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셔터스톡

미국이 완전 채식으로 전환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겠지만, 미국인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게 될 거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에 실린 연구에서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 버지니아텍의 동물학 박사인 로빈 화이트가 이끄는 연구진은 미국인 전체가 엄격한 채식주의자가 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를 예측하기 위한 공식을 만들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대 28% 줄어들고 식품 생산량은 현재보다 23%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화이트 박사는 완전 채식으로는 미국인들이 필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이 고기에 들어있는 주요 영양소인 비타민 A나 칼슘을 보충하기 위해 먹는 대체 식품을 전체 인구에 공급할 만큼 충분히 생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연구진은 과학전문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연구 결과를 인용해 미국이 축산업을 완전히 포기할 경우 인공 비료 사용이 늘어 연간 2천3백만 톤의 탄소가 추가로 배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환경 전문매체 '에코워치'(EcoWatch)에 따르면 채식주의 단체들은 광대한 토지 사용, 소의 메탄가스 배출 등을 이유로 오랜 기간 축산업을 지구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해왔다.

미국 환경 보호청은 소의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가 미국 전역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약 3%를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또 채식주의 단체들은 햄버거 패티 네 장을 생산하기 위해 동물 사료 25kg, 육지 면적 25㎡, 물 220리터가 필요하다며 육식 위주의 식습관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비판해왔다.

축산업 중단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그렇다면 축산업을 중단하면 채식주의자들의 주장대로 환경 오염이 크게 줄어들까? 이번 연구의공동 저자인 미국낙농마초연구센터의 메리 베스 홀 박사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축산업을 위해 사용하는 모든 토지를 식량 생산을 위한 농경지로 전환하면 농업 폐기물의 양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박사는 축산업을 중단하면 원래 가축들에게 사료로 제공했던 옥수수 줄기, 감자 등을 소각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베스 홀 박사는 이 같은 잉여 폐기물을 태우면 대기에 약 2백만 톤의 탄소가 배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축산업을 중단하면 동물 배설물의 공급이 중단되며 인공 비료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는데, 인공 비료 생산을 늘리면 연간 2천3백만 톤의 탄소 배출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연간 탄소 배출량은 현재 6억2천3백만 톤에서 4억4천6백만 톤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서 축산업이 농업용 탄소 배출량의 약 49%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완전한 채식 식단으로 3억이 넘는 미국 인구에 적정한 양의 칼슘, 비타민 A, B12와 일부 필수 지방산을 제공할 수 없으며, 이런 식단으로는 미국인들이 장, 단기적으로 생존하기 힘들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사이언스맥'(Sciencemag)에 따르면 홀과 화이트 박사의 가정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의 농업 연구원인 마리오 헤레로는 축산업 중단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치가 지나치게 낮은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육류 시장에서 수입품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연구진이 이를 간과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례로 미국이 고기 수입을 중단하면 브라질 등 미국으로 고기를 수출하는 국가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 텐데 연구진이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11월 13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립대의 윌리엄 리플 교수 등은 미국 생명과학협회(AIBS)가 발간하는 학술지 '바이오사이언스'(BioScience)에 '인류에 대한 세계 과학자들의 경고: 2차 공지'라는 논문을 실었다.

논문은 지구가 직면한 환경위기 상황을 조망하고, 25년 전 나온 첫 경고 이후 일부 분야는 개선됐으나 다른 분야는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증가, 개간, 대량 사육 등으로 생명 다양성이 파괴되면서 '제6차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인류가 지속 가능한 대안을 실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업데이트 판에는 최초의 경고가 나왔던 25년 전의 9배인 184개국 1만5천여 과학자들이 논문에 추천자로 서명했다. 역사상 최다 추천 서명이 붙은 논문이다.

이 글에서 과학자들은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화석연료나 고기의 소비를 줄이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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