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경우 빠르게 걷는 사람이 느리게 걷는 사람보다 더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사진=셔터스톡)

얼마나 빨리 걷는지가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듀크대학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특히 중년의 경우 빠르게 걷는 사람이 느리게 걷는 사람보다 더 오래 살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보행 속도를 측정해 치매 등 관련 질병의 예측도 얻을 수 있었다.

노화 가속화의 징후

연구팀은 총 904명을 대상으로 보행 속도를 측정, 느리게 걷는 사람의 경우 45세까지 이른바 '노화 가속화'의 징후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폐와 치아, 면역계 등도 빠르게 걷는 사람보다 더 악화된 상태를 보였다.

또 총 뇌 부피와 뇌 표면적도 더 적었으며, 뇌에 작은 병변도 더 많이 있었다. 얼굴 사진만 보여주고 나이를 가늠하도록 한 다른 실험에서도, 느리게 걷는 사람이 더 나이들어 보인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연구는 3세 연령의 아이 뇌를 분석하면, 이 아이가 중년에 도달했을 때 얼마나 빨리 걸을 수 있는지도 결정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IQ 점수와 언어 이해력, 운동 능력 및 감정 조절도 측정해 보행 속도를 예측했다.

그 결과, 초당 평균 1.21m로 느리게 걸으며 자란 아이들은 초당 1.75m로 더 빠르게 걸으면서 자란 아이보다 IQ 지수에서 16점이나 더 많은 차이를 보였다. 이는 기억력과 보행속도 같은 인지기능이 여러 신체 기관의 상호작용과 함께 얼마나 잘 걸을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 저자인 테리 모피트는 이와 관련, 인간의 보행 속도는 모든 체내 시스템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걸음걸이가 느리면 노화가 진행되면서 장기 시스템의 기능도 저하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보행 속도와 건강 악화 사이의 연관성

피츠버그대학 스테파니 스투덴스키 교수는 이번 연구가 보행 속도로 개인의 복지를 분석하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교수는 이 연구가 40대 인구의 일부가 이미 미래의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지표를 보여줬다며, 이들은 동료보다 더 빨리 노화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앞서 언급된 대로 3세부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결국엔 40년 후의 건강과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을 일깨웠다고 분석했다.

사실 이 같은 연구는 이미 지난해에도 수행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느린 걸음걸이와 열악한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더욱 뒷받침해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발표된 해당 연구는 1994~2008년까지 영국 내 11개 인구 기반 설문조사에서 5만 225명의 보행자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 결과를 도출했다. 당시 연구 결과에서는 평균 수준의 보행 속도는 사망률을 20%, 그리고 더 빠른 보행 속도는 24%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한 나이 든 사람이 더 빨리 걸으면 더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60세 이상 노인의 경우 평균 보행 속도라면 심혈관 사망 위험성이 46%, 더 빠를 경우 53% 더 낮아진다.

더 빨리 걷는 것이 심장박동수를 증가시키는 데 좋다(사진=셔터스톡)

생활 방식의 선택

과학자들은 건강과 인식의 차이가 보행 속도뿐 아니라 삶의 선택과도 연관이 있다고 시사했다. 라인 라스무센 수석 연구원은 향후 어릴 때 보행 속도를 파악하는 것으로 누가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지 지켜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걷는 것 자체는 오래전부터 전반적인 신체 기능에 이로운 것으로 잘 알려졌다. 그러나 걷는 것 자체뿐 아니라 보행 속도에 더 많은 중요성이 있다는 것은 잊히는 추세다. 시간의 압박이나 환경 등으로 빨리 걸을 필요가 없을 경우, 대부분 빨리 걷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에 더 빨리 걷는 것이 심장박동수 증가에 좋다고 강조했다. 이는 건강 개선뿐 아니라 조기 위험을 낮추는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5,000만 명의 인구에 영향을 미치며 매년 1,000만 건을 새롭게 발생시키는 치매 발병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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