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스트레스', 현명하게 대처하기
등록일 2017년 11월 24일 금요일
수정일 2017년 11월 24일 금요일
▲ 출처=플리커

부모님 집에서 같이 살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른이 됐다는 이유로 분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분가를 하지 않고 계속 부모님 집에 살면 마치 자신이 퇴행해 다시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애가 될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사는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일이다. 이사는 성숙한 어른이라면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통과의례처럼 여겨진다. 심리학자 메레디스 풀러는 이사하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놓아버려야 하는 상실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임대계약이 끝날 때마다 자주 거처를 옮겨야 하는 사람들은 이미 읽은 소장용 책이나 잡지를 아예 풀지 않는 전략을 쓴다. 다시 이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증상 가운데 하나는 수도 · 가스 · 전기 공급을 끊고 재연결 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주 이사하는 사람들은 이삿짐을 어떻게 싸야 좋을지 요령을 터득하고 있다. 화장실 휴지, 포장용 테이프, 커터, 휴대폰 충전기, 주머니칼, 물병, 마이크로화이버 천 등 이삿짐 싸기와 옮기기에 없어선 안 될 물품들은 바로 손에 닿을 수 있는 곳에 구비해둔다.

이들은 친구들에게 술 한 잔 또는 피자 한 판 사주겠다고 약속한 뒤 이삿짐 포장과 운반 등을 부탁하기도 하고 때론 이사를 도와주지 않으면 일급비밀을 폭로해 버리겠다고 협박해서 친구들을 이사에 동원하기도 한다.

이사 후에는 뭔가 우울한 기분을 경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던 집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이제부터 살게 될 새 집에 대해 별로 정 붙일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 이사의 달인은 주거지를 옮기면서 울적한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이사는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희망 찬 기회라고 말한다.

한편 BBC는 이사할 때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퍼피스쿨(Puppy School)의 설립자인 그웬 베일리는 반려견들은 주인이 이사할 때 받는 스트레스를 알아차린다고 말한다. 베일리는 새로 이사한 집이 정리가 될 때까지 몇 주 동안 반려동물을 친척에게 맡기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주인은 짐을 싸고 푸느라 정신이 없고, 사람들은 들락날락하는데다 여기저기 짐이 널려있는 등, 이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반려동물들에게 이사는 굉장히 큰 스트레스일 수 밖에 없다.

베일리는 이사 전과 후의 어지럽고 산만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반려견들을 좀 더 배려할 것을 당부했다. 개는 자기 영역을 중요시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환경이 바뀌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갑자기 공격적이 되거나 아무 물건이나 물어뜯거나 겁을 집어먹을 수도 있다. 베일리는 새 집이 말끔히 정리되기 전이라도 반려동물의 잠자리를 먼저 만들어주고 물 그릇을 잘 챙겨서 반려동물이 규칙적인 일과를 만들면서 새 집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활 속에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 1위로 이사를 꼽은 사람들이 전체의 3분의 2에 달했다. 이사는 이별, 이혼, 새로운 직장 출근과 비교해서도 더 많은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앵자이어티UK(Anxiety UK)의 니키 리드베터 대표는 이사는 새로운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리드베터는 이사라는 경험은 삶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이사는 변화 및 생소함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한다. 사람들은 보통 익숙함과 일상의 반복, 정돈된 상태 등을 선호하는데 이사로 인해 한 순간 이 모든 걸 잃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사는 삶 전반에 걸쳐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이사는 단지 거처를 옮기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을 새로운 학교로 전학시켜야 하고, 새로운 출근 루트를 익혀야 하고, 병원과 주치의도 새로 물색하는 등 바뀌는 것이 하나 둘이 아니라고 리드베터는 말한다.

따라서 이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극히 정상적이며, 내가 나약해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반응이다. 이사 후 어수선한 집안 풍경, 적응되지 않는 새로운 환경, 불확실성 등은 우울증, 불안증, 강박장애 등 정신건강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영국 센트럴랭커셔대학교(University of Central Lancashire)의 수석 심리학 강사인 샌디 만 박사는 이사는 너무 많은 일을 겪어 어쩔 줄 모르게 되는 압도적인 경험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사에 대해 엄청난 대변동이라고 언급하며, 익숙함과 일상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이사는 수많은 불확실성과 혼돈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리드베터는 이사를 마음으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신에게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주라고 조언한다. 이사하는 동안에 일을 쉬고 다른 누군가가 애들을 돌보도록 하면 해야할 일이 그만큼 줄면서 이사가 좀 더 수월해 질 수도 있다. 또한 그는 이사 과정의 어려움만 보지 말고 변화를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면에 더 집중하라고 말한다.

한편 만 박사는 이사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이사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더 큰 집으로' 또는 '더 아름다운 동네로 이사간다' 등 이사하는 이유를 염두에 두라는 것. 또한 이사를 앞둔 사람들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제대로 잘 먹는 등 몸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사를 잘 견뎌낼 몸과 마음의 준비를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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