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이 항상 기존약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출처=123rf)

암의 악화 현상을 막기위한 신약 처방 등 대체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지만, 사실 신약이라고 해서 모두 기존의 약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약 vs. 신약

스탠포드대 의과대학이 최근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HPV(인유두종 바이러스)양성 암과 관련해 독성이 적은 새로운 대체 치료법이 전통적인 시스플라틴 화학 요법 보다 덜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국립암연구소와 엘리 릴리, 그리고 구강암재단이 지원한 이번 임상 시험은 질병의 진행 및 환자의 생존을 추적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됐다. 연구팀은 미국 내 182곳 보건 센터의 환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새로운 약물인 세툭시맙과 기존 약물을 무작위로 2세트씩 투여했다. 그 결과 세툭시맙을 투여받은 환자들은 기존의 약물인 시스플라틴을 투여받은 사람들에 비해 더 열악한 결과를 보여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방사선 종양학 의장이자 수석 연구원인 큐인-투 레 박사는 이전 연구에서 세툭시맙이 시스플라틴과 비교해 부작용이 적은 생존율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규모 연구에서 장기적으로 이 두가지 약물의 비교 시험은 수행되지 못했다. 그는 이번 연구와 관련해, 연구팀이 수행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고 인정했다. 결국 이에 따라 구강 인두암에 대한 독성이 덜한 치료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설명이 된다.

이번 시험은 HPV 양성으로 진단받은, 구강 인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대학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HPV의 일부 아형은 혀밑과 편도, 입천장에서 발생하는 구강 인두암을 유발할 수 있다. HPV 감염은 이 유형의 암에 약 60%가량까지 영향을 미치는데, 보통은 방사선이나 화학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초기에 진단을 받기 때문에, 장기적인 치료에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작용은 청력 감소나 신장 문제 등으로, 시스플라틴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일부 연구자들은 이전 연구의 결과, 즉 시스플라틴보다 세툭시맙이 부작용이 덜 하다는 주장에 근거해 세툭시맙과 방사선 요법을 처방하고 있다.

레와 연구팀은 서로 다른 센터를 통해 무작위 임상 시험을 실시했다. 그리고 두 약물의 효과를 조사했는데, 2011년 6월부터 2014년 7월 사이에 HPV 양성으로 진단받은 구강 인두암 환자 총 987명을 대상으로 세툭시맙 혹은 시스플라틴을 투여했다.

그 결과, 세툭시맙을 투여받은 환자 399명 가운데 5년 생존율은 77.9%로 나타났으며, 반면 시스플라틴을 투여받은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84.6%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진행 생존율 역시 세툭시맙군의 환자들은 67.3%, 시스플라틴군은 74.8%로 시스플라틴군의 환자 비율이 더 높았다. 또한, 약물 복용으로 인한 독성 수준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레 연구원은 처음에는 세툭시맙의 독성이 덜하다고 가정했지만, 연구 결과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나타난 것이다. 연구원은 면역 요법같은 독성이 덜한 치료가 연구될때까지, 표준 치료 요법으로 시스플라틴을 고수할 필요가 잇다고 권장했다.

▲hpv 양성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신약보다 기존 약이 생존율과 재발율에서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 동일한 결과

버밍엄대학이 수행한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다. 대학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구권에서 지배적인 암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고 있는 인후 암은 발병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인후 암 발병 사례는 1970~1995년 사이 보다 1996~2006년으로 이어오면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그리고 2006~2010 사이에도 역시 두 배로 증가했다. 흡연과 알코올은 특히 인후 암의 주요 원인으로, 노동 분야에 종사하는 65~70세 남성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현재 HPV는 인후 암의 주요 원인으로, 바이러스는 종종 성적으로 전염된다.

그러나 시스플라틴 화학 요법과 방사선 요법의 병용 치료에 잘 반응하는 환자의 경우 약 30~40년간 생존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부작용은 구강 건조 및 삼킬때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 등이다.

이와 관련해 De-ESCALaTE HPV 연구가 수행됐다. 워릭대학이 후원한 이 연구는 영국과 아일랜드, 네덜란드 환자의 부작용과 생존을 조사한 것으로, 2012~2016년 사이에 이루어졌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약 57세였으며, 성별 비율은 남성이 80%를 차지했다. 그리고 연구 결과, 독성과 관련해 약물간 작은 차이는 발견됐지만, 생존율과 암 재발률의 차이는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툭시맙군은 29건의 재발과 20건의 사망 사례를 보였지만, 시스플라틴은 10건의 재발과 6건의 사망만을 보인 것이다. 생존율의 경우도 세툭시맙은 89.4%, 시스플라틴은 97.5%로 더 높았다.

버밍엄대학의 연구 책임자인 히샴 메하나 교수 역시 레 연구원과 마찬가지로 세툭시맙이 동일한 생존율을 보일 수 잇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별도의 기관에서 실시된 두 연구를 통해, 새로 개발된 신약이 모두 전반적인 건강 향상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영국암연구소의 엠마킹 박사는 이번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환자 치료를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컬리포트=손승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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