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위키미디어 커먼즈

최근 학계의 인문사회분야 연구는 다양한 관점을 가진 주변 집단을 중심으로 수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페미니즘, 아프리카 연구, 라틴 아메리카 연구, 아메리카 원주민 연구, 성소수자 연구 등과 같은 여러 사회 이론 집단이 해당된다. 이 분야들은 애초에 백인 중심 연구에서 시작되었으나 현재는 주변 집단 스스로 연구와 발전을 추구하고 있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소외된 계층이 목소리를 높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이러한 분야에 비추어 볼 때, 심리학은 연구 대상 집단의 관점이 분석 과정에 전혀 고려되고 있지 못한 한계에 봉착해있다. 이 같은 상황이 무척이나 해로운 영향을 주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정신질환자가 겪는 매우 일반적이고 광범위한 고통을 들 수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산타바바라 캠퍼스에서 정신건강학을 가르치는 휴 쿡 교수는 심리학 분야 연구와 관련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왜 정신질환 연구에 정신질환자들의 독특하고 가치 있는 관점을 활용하지 않는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정신의학과 관련하여 국가 정책과 학술기관 학자들이 수행하는 연구에만 귀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문화내부적 관점, 즉 정신질환자의 시각은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쿡 교수는 "현 정책에 따르면 개인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험하다고 평가될 경우,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다. 란터만-페트리스-쇼트(Lanterman-Petris-Short Act)법에 따라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정신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강제 격리 및 입원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하며 "불필요한 격리와 감금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입원 과정에서 외상 및 유해한 사건을 경험한다. 대체적인 치료법으로 환자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며, 불필요한 입원을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쿡 교수는 "환자의 자율적인 의사 결정권이 수용될 때 치료가 가장 성공적이라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은 학계와 현장에서 무시되고 있다. 정신건강 분야에서 장애인이나 정신질환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심리학은 연구하고 진단하는 현상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거의 전무한 '외부인'이 독식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 심리학은 비평가 집단의 지식을 통째로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쿡 교수의 관찰 결과는 심리학 연구 분야에서 가능한 기회를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아있음을 시사한다. 현대인들은 과거 수십 년 전보다 인종, 성별, 결혼 여부, 출생지, 사회계층에 관해 열린 대화를 하고 있으며 이는 더 효과적이고 가치 있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진보주의는 과거의 한계를 뛰어넘고 지속적으로 비평적 태도를 취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다양한 분야의 면밀한 조사를 통해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을 찾아내는 태도를 기반으로 한다. 현재 정신질환 연구의 한계는 일관성 없는 데이터와 정보에 의존한다는 점에 있다. 쿡 교수는 바로 이러한 심리학 연구의 진실성과 정확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카네기멜론 대학의 연구원인 찰스 케슬러는 지난 20년간 정신건강 치료 분야에서 탈시설화가 아닌 입원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케슬러 박사는 강제 입원을 한 정신질환자와 대체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 대한 10건의 포괄적인 연구를 검토했다. 그의 결론에 따르면, 대체 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훨씬 좋은 예후를 보였다.

대체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통계적으로 학교를 마칠 확률이 높았고, 심리적으로도 안정적이었으며 직장을 구할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평균적으로 볼 때 이후 독립적인 생활을 꾸려나가는 경우도 더 많았다. 케슬러 박사는 "입원 환자는 대체 치료를 받는 환자보다 병원에 재입원할 가능성이 더 크다. 탈시설화의 필요성은 매우 명백해 보인다"라고 결론지었다.

'자기 관리(Self-care)'는 정신질환자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지는 권리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시인이자 페미니스트인 오드리 로드는 "자신을 돌보는 것은 자기 방종이 아니며, 자기보호이자 정치적 투쟁의 행위"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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