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탕달이 본 그림은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로 알려졌다.(사진=Ⓒ귀도 레니 터번을 쓴 여인 -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 모사작)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첸지의 초상’을 보고 극도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자리를 옮겨도 심장은 계속해서 빠르게 뛰었고 쓰러질 것 같은 몸의 이상을 경험한다. 그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는 자신이 경험을 ‘나폴리와 피렌체: 밀라노에서 레기오까지의 여행’이라는 책에 묘사했다.

수년 후, 정신과 의사 그라지엘라 마제리니는 피렌체에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100여 명이 스탕달과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현상을 ‘스탕달 신드롬’이라 부른다.

아름다운 작품을 본 사람들은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숨이 턱 막혔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강렬한 감정에 느끼면서 비유가 아닌, 실제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거나 숨이 막혔던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스탕달 신드롬은 이보다 더 심한 증상을 호소한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심할 경우 기절까지 할 수 있다. 우울증, 위경련, 전신마비, 환각, 이인증(자기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는 상태), 탈진을 경험했다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라지엘라 마제리니에 따르면 짧은 시간 여러 곳의 미술관 박물관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더 심한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감정 변화를 넘어 파괴 충동까지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라지엘라 마제리니 연구팀은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다비드’를 관람한 관람객을 관찰한 결과 10명 중 2명이 파괴 충동을 보였다고 밝혔다. 대부분 스스로 억제가 가능하나 이를 참지 못하고 폭언을 하거나 망치로 다비드상의 발을 내려친 사건도 있었다. 미켈란젤로 역시 자신의 작품을 부순 바 있다고 알려졌다.  

그림뿐 아니라 문학작품, 자동차 등에서도 스탕달 신드롬이 일어날 수 있다. 스탕달 신드롬은 정신적인 질환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증상이 오래 유지되지 않으며 원래 환경으로 돌아가면 자연스럽게 회복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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