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국가가 밤일 관리요원을 투입했다!

 

영화 '잘 살아보세'의 포스터

 

'국민 여러분~ 밤일은 우리와 상의하세요!' 1970년대 가족계획을 배경으로 제작했던 영화 '잘 살아보세'의 포스터 문구다. 약간 민망한 문구이긴 하지만  배우 이범수와 김정은이 주연해 2006년 개봉 당시 236,799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흥행은 비록 바닥을 쳤지만 경제개발과 인구증감, 사회적 계급문제, 장애인 문제까지 다루는  등 영화에서 소재를 다루는 범위가 넓었다. 범위가 넓은 소재를 다루다 보니 완성도는 떨졌고 잊혀진 영화 중 하나가 됐다. 영화의 내용은 증가하는 출산을 막기 위해 가족계획요원 박현주(김정은)이 충북의 한 마을로 찾아오고 전국 1위라는 이곳의 출산율을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마을주민들이 박현주의 이야기에 반감을 드러낼 때, 아이를 4명 낳고 고생만 죽어라 하는 변석구(이범수)만이 그녀를 도와준다.  관리하겠다고 나선 국가공식 가족계획요원 박현주(김정은 분)가 바로 그 주인공. 그러나 처녀의 몸으로 피임의 P자도 모르는 용두리 주민을 설득시키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 고민 끝에 마을이장 변석구(이범수 분)를 현지에서 조달하여 급조요원으로 발탁한다.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 유일한 꿈인 변석구 요원은 박요원을 뛰어넘는 현장성으로 마을 친구들의 부부잠자리 관리에 탁월한 잠재력을 발휘한다. 특히, 박요원의 전문적 설명을 용두리식 ‘생활용어’로 통역하는데 뛰어난 표현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식농사만이 남는 장사라고 철썩같이 믿는 마을주민들의 출산의지를 꺾기란 역부족. 마침내 박요원과 변요원은 시찰을 나온 대통령과 모종의 밀약을 맺는다. 국가가 주민들의 빚을 탕감해 주면 ‘용두리 출산율을 0%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1984년 대한가족계획협회 경기도지부의 '인구증가 억제 가족계획촉진대회' (사진제공=경기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가족계획 요원은 1961년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로 설립된 단체 소속이다. 1986년에 '모자보건법'이 전부개정되면서 특수법인으로 전환되었고, 1999년에 명칭이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로 변경되었으며, 2005년에는  현재의 명칭인 '인구보건복협회'로  다시 변경되었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공직유관 단체다. 1970년대 국민의 잠자리까지 관리하던 기관은 2005년 출산장려로 단체로 탈바꿈 했다. 1984년 12월 대한가족계획협회 경기도지부가 인구증가 억제 촉진대회를 개최한지 만35년 되는 2019년 12월 1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경기도와 '저출생과 고령화 공동대응을 위한 업무협약'을 가졌다.  1970년대는 산아제한을 하자던 단체와 기관들이 오늘에는 출산장려를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2019년 12월 박진경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과 김희겸 경기도 행정1부지사의 업무협약 (사진제공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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