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픽사베이

"먹는 것 갖고 장난치지 마라!" 내 입으로 들어갈 먹거리가 농장에서 우리 집 식탁으로 오는 도중 누군가에 의해 뒤바뀌거나 조작되거나 변질된다면? 이건 애들 '장난'이 아니라 엄연한 '사기'다. 그렇다. '식품사기'(food fraud)란 의도적으로 법을 준수하지 않거나 소비자를 홀려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식품의 라벨을 보면 생산지나 원산지, 원료, 유통기한 등의 정보가 적혀 있는데 이 중 하나라도 사실과 다르면 그것도 식품사기다.

몇 년 전 유럽에선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햄버거 패티에 말고기가 섞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른바 '말고기 파동'으로 떠들썩했고, 아프리카 당나귀 고기가 보양 음식으로 인기를 끌자 중국에선 당나귀 고기로 둔갑한 여우고기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식품사기 사례가 보고되는 가운데 식품사기에 대한 인식이 높은 캐나다에세도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캐나다 댈하우지대학교(Dalhousie University)가 최근 발표한 식품사기에 대한 조사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다. 캐나다인 가운데 63%가 식품사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40% 이상은 이미 식품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며 자신을 희생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우리 삶에서 식품사기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특히 해산물, 생선류, 액체류, 과일류, 향신료, 채소류, 육류가공품 등이 식품사기에 취약하다고 한다. 최근 몇 달 동안 캐나다에서 식품사기가 늘었으며 특히 이리호(Lake Erie) 주변 온타리오주 남서쪽 소재 한 농장에서 멕시코산 토마토를 캐나다산으로 속여 파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150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농장 측은 컴퓨터에서 시스템상의 오류로 라벨이 잘못 출력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세상에 공개된 식품사기 사례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캐나다 최대 가금류 가공업체 가운데 한 곳인 세리콜라(Cericola) 농장이 유기농이 아닌 제품에 유기농 라벨을 붙인 혐의로 사기죄로 기소된 바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캐나다식품감시국(CFIA)에 접수된 적발건수는 40건이 넘는다고 한다. 업계에선 2017년 말까지 그 수가 한층 증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식품사기는 다른 범죄에 비해서는 경미한 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단 한 건의 식품사기 탓에 식품 경제 전반이 흔들릴 만큼 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이든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 성장이 가능하겠지만, 특히 식품업계에선 소비자 신뢰가 무너지면 끝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양보다 질'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 돈을 좀 더 주고라도 좋은 먹거리에 투자하길 바라는 소비자들. 이들은 사기 소지가 눈곱만큼이라도 있으면 절대로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가 한 번 등을 돌리면 기업이 계획했던 모든 일이 물거품이 되는 게 바로 식품업계의 생리다.

대부분의 식품업체는 합법적이고 윤리적으로 건전하다. 하지만 식품사기가 한 건이라도 발생하면 그룹 전체의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되고 그 파장이 일파만파 퍼지게 된다. 먹거리는 우리의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댈하우지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특정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혹시라도 알레르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식품사기에 연류된 적이 있는 기업의 제품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식품사기 문제는 공공보건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경제 문제만큼이나 중요하다.

최근 식품 유통업체들은 식품사기를 막기 위해 위험하거나 위조된 제품을 가려내는 도구 생산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기업들은 보복 가능성 때문에 경쟁업체가 사기를 쳐도 신고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경우, 경쟁사의 사기 사례를 들춰내 비난한 회사가 오히려 스캔들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관계당국은 사기제품을 찾아내기 위해 문제 기업의 전 제품을 샘플 테스트한다. 이는 분명 불가능하고 실용적이지도 않은 일이다. 당국도 이 문제를 알고 있지만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사기 사례를 적발해내는 회사와 공조하기 위해 식품안정성 관련 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품사기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나설 수 밖에 없다. 음식점을 방문하고 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상품의 품질과 가격이 적합한지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소매업체로부터의 조달방식에 대해 묻고 음식점 운영자에게 식자재 공급 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관리하라고 촉구해야 한다.

예전과는 다르다. 오늘날 소비자들의 수중에는 식품사기 행위를 감지하는데 필요한 기술이 있다. 전 세계 연구진이 식품 라벨에 기록된 정보와 실제 내용물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소비자가 검증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집에서도 어제 산 올리브오일이 라벨에 적힌 대로 이탈리아산인지 오늘 산 사과가 정말 캐나다산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다.

지금도 이러한 기술은 존재하지만 기계 한 대당 20만 달러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아쉽게도 아직까진 실생활에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그리 머않은 시일에 이러한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식품업계를 상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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