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술을 많이 마시고 담배를 자주 피우면 몸에 해롭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과도한 음주와 흡연이 우리 뇌와 신체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노화를 앞당겨 실제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이는 '노안'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덴마크 연구진은 '코페하겐 심장연구'(Copenhagen City Heart Study)에 참여한 1만1500명의 데이터를 분석, 과음·흡연과 육안으로 확인되는 노화 징후 사이 연관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역학·지역사회보건 저널'(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얀느 톨스트럽 박사는 눈에 보이는 노화 징후로 생물학적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화 징후는 종종 건강상태가 나쁠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가볍게 또는 적당히 마시는 술은 생물학적 노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사람과 가볍게 마시는 사람 사이 노화 징후에 차이가 없었으며, 이에 따라 적당한 술과 노화과정 둔화와의 관련성도 없다고 볼 수 있다.

톨스트럽 박사와 연구진은 21~93세의 덴마크 성인 남녀 1만1500명을 11.5년 동안 관찰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들의 음주·흡연 회수를 확인해 외모의 노화 정도를 조사했다. 이 연구가 기반을 두고 있는 '코펜하겐 심장연구'는 1976년에 시작됐으며, 1981~1983년, 1991~1994년, 2001~2003년에 덴마크 코펜하겐에 거주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무작위 표본을 뽑아 관찰 연구한 것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우선 일반적인 건강상태와 생활방식에 대한 인터뷰를 마친 뒤 얼마나 자주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지에 대한 추가 질문을 받았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에게 심혈관 질환, 조기사망 등과 연관성이 높은 노화의 네 가지 징후가 나타나는 지를 조사했다. 귓불 주름(earlobe crease), 각막환(arcus corneae, 각막 내 콜레스테롤 침착 등으로 각막 가장자리가 회색빛으로 혼탁해지는 것), 황색판종(xanthelasmata, 눈꺼풀에 흔히 나타나는 황색종으로 누런 빛을 띤 반점이나 융기가 생기는 것), 머리 중심부와 앞머리 탈모 등이 노화의 지표로 사용됐다.

참여자의 평균 연령은 51세였고, 여성 참여자의 나이는 21~86세, 남성 참여자의 나이는 21~93세였다. 연구기간 동안 집계된 여성 참여자들의 평균 음주량은 일주일에 2.6잔, 남성은 11.4잔으로 조사됐다. 여성 흡연자는 57%를 차지했고, 남성은 67%가 담배를 피웠다.

가장 흔히 발견된 노화 증상은 각막환이었다. 70세 이상의 남성과 80세 이상의 여성 가운데 각막환 유병률은 각각 60%, 70%였다. 가장 드물게 나타난 노화 증상은 황색판종으로, 50대 남성과 여성의 황색판종 유병률은 5%에 불과했다. 남성 참여자들 가운데는 이마와 머리털의 경계선이 뒤로 밀리는 앞머리 탈모가 상당수 관찰됐는데, 40세 이상 남성 참여자 중 80%가 앞머리 탈모 증상을 보였다.

이들의 음주와 흡연 패턴을 분석한 결과, 애주가와 애연가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늙어보이며 각막환, 귓불 주름, 황색판종 등 노화 징후가 나타날 위험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술을 일주일에 35잔 이상 마시는 남성은 7잔 이하 마시는 남성보다 각막환 발생 위험이 35% 더 높았다. 여성의 경우에도 일주일에 술을 28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7잔 이하 마시는 사람보다 각막환 발생 위험이 33%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한 갑 이상의 담배를 15~30년 정도 피운 여성 흡연자의 경우 각막환 발생률이 비흡연자보다 41% 더 높았다. 남성 흡연자의 경우에도 12% 더 높았다. 술을 가볍게 혹은 적당히 마시는 사람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 사이에서는 육안으로 보이는 노화 징후에 큰 차이가 없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고하는 음주 적정선(moderate drinking)은 여성은 하루 1잔 이하, 남성은 하루 2잔 이하이다.

한편 남성의 탈모는 과도한 음주 또는 흡연과 일관적인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 탈모는 주로 유전자 소인과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androgen)에 의해 발생하며 흡연과 음주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여서 인과 관계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특히 흡연 및 음주에 대한 자료는 개인의 기억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왜곡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술과 담배가 외모의 노화와 관련이 깊으며, 과음과 흡연을 하는 사람은 실제 나이보다 한참 더 늙어 보인다는 것을 밝힌 첫 번째 전향적 연구로 평가된다. 잦은 흡연과 음주가 신체의 노화 속도를 높일 수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한편 톨스트럽 박사는 이 연구가 사람들에게 가벼운 음주나 흡연은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줘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미 다른 연구에서 흡연은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이 증명됐고, 알코올의 긍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에 기대어 음주나 흡연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톨스트럽 박사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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