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픽사베이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opioid) 중독과 사망 문제가 대두된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오피오이드 금단증상 치료에 도움이 될 신경 자극 장치를 승인했다. FDA는 오피오이드 금단증상을 겪고 있는 7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의료기술 전문기업 이노베이티브 헬스 솔루션(Innovative Health Solutions, IHS)의 'NSS-2 브릿지' 시판을 허용했다.

NSS-2 브릿지는 귀 뒤쪽에 부착하는 휴대용 장치로, 귀 안쪽 및 주변에 경피적으로 삽입하는 미세바늘을 통해 두개 및 후두 신경에 전기 자극을 전달한다. 배터리로 전력을 공급받는 반도체 칩이 전기 자극을 발생시키며,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구입 및 사용이 가능하다.

스콧 고틀립 FDA 국장은 "오피오이드 중독이 유행병처럼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FDA는 오피오이드에 중독된 사람들이 의학적 치료를 받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FDA는 오피오이드 중독 치료에 도움이 될 세 가지 약물을 승인했다. 우리는 오피오이드 중독 치료를 위해 더 나은 약물 치료 방안을 강구하는 동시에 중독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장치를 찾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피오이드 중독 환자 73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임상시험에서 아편 금단증상의 정도를 나타내는 COWS(clinical opiate withdrawal scale) 평균 점수가 처음에는 20.1이었으나 NSS-2 브릿지를 30분 사용한 후 31%로 낮아졌다. 오피오이드를 포함한 마약성 의약품의 금단증상으로는 불안감, 발한, 손떨림, 위장장애, 뼈와 관절의 통증 등이 있는데, COWS 점수가 높을수록 이러한 금단증상이 심하다는 뜻이다. 전체 피험자 가운데 약 88%에 해당하는 64명은 NSS-2 브릿지를 5일 동안 사용한 후 의존성을 줄여 약물보조치료로 넘어갈 수 있었다.

FDA의 승인에 따라 미국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NSS-2 브릿지 장치를 이용한 치료를 처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심상성건선 또는 혈우병을 앓고 있거나 인공 심장박동조율기를 이식한 경우에는 이 장치를 사용할 수 없다.

약물의존의 생물학적 기전

알코올이나 마약 등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을 일정기간 이상 계속 쓰면 신경계에 변화가 일어나 내성과 의존성이 생긴다. 약물의존이란 뇌의 신경세포(뉴런)가 반복적인 약물 노출에 적응하면서 해당 약물을 복용해야만 생체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때 약물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면 나타나는 몸과 마음의 변화가 바로 금단증상이다. 금단증상으로는 과민반응, 불면, 무기력, 불안, 우울, 발한, 안면홍조, 식욕부진 등이 있으며, 두통, 관절통, 근육통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도 나타난다.

금단증상의 강도는 의존성을 유발한 중독물질이 무엇이고 얼마나 오래 사용했는지에 따라 다르다. 카페인은 경미한 금단증상을 초래하는 반면 알코올 남용은 심각한 금단증상을 가져올 수 있다. 때때로 환자들은 이러한 증상이 매우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어 중독물질을 끊지 못하고 다시 손을 대는 경우가 있다.

약물의존증의 발병은 시상(視床)과 뇌간(腦幹) 등 우리 뇌의 특정 부분에 관여한다. 이러한 부분이 약물에 의존하는 신경계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금단증상은 대개 이 부분에 자리한 아편제수용체에서 발생한다.

헤로인과 같은 마약에 대한 의존 및 중독은 뇌의 다른 부분에서 처리된다. 약물의존 환자들 중 일부는 중독에 이르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약물중독 환자들은 그 약물에 대한 의존성이 높다. 약물의존 환자와 약물중독 환자에게 약물을 끊게하면 유사한 반응이 나타난다. 암 말기 환자나 불치병 환자들은 통증이 극심하기 때문에 강력한 진통제가 필요하다. 이들의 만성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헤로인(heroin)과 하이드로콘(hydrocodone) 등 마약류가 처방될 수 있지만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금단증상이 뒤따를 위험이 있다. 하지만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약물에 중독되는 것은 아니다.

약물 보조 치료

▲ 출처 = 위키미디어

마약성 의약품으로 인한 금단증상을 극복하기 위해 경우에 따라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오피오이드를 복용해 의존성이 생긴 환자들의 치료에는 FDA의 승인을 받은 메타돈(methadone), 부프레노르핀(buprenorphine), 날트렉손(naltrexone)이 쓰인다.

메타돈은 합성 오피오이드 길항제이며 금단증상을 완화하고 약물에 대한 갈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화학적으로 몰핀이나 헤로인과 다르지만 이들과 동일하게 뇌의 아편제수용체에 직접 결합해 작용한다. 오피오이드를 고용량 복용했을 때와 같은 도취감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오피오이드 의존증을 서서히 끊을 수 있게 한다.

부프레노르핀은 부분적 오피오이드 길항제이며 메타돈과 마찬가지로 아편제 수용체에 작용하지만 메타돈만큼 강력한 반응을 이끌어내진 못한다. 금단증상을 완화하고 약물에 대한 갈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날트렉손은 오피오이드 길항제이며 오피오이드 수용체의 활성화를 저지하는 작용을 한다. 날트렉손은 약물에 대한 갈망 및 금단증상을 완화한다기보단 마약성 약물이 주는 쾌감과 보상효과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중독 치료에 쓰인다. 효과가 강력하지 않고 환자가 이 약물만으로는 견디지 못해 약물 의존 치료에는 사용이 제한된다.

환자들마다 약물 중독의 정도가 다르고 약물 남용의 이유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특정 치료 방법이 모든 환자들에게 효과를 낼 수는 없다. 환자들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 가능한 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봐야 한다. 약물의존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약물을 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필수다. 약물 보조 요법과 함께 요가 등 의사의 추천을 받은 운동을 병행하면 좋다. 금단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모임에 나가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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