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영국서 '살을 파먹는 박테리아' 창궐…과학자들 속수무책
등록일 2017년 11월 27일 월요일
수정일 2017년 11월 27일 월요일
▲ 출처=플리커

최근 일본과 영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일명 '살을 파먹는 박테리아'(flesh-eating disease)라고 불리는 괴사성근막염(necrotizing fasciitis)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속수무책인 과학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 국립전염병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는 연쇄상구균 충격증후군(streptococcal shock syndrome)으로 입원 중인 환자가 총 525명이다. 2013년 203명이었던 환자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데일리스타'(Daily Star)는 보도했다. 또한 영국에서는 2016년 4월 1일부터 지금까지 살을 파먹는 박테리아 피해 사례가 총 132건 보고 됐으며, 런던 및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연쇄상구균 감염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괴사성근막염은 발병률이 낮은 편이지만, 만약 걸리게 되면 환자 4명 중 1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성이 크다. 근육 주변의 살이 썩어서 죽어가는 감염성 질환으로, 피하의 연조직에서 시작해 근막(fascia)을 따라 퍼진다. 살을 파먹는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피부가 붉게 부어 오르며 통증을 보이는 것으로 시작해 3~5일 이후에는 피부가 짓무르며 괴저(몸의 일부가 손상되거나 혈액 순환이 마비돼 괴사됨) 증상을 보인다.

괴사성근막염은 보통 팔, 다리, 복벽에 많이 나타나며 환자 중 30~40%가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 용혈성 연쇄상구균(Streptococcus pyogenes)은 A군 연쇄상구균(group A streptococci)의 일종이다. A군 연쇄상구균은 아주 흔한 박테리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으며, 감염되어도 경미한 인후염이나 피부 감염 등을 앓거나 전혀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피부, 지방, 근육과 같은 신체조직을 파괴하는 독소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아주 드문 경우이긴 해도 피부를 공격해 독성충격증후군(toxic shock syndrome)과 괴사성근막염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

일본에서 살 파먹는 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의 수는 525명으로, 이는 1999년 공식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 수준이다. 환자들 대부분은 30세 이상이고, 특히 고령자가 많다.

동경여자의과대학교(Tokyo Women's Medical University)의 전염병 전문 교수인 키쿠치 켄은 연쇄구균독성쇼크증후군(STSS, Streptococcal Toxic Shock Syndrome)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A군 연쇄상구균 이외의 박테리아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TSS에 감염됐다는 신호는 대개 발에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키쿠치 교수는 노인의 경우 특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발에 부종이 발생하면 즉시 의사 진찰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런던보건과학센터(London Health Sciences Centre)의 전염병 전문의 마이클 실버먼 박사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피부 밑 조직이 손상되어 괴사한다고 설명했다. 실버먼 박사는 괴사성근막염은 발병 여부를 인식하기가 상당히 어렵지만 조기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괴사성근막염에 걸리면 근육과 피부 조직이 매우 빠른 시간 안에 파괴되기 때문에 징후가 보이는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입원 치료를 원칙으로 하며, 외과적인 수술을 통해 괴사된 조직을 제거하는 동시에 항생제 투여를 병행한다. 항생제를 사용하면 괴사가 온몸에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근육을 둘러싼 조직에서 괴사가 일어난 경우 몇 시간 내에 여러 장기의 기능 이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핵심 징후는 베이거나 긁힌 상처를 중심으로 극심한 통증이 온다는 것. 실버먼 박사는 종이에 살짝 베고 나서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 또는 팔 전체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느껴진다면 괴사성근막염일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A군 연쇄상구균 박테리아는 보통 베인 상처, 찢긴 상처, 찰과상, 벌레에 물린 상처, 천자(puncture) 상처 등 피부막이 파괴된 틈을 통해 우리 몸에 침투한다. CDC는 미국에서 2010년 이후 보고된 살 파먹는 박테리아의 피해 사례가 연간 600~1200건에 불과하다고 밝히면서도 실제 수치보다 적게 집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괴사성근막염의 병원체로는 연쇄상구균 뿐만 아니라 클렙시엘라(Klebsiella), 클로스트리듐(Clostridium), 대장균(E.coli),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등의 박테리아가 있으며, 서로 다른 박테리아가 함께 작용하여 괴사성근막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12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 젊은 여성이 '짚라인'이라는 레저 활동을 즐기다 줄이 끊어져 강물에 빠지면서 왼쪽 다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당시 물속에서 아에로모나스 하이드로필라(Aeromonas hydrophila)라는 박테리아에 감염된 이 여성은 신장기능 마비와 혈액순환 장애 증상에 이어 근육과 주변 조직이 계속 썩어 들어가면서 괴사성근막염 진단을 받아 결국 복부에 번진 환부를 도려내고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당뇨병이나 암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면역체계가 약해서 괴사성근막염에 걸릴 위험이 높다. 반면 면역체계가 튼튼한 사람들은 몸에 상처가 났을 때 위생적으로 잘 관리만하면 괴사성근막염이 생길 위험이 매우 낮다. 괴사성근막염은 전염성이 높은 편은 아니며 사람 사이에 전염되는 경우도 흔치 않다.

박테리아 감염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보다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몸에 상처가 생겼을 경우, 수영장, 강, 바다 등에서 수영을 삼가하고 욕조 속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일도 피해야 한다. 상처가 잘 아물 때까지 마른 붕대나 밴드를 잘 덮어 세균 침투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김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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