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경화증은 대부분 증상의 악화와 완화가 반복되는 재발-완화형으로 시작된다(사진=ⓒ123RF)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메이젠트'라 불리는 노바티스사의 신약을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SPMS) 성인 환자 치료제로 승인했다. 성분명은 '시포니모드'다.

다발성 경화증(MS)은 면역체계가 뇌와 척수를 비롯한 중추신경계를 공격해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증상이 호전되거나 완화되다가도 갑작스럽게 악화하는 재발이 반복되며 신경계가 손상되는 등 장애가 남는다는 문제가 있다. 

그동안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던 활동성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취득한 경구용 약물은 메이젠트가 최초이자 유일하다. 

다발성 경화증 신약 메이젠트

증상이 나타났다가 완화되고 재발했다가 완화되는 재발-완화형 다발성 경화증은 가장 일반적인 유형의 다발성 경화증이다. 

재발-완화형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은 발병 후 일정 기간 재발과 완화를 반복하면서 신경계의 손상이 누적된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재발 없이도 증상이 지속해서 악화하는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에 이르게 된다. 

질병의 경과를 조절하고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질병조절치료제(DMT)가 나오기 전에는 재발-완화형 다발성 경화증이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으로 진행하는 데 보통 20년 정도가 걸렸다. 

다행히도 질병 조절치료제가 개발되면서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길이 열렸다. 

덕분에 환자들은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 단계까지 이르지 않을 수 있게 됐고, 이미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 단계에 진입한 환자들은 좀 더 잘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FDA가 성인 환자를 위한 다발성 경화증 경구용 치료제로 메이젠트의 발매를 허가한 것은 임상적 단독증후군, 재발-완화형 다발성 경화증, 활동성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을 겪는 환자들에게 추가적인 치료옵션이 확보됐음을 의미한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신경의학 치료제 관리국의 빌리 던 국장은 "다발성 경화증은 환자들의 삶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FDA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옵션을 개발 중인 제약사들과 함께 지속해서 협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메이젠트의 임상시험 결과

노바티스의 메이젠트는 총 1,651명의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된 임상 3상 'EXPAND'를 통해 효능을 입증해 FDA의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EXPAND는 31개국에서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은, 다양한 수준의 장애가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메이젠트의 안전성과 효능을 비교한 무작위, 이중맹검, 장소통제 연구였다. 

EXPAND의 피험자들은 앞서 2년 동안 장애가 진행됐고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전 3개월 동안 한 번도 재발을 경험하지 않은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로 구성됐다. 

임상시험은 3개월 동안 투여군에 메이젠트를 매일 경구 투여하고 대조군에는 위약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투여군은 재발률, 장애 진행 정도, 자기공명영상(MRI)에 나타난 활성 병변 등에서 대조군에 비해 유의미한 감소세를 보였다.

다발성 경화증으로 인한 기능 장애의 정도를 평가하는 확장형 장애척도점수(EDSS)로 투여군의 장애 진행(CDP) 위험을 측정한 결과, 투여군은 대조군보다 3개월 장애 진행 위험이 21% 낮았다. 

하지만 도보 속도를 측정해 환자의 보행 능력을 평가하는 T25-FW 테스트에서는 투여군과 대조군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MRI 상에서 투여군의 T2 병변 부피는 대조군 대비 79% 감소했다. 

최종 결과에서 다발성 경화증을 진단하는 가장 보편적인 척도인 연간재발률(ARR)은 투여군에서 55% 낮게 나타났다. 

MRI 상에서 가돌리늄 증진 병변이 보이지 않은 환자의 비율은 89%로 나타났다. 새로 발생하거나 크기가 증가한 MRI 상의 T2 병변의 비율은 대조군 대비 57% 감소했다. 

미국 국립다발성경화증협회의 학술연구 부회장인 브루스 베보 박사는 "활동성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성인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옵션이 생긴 것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재발-완화형 다발성 경화증을 겪은 이후 장애 진행에 대한 환자와 의사의 대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발성 경화증을 완치할 방법이 없으므로 현재는 완화치료와 질병 조절치료제로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이 최선이다(사진=ⓒ123RF)

재발-완화 과정이 다발성 경화증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

다발성 경화증을 앓는 대부분 환자는 처음에 재발-완화형 다발성 경화증으로 시작한다. 증상의 악화 또는 재발과 완화, 안정이 반복되면서 질병이 진행됨에 따라 환자의 신경 기능은 점차 소실된다. 

이 과정에서 이동 장애, 통증 및 근육 경련과 같은 증상과 일상적인 생활을 방해하는 잔류성 장애가 발생한다.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발-완화형 다발성 경화증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 단계에 이른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늦추거나 증상의 재발과 재발 사이의 간격을 늘려 환자가 장애 진행으로 고생하지 않게 하려고 질병 조절치료제 및 신약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은 현재 완치방법이 없다. 임상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완화치료와 질병 조절치료제를 처방해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고 고통을 덜어 주며 운동성을 향상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이젠트가 FDA 허가를 취득함에 따라 최초의 경구용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로 자리매김하면서 장애의 진행을 어느 정도 지연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메이젠트는 양성 다발성 경화증과 1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 환자를 대상으로는 시험 된 바 없으므로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 환자에 한정해 선택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가 1~2회 정도 증상의 재발과 회복을 반복한 후, 더는 병이 악화하지 않고 가벼운 정도의 장애만 남거나 장애가 전혀 없이 회복되는 경우에 양성 다발성 경화증이라고 한다. 

또한, 뚜렷한 재발 없이 처음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다발성 경화증을 1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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