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맹장을 제거하는 맹장 수술을 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

맹장 수술은 맹장염을 치료하기 위해 맹장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의사들은 이 수술로 환자를 맹장염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수술로 파킨슨병의 발병 위험까지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최근 노스웨스턴대학과 반 아델 연구소 등을 포함해 여러 기관의 연구진들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 파킨슨병과 관련이 있는 특정 단백질이 맹장에 축적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따라서 맹장을 제거하면 파킨슨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맹장 수술로 파킨슨병의 위험 감소

맹장은 소장과 대장의 경계에 위치한 기관이다. 약 4인치 정도 길이의 이 기관이 정확히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아직 전문가들도 알지 못한다. 일부 연구자들은 맹장이 설사 후 소화계를 재가동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익한 박테리아가 머무는 곳이라고 이론을 제시했다. 반면, 진화 과정에 있는 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비록 맹장의 기능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지만, 사람들은 맹장염을 앓을 수 있으며 때로 치명적인 상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맹장 수술은 임상의들이 맹장염을 치료하기 위해 선택하는 수술법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이 수술로 신경변성 질환인 파킨슨병의 유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 연구 결과를 통해 파킨슨병의 근원 기관이 맹장인 것을 확인했으며 새로운 치료 전략을 고안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고 이번 연구의 선임 저자인 비비안 라브리 박사는 말했다.

맹장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지만, 연구자들은 면역 체계와 위장 체계 같은 특정한 생물학적 과정에 맹장이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특히, 맹장이 위장 마이크로바이옴과 장-뇌 축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근거로 삼고 있다.

맹장은 파킨슨병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팀은 스웨덴 국립환자등록소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리고 169만8,000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하고 최대 52년 동안 후속 연구했다. 이 기록에는 환자의 개인 정보가 제거된 의료 진단 및 수술 이력이 포함됐다. 분석에 따르면, 55만1,647명이 맹장 수술을 받았다. 연구팀은 수술 받은 환자를 수술을 받지 않은 두 개의 대조군과 비교했다.

그 후 맹장 수술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환자들과 파킨슨병의 위험성을 비교했는데, 그 결과 맹장 수술을 받은 사람은 받지 않은 사람보다 파킨슨병에 걸릴 가능성이 19% 감소했다. 그리고 수술을 받고 시골에 거주하는 사람의 경우 파킨슨병 발병 위험성은 최대 25%까지 낮아졌다.

다음으로, 맹장 수술을 받은 후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들의 발병 지연 기간을 조사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평균 진행 지연 기간은 3.6년이었다.

추가 조사에 따르면, 맹장 수술과 파킨슨병 간의 두 가지 중요한 세부내용이 있다. 맹장을 제거했지만 그 이전에 이미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은 맹장 수술로 인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와 유사하게, 파킨슨병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도 맹장 수술로 인한 혜택을 받지 못한다.

맹장이 파킨슨병 유발에 영향을 주는 생물학적 이유는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축적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건강한 사람과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의 맹장에서 여러 개의 혹이 있는 단백질을 확인했다.

▲맹장 수술을 받은 사람은 파킨슨병에 걸릴 가능성이 낮아진다((사진=ⓒ셔터스톡)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

이 단백질은 파킨슨병과 관련이 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은 두뇌 속 이 단백질에 지나치게 많은 혹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혹이 맹장에도 있었다. 연구진은 맹장에서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을 분석하고, 이 작은 기관에 있는 단백질 혹이 파킨슨병 환자의 두뇌에 있는 유형과 비슷한 병원균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작은 혹이 맹장에 있을 때는 정상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존재만으로 질병의 원인이라고 분석할 수는 없다"라고 라브리 박사는 덧붙였다.

연구진은 현재 파킨슨병의 위험 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요인이 파킨슨병 유발에 영향을 미치고 맹장이 두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 중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도 맹장 제거를 권하지는 않았다. 맹장과 파킨슨병의 연관성을 뒷받침할 만한 임상 증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메디컬리포트=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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