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ing News
Medical Findings
‘캡시드’ 분석 통해 ‘HIV’ 감염 방지 
2019-03-15 13:54:03
박은혜
▲전 세계 HIV 감염자는 약 3,700만 명으로 추정된다(사진=ⓒ셔터스톡)

‘캡시드(capsid)’ 구조에 관한 새로운 분석연구가 진행되면서 사람 면역결핍 바이러스(HIV)를 비롯한 각종 바이러스 백신 개발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 델라웨어대학과 피츠버그대학의 연구진은 ‘캡시드(capsid)’의 구조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전미 과학 아카데미 회보(PNAS)에 실렸다.

캡시드는 바이러스를 둘러싼 껍질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총칭한다.

연구팀은 HIV ‘캡시드(capsid)’의 구조와 더불어 TRIM5-알파 단백질과 캡시드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면서 캡시드가 안정화되는 과정 등을 파악하게 됐다. 

이 연구 결과는 캡시드 억제제를 비롯해 새로운 항바이러스 신약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980년대 초에 의학 전문가들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래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가 시행됐다. 

HIV의 작용 기전을 이해하려는 많은 연구와 조사가 진행되면서 HIV에 걸린 사람의 에이즈 발병을 막는 데 효과적인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이 개발됐다. 

그런데도 전 세계에서 약 3,700만 명의 사람들이 HIV에 걸린 채 살고 있으며, 이 가운데 15세 미만 어린이들의 수도 약 200만 명에 이른다. 

매년 약 100만 명이 에이즈에 의해 사망한다. HIV의 작용 기전과 전염성의 여러 측면에서 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도 상당하다는 뜻이다.

캡시드에 초점을 맞춘 연구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은 캡시드가 구성하는 껍질 안에 자리 잡고 캡시드는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위험인자로부터 보호한다. 

자연계에는 디옥시리보 핵산(DNA)과 리보핵산(RNA)을 분해하는 효소가 다량 존재하므로 캡시드가 없다면 바이러스 유전물질은 쉽게 파괴된다.

최근 HIV에 대한 상당히 많은 연구가 캡시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합동 연구팀은 바이러스를 보호하는 껍질의 무결성에 흠집을 낼 수 있는 핵심 단백질과 캡시드 사이에 특정한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것은 HIV 감염이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한 걸음 나아간 것이며, 연구팀은 HIV 감염을 막는데 중요한 일이라며 의미를 두고 있다. 

연구를 이끈 델라웨어대학 화학 및 생화학 교수인 타티아나 폴레노바 박사는 “이 연구가 기초적인 조사를 수행하는 단순한 기초과학이었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수많은 선택지를 열어놓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HIV의 구조 생물학에 대한 이해는 연구자들이 가까운 미래에 이 바이러스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연구팀은 캡시드의 구조를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TRIM5-알파’라는 단백질과 캡시드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포함해 최신 기술과 도구들의 조합을 이용했다. 

캡시드의 구조

HIV는 유전물질인 RNA와 이를 둘러싼 원뿔 모양의 캡시드 그리고 바이러스 막으로 이뤄져 있다. 캡시드 단백질은 육각형 모양의 물질 사이에 오각형 모양의 물질 12개가 군데군데 박힌 모양을 하고 있다. 

구성 요소들이 마치 퍼즐 조각처럼 맞추어져 껍질을 형성하면서,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단백질 껍질로 감싸고 바이러스가 건강한 껍질에 감염을 일으킬 수 있을 때까지 보호한다. 

이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해 만들어진 복제 바이러스들이 다시 캡시드 구조를 갖추고서 세포 바깥의 다른 세포로 퍼지면서 감염이 확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충분히 성숙하기 전에 캡시드가 파괴되면 HIV 감염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지금까지 HIV에 대한 수많은 광범위한 연구들이 수행됐지만 캡시드의 조립 및 해체에 대한 세부사항들은 여전히 잘 파악되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TRIM5-알파 단백질의 제한적 요인에 초점을 맞추고 TRIM5-알파 단백질이 캡시드의 조립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파헤쳤다. 

TRIM5-알파 단백질에 관한 수수께끼 같은 사실이 하나 있다. 붉은털원숭이와 같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주로 서식하는 원숭이에서 TRIM5-알파 단백질이 존재하며 이 단백질은 붉은털원숭이의 HIV 감염을 억제한다. 

인간도 똑같은 단백질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은 이 단백질의 아미노산 하나가 달라 HIV를 막지 못한다. 그래서 TRIM5-알파 단백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에서는 캡시드가 파괴되지 않고 HIV 감염이 억제되지도 않는다. 

인간이 가진 TRIM5-알파 단백질은 HIV를 막는데 붉은털원숭이 것만큼 강력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그 효능을 강화할 방법을 찾아낸다면 HIV 감염 억제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원자 수준의 세부사항까지 복합체 분자의 구조와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핵자기공명 분광기(NMR)를 이용해 캡시드와 TRIM5-알파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관찰했다. 

▲연구자들은 분자의 움직임을 조사하고 분자의 자연적 기능이 어떻게 수행되는지를 배운다(사진=ⓒ블루플래닛스튜디오)

전산 현미경

한편 델라웨어대학의 화학 및 생화학 조교수인 후안 페릴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피츠버그 슈퍼컴퓨팅센터의 브리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HIV의 ‘전원자 분자 역동성 시뮬레이션’을 실행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분자의 움직임 및 분자의 자연적 기능이 어떻게 수행되는지를 파악했다. 컴퓨터에 의한 이러한 시뮬레이션은 낮은 원자 수준에서 분자의 움직임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종종 ‘전산 현미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연구팀은 TRIM5-알파 단백질이 캡시드의 바깥 부분에 결합해 캡시드의 단단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울러 캡시드와 TRIM5-알파 단백질 사이에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없었던 영역 또한 캡시드의 구조에 상호작용의 영향을 미친다는 놀라운 사실 또한 발견했다.

연구팀은 몇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들면 이에 따라 미성숙한 해체가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자체적으로도 역동적인 캡시드는 구성 분자에서 1조분의 1초인 ‘피코초’에서부터 수 초에 이르는, 심지어 이보다 더 느린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HIV의 발달과 감염으로 나타나는 복잡성과 역동성을 계속해서 증명한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의 캡시드 구조를 잘 이해하면 향후 더 효과적으로 HIV 감염을 막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오늘의 베스트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