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플리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눈비로 길이 미끄럽고 추위로 인해 몸이 둔해지면서 낙상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뼈가 약한 노인들은 작은 충격에도 심각한 골절이 생길 수 있어 더 위험하다. 노인들의 낙상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무엇보다 사전 예방이 최선이다. 이 때문에 특히 겨울철에는 '뼈 건강 지킴이' 칼슘과 비타민D를 잘 챙겨먹으라는 의사들의 조언을 여기저기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겨울철에는 일조량 자체가 급격히 감소하는 데다 추위 탓에 야외활동마저 여의치 않아 비타민D 부족 증상이 나타나기 쉬우니 잊지말고 보충제를 챙겨먹으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비타민D와 칼슘 보충제를 아무리 잘 챙겨먹어도 노년층의 골절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메타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비타민D와 칼슘 보충제를 꾸준히 사서 복용해 온 노인들은 돈 낭비만 한 것일까?

미국 연방 보건부 자문기구인 USPTF(US Preventive Task Force)는 2013년 칼슘과 비타민D 보충제가 골절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골다골증이나 비타민D 결핍이 없는 고령자들에게 보충제 복용을 권고할 근거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에 중국에서 이를 지지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톈진병원의 지아궈 자오는 50세 이상 성인 5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33건의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를 분석했다. 이 임상시험에서는 칼슘을 섭취한 집단, 비타민D를 섭취한 집단, 칼슘과 비타민D를 모두 섭취한 집단, 칼슘과 비타민D 대신 위약을 섭취한 집단, 그리고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은 집단을 서로 비교했다. 임상시험의 대상은 요양원이나 병원, 또는 이와 유사한 시설이 아닌 지역 사회, 즉, 가정 집에서 거주하는 노년층이었으며, 임상시험은 대부분 미국, 영국, 뉴질랜드, 호주에서 실시됐다.

자오는 이러한 임상시험 결과를 분석한 후 비타민D와 칼슘 보충제를 복용하는 고령자들이 이 같은 보충제를 복용하지 않는 고령자들에 비해 골반이나 기타 다른 부위 골절 위험이 더 낮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오는 칼슘과 비타민D가 뼈 건강을 위해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햇빛을 충분히 쐬고 충분한 운동을 하는 등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개선 하는 것이 이 같은 보충제 섭취보다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칼슘은 우유, 치즈, 요구르트 등 유제품과 잎이 많은 채소를 통해 섭취할 수 있다. 비타민D가 함유된 음식은 정어리, 연어, 송어, 참치, 장어 등 지방이 풍부한 생선류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처럼 지방이 많은 생선을 제외하곤 비타민D가 함유된 식품이 거의 없다.

USPTF가 성명을 발표할 때,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의 식품과학 및 영양학과 명예교수인 매리언 네슬레는 "의사들은 건강한 사람들에게 칼슘과 비타민D 보충제 섭취를 권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인용 보도했다. 네슬레 교수는 뼈 건강은 건강한 식이요법, 체중 부하 운동, 과도하지 않은 음주, 금연 등 식습관 및 신체활동과 많은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부를 햇빛에 노출시키면 자연적으로 체내에 생성되는 비타민D는 성장, 뼈와 치아의 건강, 면역력을 비롯한 우리 몸의 전반적인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타민D는 칼슘의 흡수를 높여 뼈를 튼튼하게 하고 근력 발달을 돕는다. 하지만 현대인은 주로 실내생활을 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등의 생활습관을 갖고 있어 비타민D가 부족해지기 쉽다. 비타민D가 결핍되면 근골격계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의 정상적 기능에 문제를 일으켜, 암, 심장병, 당뇨병, 다발성 경화증, 인지 능력 감소 등 만성질환과 생명에 위협을 주는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자오의 연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형외과의사 다니엘 스미스 박사는 비타민D와 칼슘 보충제가 노년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자오의 주장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고관절이 골절되면 엄청난 치료비로 큰 재앙이 생길 수 있음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스미스 박사는 고관절이 골절되는 경우가 흔치 않더라도, 고위험군에서 칼슘과 비타민D 보충제의 잠재적 골절 예방 효과는 보충제 복용과 관련된 작은 위험에 비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머해리-밴더빌트 얼라이언스(Meharry-Vanderbilt Alliance)의 콘수엘로 윌킨스 박사는 오랜 세월 동안 칼슘과 비타민D의 섭취가 권장되어 왔다며, 그 이유는 통상 뼈 건강을 챙기기 위한 것이지 골절 예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노인들만큼 뼈가 약한 것이 바로 중장년층 여성이다. 윌킨스 박사는 여성은 40세가 되면 골밀도가 낮아지기 시작해 폐경 이후에는 골밀도는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골밀도가 낮아진 노년층 여성이 넘어질 경우 골절 확률이 높다며, 골밀도가 낮아지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 지를 강조했다. 보통 사람들은 단순 염좌나 타박상 정도로 그칠 가벼운 낙상도 뼈가 약한 사람들은 손목, 척추, 고관절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윌킨스 박사는 50세 이상 여성 가운데 약 50%가 골다공증 때문에 골절을 겪는다고 언급했다. 골다공증은 칼슘이나 비타민D, 여성호르몬과 같은 약물을 투여해 골 흡수를 막거나 뼈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한 마디로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칼슘과 비타민D 보충제 섭취가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윌킨스 박사는 자오의 연구에서 인종에 따른 분류가 없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어두운 색의 피부가 흰 피부에 비해 태양에 노출시 비타민D 합성이 적게 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 윌킨스 박사는 피부의 멜라닌 색소에 따라 비타민D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똑같은 조건에서 햇빛을 쬐어도 체내에서 비타민D가 적게 합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들은 비타민D 수치가 낮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데 자오의 연구에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우리 몸 속 칼슘의 99%는 뼈와 치아에 축적돼 있다. 미 국립골다공증재단(National Osteoporosis Foundation)은 50세 이하 여성과 70세 이하 남성에게 매일 1,000mg의 칼슘 섭취를 권장한다. 50세가 넘는 여성과 70세가 넘는 남성들의 일일 칼슘 섭취 권장량은 1,200밀리그램이다. 지난 2010년부터 미 국립의학원(Institute of Medicine)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매일 비타민D 600 IU와 칼슘 1,000mg 섭취로 권장량을 상향 조정했다.

식이 보조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를 대표하는 천연물협회(NPA, Natural Products Association)는 예상대로 자오의 연구 결과를 반기지 않았다. 다니엘 패브리컨트 NPA 회장은 "이 연구는 너무 광범위하다"고 지적하며, 자오의 연구가 병원이나 요양소가 아닌 자기 집에서 살 수 있는 노년층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전에 골절을 겪었거나 골다공증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비타민D 복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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