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는 뎅기열이나 말라리아처럼 모기로 전염되는 병원균이다(사진=123RF)

미국 휴스턴대학 연구팀이 HIV 치료제의 주성분이 지카 바이러스의 효소를 억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HIV 치료제가 바이러스 복제를 중단할 수 있는 효소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HIV 치료제, 지카 바이러스 억제 가능

지카 바이러스는 뎅기열이나 말라리아처럼 모기가 전염시키는 병원균이다. 바이러스의 모기 매개체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와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로 사람을 물어 바이러스를 전염시킨다. 게다가, 지카 바이러스는 임신부와 태아도 감염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지카 바이러스에 대처할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고 감염 여부는 혈액이나 소변 검사로만 확인할 수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처음에는 자각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개 심각하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은 중증의 합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휴스턴대학 연구팀은 미국에 지카 바이러스가 발병하기 시작하면서 치료법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본래 지카 바이러스는 매우 드물고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고립된 지역에서만 발병했다. 더구나 이 질병은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입히기 때문에 의료 전문가의 관심을 받았다.

연구팀은 템플대학과 협업을 통해 바이러스의 특징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는 비구조 단백질 5 RNA 의존 RNA 폴리메라아제라는 효소를 필요로 했다. 바이러스는 이 효소를 통해 숙주 세포 내에서 복제가 가능하다. HIV의 효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이었다.

지카 바이러스의 효소는 릴피비린의 주성분으로 억제된다(사진=123RF)

"HIV와 지카 바이러스는 독특한 유형의 RNA 바이러스다. HIV 치료제인 릴피비린(rilpivirine)이 지카 바이러스 복제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HIV와 동일한 전략을 사용해 다중 RNA 바이러스 감염인 지카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연구 저자 카멜 칼릴리 박사는 설명했다.

HIV와 지카 바이러스는 서로 다른 독특한 RNA 바이러스지만, 이 두 바이러스에는 효소라는 중요한 공통분모가 있다. 즉, 한 가지 바이러스에서 효소를 제거할 방법을 찾는다면 또 다른 바이러스에서도 같은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 같은 이론을 시험하기 위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실험쥐 모델을 사용했다. 실험쥐는 지카 바이러스에 노출된 1주일 후 증세가 발현되고 곧 죽게 됐다. 이후, 연구팀은 동일한 조건의 또 다른 실험쥐 모델에 릴피비린을 처방했다. 병세가 발현된 실험쥐는 약물 처방 후 효능을 보이기 시작했다.

릴피비린을 처방 받은 실험쥐는 곧 회복했다. 이에 연구팀은 약물의 주성부니 바이러스의 복제를 중단했다고 결론 내렸다. 릴피비린은 비뉴클로사이드 역전사효소 억제제다.

 

미국의 지카 바이러스 사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러 사례가 발생했다. 발병률이 가장 높은 5개 주 가운데 캘리포니아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25명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플로리다 14명 ▲뉴욕 8명 ▲뉴저지 5명 ▲텍사스 4명이었다.

 

2017년에는 미국의 8개 주에서 증후성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10명 이상 발생했다. 이번 연구 결과로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대처할 방안이 강구됐지만, 릴피비린을 지카 바이러스 표준 치료제로 사용해야 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HIV와 뎅기열, C형 간염 같은 전염병 치료에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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