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GM) 슈퍼돼지를 소재로 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옥자'가 주목 받으면서, 슈퍼돼지와 같은 유전자 변형 동물의 식품으로서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금 조명 받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유전자 변형 식품(GMO)들이 등장했고 이 중 상당수가 소비자들의 밥상에 오르고 있지만, 주로 농산물에 한해서였다. 유전자 변형 동물 개발 사례들도 있지만 이는 주로 의학적 목적의 연구 중심이었으며, 식품용으로의 개발도 이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실제 시판에 성공한 유전자 변형 동물 식품 사례는 없다.

하지만 2050년까지 전세계 인구는 90억명에 달해 인류는 식량난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이제 고기의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는 GM 동물 식품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과, 변형된 유전자가 사람 몸에서 어떻게 발현해 어떤 영향을 줄지 그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어 위험하다는 주장이 오랫동안 맞서왔다.

이 가운데 영화 '옥자'가 최근 상영되면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식품용 슈퍼돼지 '옥자'와 같은 GM 돼지에 대한 연구개발 현황 및 안전성 이슈가 다시 떠올랐다. 영화에서 유전자 변형 식품 기업은 GMO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옥자를 앞세운다. 자사의 슈퍼돼지들이 옥자처럼 행복한 환경에서 자란 예쁜 돼지라는 이미지로 포장하고, 적게 먹고 적게 배설하며, 맛이 매우 좋은 뛰어난 고기라고 소개하지만 사실 몸집이 커지도록 유전자를 변형시켜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고 도축되는 내용이다.

사실 영화 속 옥자처럼 고기의 양이 일반 돼지보다 훨씬 많은 슈퍼돼지는 현실에 이미 존재한다. 신약 개발이나 장기 이식 등 의학적 목적으로 개발된 돼지가 아닌, 식용 고기 생산 증대를 목적으로 개발된 슈퍼돼지가 있다.

위험성 논란 계속되지만 멈추지 않는 신규 GMO 승인

그동안 GMO가 위험하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나왔다. 지난 2006년 인도에서 해충 저항성을 가진 GM 면화를 먹은 양과 염소가 괴사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2012년 9월 프랑스 깡대학 세랄리니 교수의 연구진이 발표한 제초제 내성 GM 옥수수(NK603)에 대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이 옥수수를 먹은 쥐들에게는 유선 종양, 간과 신장 손상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어 201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는 GM 식품 섭취 시 암, 뇌종양, 자폐증, 불임, 백혈병 등의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는 논문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미국 과학한림원(NAS)은 현재 식용으로 판매하는 GM 식품은 일반 식품과 같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NAS는 지난해 5월 '유전자변형식품: 경험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년간 GMO에 대한 900여 편의 연구 논문을 분석하고 전문가 80명과 일반인이 포함된 700건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현재 상업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GMO가 일반 작물과 비교했을 때 건강이나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작년 6월에는 노벨상 수상 과학자 100여명은 "GM 식품 섭취가 사람이나 동물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가 없으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며 유전자 변형 식품 지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승인 받는 GMO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국내만 해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해성 심사를 통과한 식품용 GMO가 140여건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5년 갈변 방지 사과, 조리 시 발암물질이 적게 나오는 감자 등이 새롭게 승인 받았으며, 중국도 GM쌀과 사료용 GM 옥수수의 안전성 평가를 마쳤고 인도는 GM 가지와 GM 겨자 등을 개발했다. 아르헨티나는 가뭄 저항성 유전자를 콩에 삽입한 품종을 2015년 승인한 바 있다.

특히 2016년 캐나다는 GM 연어 판매를 허용했다. GMO 여부 표시 문제로 논란이 일어 시판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주로 식물 중심이던 식품용 GMO 분야에 동물 GMO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현실판 옥자라 불리는 사례도 존재한다.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과 중국의 옌벤대학으로 구성된 한중 공동 연구단은 지난 2015년 일반 돼지보다 근육량이 많은 슈퍼돼지를 만들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슈퍼돼지는 일반돼지보다 근육량이 20% 많고 지방량은 더 적다. 고기로 사용될 수 있는 근육량이 많아 고기 양도 많고 단백질 함량은 높으면서 지방 함량은 적은 고기를 얻을 수 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전체 교정 연구단장 등이 공동 창업한 생명공학 벤처기업 툴젠은 지난 6월 근육량을 극대화한 '근육강화돼지' 생산관련 특허를 국내에 등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슈퍼돼지 개발은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유전자인 '마이오스타틴'에 인위적으로 변형을 가해 근육 성장을 최대화 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재조합 유전자, 어떻게 발현할지 몰라" vs "돼지는 괜찮아"

하지만 식용 슈퍼돼지가 언제쯤 밥상에 오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GMO, 특히 동물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특히 GM 연어와 같이 외래 유전자를 가져와 재조합 한 유전자는 위험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의약 안전 분야의 한 전문가는 "유전자 변형을 통한 품종개량은 하나의 유전자는 하나의 표현형을 단순히 결정된다는 유전자결정론적 사고방식"이라며 "실제 유전자들은 협력적이고 유동적이며 끊임없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너무나 많은 유전적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유전자가 다른 종에게로 전달될 경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GMO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근육강화 돼지를 개발한 이들은 GM 돼지의 경우 외래 유전자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워 자신들의 돼지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가령 기존의 '슈퍼연어'의 경우 다른 생물종의 유전자, 즉 외래 유전자를 가져와 연어의 유전자와 섞은 재조합 유전자를 만드는 방식으로 개발하지만, 슈퍼돼지의 경우 돼지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 중 일부를 제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외래 유전자와 섞이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슈퍼돼지에 대해 기초과학연구원 김진수 단장은 "기존의 유전자 변형기술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달리 취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GMO는 인체 내에서의 위험성 외에도 생태계 교란 같은 환경문제, GMO 완전 표시제 법제화 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슈퍼돼지가 시장에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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