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셔터스톡

전기도 사용하지 않고 고립된 생활을 하는 아미시 사람들이 유전자 변이 덕분에 평균보다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아미시는 현대 기술 문명을 거부하고 소박한 농경생활을 하는 보수적 프로테스탄트 교파로 미국 인디애나주 베른에 마을을 형성해 살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은 아미시 사람들은 유전자 변이 덕분에 당뇨병 등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러한 효과를 가진 약물을 개발해 임상 시험에 돌입했다.

◇ 텔로머가 더 길다

우선 아미시 사람들은 유전자 변이 때문에 평균보다 텔로머가 10% 더 길다. 텔로머는 염색체 말단에 있는 소립을 가리키는 것으로, 나이가 들면 짧아진다. 또한 이들은 공복 인슐린 수치가 평균보다 훨씬 낮았다.

이번 연구를 이끈 더글라스 바운 박사는 아미시 사람들은 이러한 유전자 변이 때문에 다양한 인체 시스템에서 전체적으로 노화가 늦춰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며, 텔로머의 길이로 판단하는 노화의 분자 마킹과 공복 인슐린 수치로 판단하는 노화의 신진대사 마킹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관찰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혈압과 혈관 경직도로 판단하는 노화의 심혈관 마킹도 아미시 사람들에게서는 노화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켰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아미시 사람들은 평균보다 수명이 길 뿐 아니라 더 건강하기도 해, 이상적인 형태의 수명 현장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바운 박사는 덧붙였다.

◇ PAI-1 단백질 유전자 변이

이에 대한 유전적 설명은 플라스미노겐활성화인자억제제(PAI)-1 단백질에서 찾아볼 수 있다. PAI-1 단백질은 보통 동물체의 노화를 일으키는 단백질이다. 바운 박사는 아미시 사람들은 유전자 변이로 인해 PAI-1 단백질 수치가 낮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PAI-1 단백질은 혈액 응고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수치가 지나치게 낮으면 위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올드 아미시(Old Order Amish) 종파 인구 중 일부는 부상을 당한 후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심한 출혈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1990년대 초 한 아미시 소녀가 머리에 부상을 당한 후 심한 출혈로 거의 사망할 뻔한 적이 있다. 의사들의 진찰 결과 이 소녀는 PAI-1 단백질 부족으로 희귀 출혈성 질환이 있는 것으로 진단받았다.

이후 소녀의 직계 가족을 대상으로 추가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혈액 내 PAI-1 단백질을 없애는 특정 유전자 2개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 아미시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변이된 유전자가 1개만 있어 출혈성 질환이 나타나지 않는다.

◇ 노화 늦추는 약

노스웨스턴대 과학자들은 이 아미시 소녀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PAI-1 단백질을 연구한 결과, 이 단백질이 노화와 연관이 있음을 밝혀냈다. 바운 박사는 과거 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 PAI-1 단백질이 일부 결핍된 쥐는 노화가 더디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개발한 약물에 대한 임상시험에 돌입하기 전, 올드 아미시 종파 177명을 대상으로 초음파 심장 진단도, 수축기 혈압, 맥박파전파속도, 폐기능 등의 테스트를 실시했다. 소변, 혈액, 섬유아 세포 샘플도 채취했다.

연구팀은 PAI-1과 관련해 정상 유전자를 가진 일반인 그룹과 한 개의 유전자 변이만을 지닌 아미시 사람들을 비교했다. 정상 유전자 그룹 중 약 7%가 당뇨병 환자였기 때문에, 한 개의 유전자 변이를 가진 아미시 사람들 중에서도 당뇨병 환자가 3~4%는 될 것이라 예상됐지만 놀랍게도 아미시 사람들 중에는 당뇨병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 유전자 변이를 지닌 아미시 사람들은 당뇨병에 걸리지도 않을뿐더러 공복 인슐린 수치가 평균보다 30% 낮았고 심혈관 시스템도 평균보다 훨씬 건강했으며 혈압도 낮았다.

연구팀은 일본 제약사와 협업해 PAI-1 단백질을 억제하는 약을 개발해 PAI-1 단백질을 과잉 생산하도록 조작한 쥐에게 주입했더니 털이 다시 자라는 등 노화 억지 현상이 나타났다. 현재 이 약은 임상시험 1단계까지 완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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