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맛을 씁쓸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특정 유전자가 존재한다(사진=123RF)

주변에 유독 채소를 싫어하는 이들이 있다. 보통 편식을 한다거나 입맛이 까다롭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켄터키대학 연구팀이 수행한 실험에 따르면, 실제로 채소 맛을 씁쓸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특정 유전자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당연히 채소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은 채소는 물론, 다크 초콜릿이나 커피, 맥주 맛도 민감하게 여길 수 있다.

미각유전자

연구팀은 157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이들의 DNA 분석과 매일 먹는 일상적인 음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 유전자 양상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7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TAS2R38이라는 유전자에 대한 것으로, 누구나 이 유전자가 있지만 유전자 조합에 따라 채소 선호도는 달라졌다. 이 유전자는 'PAV'라는 쓴맛에 민감한 타입과 'AVI'의 둔감한 타입으로 나뉘는데, PAV 타입은 AVI보다 쓴맛을 100~1000배 정도 더 느낀다. 분석 결과 두 개의 AVI를 물려받은 사람들은 쓴맛에 민감하지 않았지만, 한 개의 AVI와 또 한 개의 PAV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은 이런 음식에 민감하고 쓴맛을 더 느꼈다. 

연구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52세였으며, 이 가운데 70% 이상이 여성이었다. 연구팀은 2차 분석 결과, PAV를 물려받은 사람들은 다른 참가자보다 소채를 아주 많이 섭취할 가능성이 2.6배 이상 더 낮았다고 밝혔다.

연구 저자이자 캔터키의과대학 심혈관 과학 박사후 연구원 제니퍼 스미스는 브로콜리나 방울양배추, 양배추에서도 쓴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실험하지는 않았지만 이 유전자가 초콜릿과 커피, 맥주의 맛을 더 씁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채소는 여전히 중요해

유전자의 특정 기능에도 불구, 여전히 브로콜리같은 야채들은 심장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사진=123RF)

이번 연구 결과는 심혈관 건강을 위해 식단 교체에 대한 조언을 받는 사람들에 대한 의사들의 접근방식을 바꿀 수도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 역시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맛과 관련된 유전자 영역을 밝혀내 사람들의 음식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만성 질환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웨인주립대학의 선임 감사인 토니아 라인하드는 "과일과 채소는 염증과 산화 손상을 줄일 수 있는 수많은 식물 영양소와 필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염증과 산화 손상은 심혈관 질환이나 암, 당뇨병, 그리고 다른 만성 질환과도 연관성이 깊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어 인간의 미각 인식은 복잡하며 수많은 변수가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의미에서 자신의 선호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만약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면 인지 요법을 활용해 음식 선호도를 부분적으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영양학자인 애니 마혼 역시 유전자의 특정 기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브로콜리 같은 채소는 심장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타민C, K뿐 아니라 섬유질과 엽산의 좋은 공급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애니 마혼은 채소의 쓴맛을 느끼는 사람들은 취향에 맞게 해당 식품을 조리해 먹는 것이 이상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메디컬리포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