가격을 20% 올린 바 있다. 하지만 넥스트소스의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디크리시는 약품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과 회사가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기반으로 약값을 인상했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듀크대학교 의과대학의 신경외과 교수인 헨리 프리드먼은 넥스트소스의 가격 인상에 대해 '바가지 씌우기'(price-gouging)라는 표현을 쓰며 혹평했다. 프리드먼은 로무스틴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기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더 이상 약을 살 수 없게 됐으며, 약값을 구하기 위해 부채까지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로무스틴은 특허가 만료됐지만 경쟁 상품인 복제약(제네릭, generic)이 나오지 않아 넥스트소스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통상 특허가 풀리면 여러 제약사에서 복제약을 만들어 경쟁이 붙으면서 약의 가격이 낮아지긴 마련인데, 다른 제약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복제약 제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넥스트소스 CEO는 로무스틴 가격 인상이 정당하다고 밝힌 자리에서 자사는 빈곤층 환자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고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가 인용 보도했다.

최근 가격 인상 후 듀크대학 병원의 한 뇌종양 환자는 로무스틴 복용에 따른 환자부담금이 한 달에 2,800달러가 들어갈 것을 계산한 다음, 약물 복용을 중단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감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미국 온라인 뉴스사이트 '뉴서'(Newser)가 전했다.

미국에선 로무스틴처럼 특허가 풀렸지만 복제약이 생산되지 않는 치료제가 300종이 넘는다. 이에 따라 미 식품의약국(FDA)은 경쟁 체제를 구축해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신속심사 등 복제약 생산을 장려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원칙은 제약업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해당 치료제 시장이 충분히 크지 않다는 이유로 제약업체들이 복제약 개발을 꺼리고 있는 것. 그렇다 보니 이 약을 혼자만 판매하는 제약사가 시장을 독점하게 되는데, 독점 시장의 특징은 공급자가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다는 것.

한편 2017년 초반 국제적인 항암치료 학술지인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실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복제약이 시판되어도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은 계속 급등한다. 특허를 받은 주사용 메디케어 파트B 의약품 24종의 가격은 지난 8년 동안 연 평균 18% 가량 올랐다. 대개는 인플레이션이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다.

환자들 가운데 연이은 약값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이들은 아무래도 암 투병 환자들이다. 가뜩이나 힘겨운 항암 치료로 고생하는 암환자들이 약값 부담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 또 다른 뇌종양 치료제인 알센사(Alcensa)를 1년 간 복용하려면 거의 16만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 하지만 이는 스위스계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의 혈액암 치료제 킴리아(Kymriah)에 비해서는 겨우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환자의 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을 퇴치하는 효과가 있는 킴리아 복용에는 환자당 연간 47만5,000달러가 필요하다.

길리드사이언스(Gilead Sciences)의 혈액암 치료제인 예스카타(Yescarta)도 연간 37만3,000달러가 든다. 높은 가격 부담 때문에 민간 보험사, 메디케이드, 메디케어의 보험료 지급이 지연되면서 이 획기적인 치료제의 공급 또한 지연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015년에는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튜링제약(Turing Pharmaceutical) CEO 마틴 쉬크렐리가 에이즈 치료제 등으로 60여년 간 사용돼온 '다라프림'(Daraprim)의 특허권을 매입한 뒤 한 알에 13.50달러이던 약값을 750달러로 5,000% 이상 폭등시켜 환자와 가족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사회적으로도 지탄을 받은 바 있다. 다라프림은 임산부와 면역결핍증(AIDS) 환자 및 말라리아 환자처럼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생충 감염 치료제다.

같은 해, 캐나다 제약업체인 발리언트(Valeant Pharmaceuticals) 역시 소규모 제약사를 합병한 이후 약물의 가격을 크게 올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발리언트는 심장약으로 사용되는 이수프렐(Isuprel)과 니트로프레스(Nitopress)의 판권을 획득한 뒤 약값을 각각 525%, 212% 인상했다. 이처럼 약값을 폭등시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전해진다.

로무스틴은 뇌종양과 호지킨 림프종을 비롯한 몇 가지 악성 종양의 치료에 단독 또는 다른 항종양제와 병용하여 경구 투여되는 알킬화제 계열의 약물이다. 로무스틴은 인체 내에서 암세포의 성장을 지연 혹을 중단시키는 작용을 한다.

로무스틴은 경구 복용을 위해 캡슐 형태로 출시되며, 보통 6주마다 한번씩 복용한다. 반드시 의사가 처방한대로 복용해야 하며, 용량을 가감하거나 더 자주 복용할 경우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로무스틴을 복용한 후에는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혹시라도 혈구가 영향을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로무스틴은 골수 내 혈구 수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혈구 감소는 특정 증상을 유발하고 심한 감염이나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만일 발열, 오한, 인후염, 출혈, 멍, 울혈, 극도의 피로감, 또는 기타 감염의 징후가 나타날 경우 즉시 담당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또한 수유기 여성은 로무스틴을 복용한 후 최소 2주 동안은 모유수유를 해선 안 된다.

만일 로무스틴 캡슐의 성분 중 알레르기를 일으킬 만한 성분이 있으면 담당의사에게 미리 말해야한다. 복용 후 발진, 두드러기, 가려움, 숨가쁨, 기침, 천명, 입술·얼굴·혀·목이 붓거나 다른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사에게 연락해야 한다. 비타민, 미네랄, 처방약, 비처방약 또는 기타 식품 보조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도 의사와 약사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변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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