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셔터스톡

실패의 쓴맛을 본 성인이야말로 아기에게 '인내심'을 가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9월 21일자 사이언스 지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에게 '성인이 애써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하는 일이 잠재적인 학습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연구진은 어린 아이가 열심히 일하는 어른을 보고 그대로 모방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과학전문 사이트인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는 갓 돌이 지난 아기들도 성인을 보며 학습한다고 보도했다.

아기도 시련을 통해 성장한다

연구진은 아기들에게 음악이 흘러나오는 장난감 상자를 주고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이 시작되기 직전, 아기들은 몇 초간 특정 작업을 하는 성인을 관찰해야 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카라비너에서 키 체인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흥미롭게도, 약간의 어려움 끝에 임무를 수행한 성인을 목격한 아기는 이를 보지 못한 아기보다 더 열심히 과제를 수행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관련 연구는 인내심이 높은 학령기 아동일수록 학교에서의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인내심이 초기 유아기에 어떤 과정을 통해 개발되었는지를 보여줬다. 이전 연구 대부분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은 지능이 '가변적'이라고 믿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지능이 '고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또래들보다 더 높은 학업 성취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어린 아기들이 '열심히 노력해야 할 시기'와 '어떤 노력이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지'를 어떻게 학습하는지 밝혀내고자 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아기는 단지 몇 가지 사례만 가지고도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사실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어떤 노력이 실제로 가치가 있을 때' 아기들이 적은 정보로도 빠르게 학습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연구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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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이 학습하는 방법

연구진은 실험을 위해 태어난 지 13개월에서 18개월 사이의 어린 아기 260명을 모집했다. 아기들은 세 가지 종류의 그룹으로 분류됐다. 3분의 1은 성인이 노력해서 성공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또 다른 3분의 1은 쉽게 일을 끝내는 장면을, 나머지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성인의 모습을 바라봤다.

첫 번째 그룹에서, 성인은 30초 동안 병 뚜껑을 열거나 카라비너에서 키 체인을 제거하는 행동을 한다. 성인이 성공하면 그는 아기와 눈을 마주치며 말한다. "여기서 장난감을 어떻게 꺼낼까?"

두 번째 그룹에서, 성인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10초 만에 과제를 완수한다. 그리고 다음 20초간 같은 작업을 2번 더 반복한다.

세 번째 그룹에서 어른은 큰 비활성 버튼과 숨겨진 버튼이 부착된 오르골을 아기에게 건넨다. 성인은 버튼을 눌러 음악을 틀어 주고는 방에서 나간다.

결과적으로 세 그룹의 어떤 아기도 숨겨진 버튼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첫 번째 그룹의 아기들은 가짜 버튼을 반복적으로 누르고 오르골을 돌리며 관찰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두 그룹의 아기들은 버튼을 누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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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성공 사례를 보고 배운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의 대학원생이자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줄리아 레오나드는 "부모가 무조건 나서서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후속 연구를 통해 아기의 인내심 발달과 관련한 '관찰효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측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오나드는 바람직한 양육을 위해서는 단일 연구결과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부모가 아이들에게 성공 전 열심히 노력하는 몇 가지 사례를 보여주면, 자녀가 더 성실히 오랫동안 노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실제로 학업 성취도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아동의 지능이 아닌 '인내심'이야말로 장기적인 학업 성과와 관련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열심히 노력하는 성인'이 유아로 하여금 새로운 작업에 대한 끈기의 가치를 배우도록 하는데 중요한 인과적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지었다.

공동 연구자인 로라 슐츠는 "일부 부모는 아이 앞에서 절대로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아이들을 돕고자 노력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최선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슐츠는 "이번 연구는 실험실에서 진행된 것으로, 현실 육아에는 대단한 영향을 끼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그러나 아이들에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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