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행동 많이 할수록 기억도 오래 간다?
등록일 2020년 06월 30일 화요일
수정일 2020년 06월 30일 화요일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기억들은 하나의 팀을 이룬 여러 뉴런들이 동시에 활성화되면서 기억을 암호화시킨다는 사실이 발견됐다(출처=pexels)

기억력에 관한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다. 가령 아주 어렸을 때 본 이후 십 년 넘게 보지 않은 TV쇼를 바로 기억할 수 있는 반면, 몇 분 전 친구가 추천해준 영화는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다. 즉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기억과 몇 분만에 사라지는 기억이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수행된 한 연구에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기억들은 하나의 팀을 이룬 여러 뉴런이 동시에 활성화되면서 기억을 암호화시킨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여러 뉴런이 동시에 활성화돼 중복된 기억은 오랫동안 시간이 지나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를 수행한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카를로스 로이스는 "연구 결과는 같은 기억을 암호화하는 뉴런 수를 증가시키는 것이 기억력을 더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뇌졸중이나 알츠하이머로 인한 뇌 손상이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데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쥐 실험을 통한 연구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흰 벽이 있는 150cm 길이의 직선형 통로에 쥐를 배치, 새로운 장소를 기억하도록 하면서 신경 활동을 관찰하는 실험을 개발했다. 벽을 따라 맨 오른쪽 끝 부근에는 굵은 플러스 기호를, 중앙 부근에는 꺾인 선을 넣는 등 서로 다른 위치를 표시하는 기호도 배치했다.

쥐들은 처음 통로에 놓여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서로 양쪽 끝에 놓은 설탕물에 도달할 때까지 좌우를 배회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새로운 기억이 형성되는 뇌 영역인 해마에 어떤 뉴런이 활성화되는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쥐들이 벽에 표시된 선 중 하나를 발견했을 때 단일 뉴런이 활성화됐으며, 이후 통로를 여러 번 탐사해 익숙해지면서 마침내 설탕 위치를 기억해낸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을 암호화해야 오래 유지된다(출처=pexels)

뉴런으로 암호화된 기억들, 빠르게 기억돼

연구팀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들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이해하기 위한 실험도 실시했다. 쥐들을 20일 동안 통로에 다시 복귀시키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더 많은 수의 뉴런으로 암호화된 강한 기억들은 더 빠르게 기억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일부 뉴런은 서로 다른 활동을 수행하긴 하지만, 뉴런의 많은 그룹 활동을 분석한 결과 쥐들은 통로에 대한 기억력을 확실히 가지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뉴런 그룹을 유발시키면 뇌가 중복성을 갖게 되고, 원래 뉴런 중 일부가 비활성 상태로 남아있거나 손상되더라도 기억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의 수석 저자 월터 곤잘레스는 이와 관련해 하나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가령 길고 복잡한 이야기가 있다고 가정할 때, 이야기를 계속 기억하고 싶다면 친구 5명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다음 가끔씩 만날 때마다 해당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는 한 명이 잊어버리더라도 그 격차를 다른 친구들이 지속해서 메꿔줄 수 있어 도움이 된다. 뉴런 역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수행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도 지속될 수 있는 기억을 암호화하도록 서로 돕는 것이다.

연구가 시사하는 의미

연구팀은 기억력이 인간 행동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가해지는 어떠한 손상도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노화에 따른 기억력 손실은 노인들에게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으며,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으로 인한 손실은 가족을 알아보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생각나지 않게 할 수 있다.

연구는 또한 더 적은 뉴런으로 암호화된 기억들은 나이가 들면서 더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 뉴런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고장 날 경우 기억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기억력 상실을 방지하는 데 있어, 기억을 암호화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수의 뉴런 생성을 촉진할 치료가 고안돼야 한다는 사실도 암시한다.

김효은기자   ra1023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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