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격근의 기능에 영향을 주고 근육 마비를 일으키는 질환이 있다. (출처=셔터스톡)

근세관성근병증(myotubular myopathy)은 골격근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희귀 유전 질환으로, 오직 남성에게 발병하며 일반적으로 출생 시 또는 유아기에 나타난다. 남아 5만 명당 약 1명꼴로 발병하며, 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다. 호흡근의 약화로 인해 중증 호흡곤란이 특징이다. 따라서 유아기를 잘 넘기고 살아남는다고 해도 대다수 환자가 기계적인 환기 장치에 의존해 살아야 한다.

스위스와 프랑스 연구원들이 공동 연구에서 근세관성근병증의 발달을 현저하게 늦출 뿐만 아니라 동물 실험 결과 평균 수명을 최대 7배 연장하는 분자를 발견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근세관성근병증

근세관성근병증, 또는 X-연관 근세관성근병증은 중심핵근병증(centronuclear myopathy)에 속한다. 중심핵근병증의 중요한 특징은 근육세포 핵의 이동이다. 정상적인 근육세포 발달에서는 핵이 세포의 외부 가장자리에 위치하게 되나 중심핵근병증을 가진 사람에서는 핵이 세포의 가운데에 위치하게 된다. 근세관성근병증의 진단을 위해서는 우선 근육 생체검사로 상태를 살피고, 확진을 위해 DNA 혈액 분석으로 근병증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확인한다.

일반적인 세포에서는 마이오튜불린(myotubularin) 단백질은 쉽게 볼 수 있지만, 근세관성근병증에 걸리면 마이오튜불린 단백질이 아예 없거나 심각하게 줄어든 것이 관찰된다. 마이오튜불린 단백질의 기능은 아직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이러한 유전자 변이가 발생할 때 근육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근세관성근병증에 걸리면 근육 통증을 느낀다. (출처=셔터스톡)

근세관성근병증을 앓는 영아들은 근육에 문제가 있으므로 서 있거나 걷거나 앉아있는 것과 같은 운동 기능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근육이 허약해 젖을 빨거나 삼키기가 어렵게 된다. 근세관성근병증이 있으면 호흡에 관여하는 근육의 약화로 인해 호흡장애가 발생한다. 따라서 기계적인 환기 장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일부는 잠자는 동안에만 기계 환기 장치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평생 이 장치에 의존해 살아야 하는 환자들도 있다.

안구운동을 조절하는 근육이 약화하거나 마비되어 안근마비(ophthalmoplegia)가 올 수도 있다. 눈 근육을 통제하는 안면근육의 약화로 위 눈꺼풀이 아래로 쳐질 수도 있고, 반사 장애로 무반사(areflexia)가 나타나기도 한다.

근세관성근병증은 뼈의 발달을 저해해 불완전뼈발생(brittle bones)을 초래하기도 한다. 척추가 휘어져서 몸이 좌우로 기울거나 돌아가 변형되는 척추측만증(scoliosis)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근세관성근병증 환자는 보통 중증 호흡곤란 때문에 대부분 첫 돌이 되기 전에 사망한다. 어른이 될 때까지 생존하는 환자는 소수이다.

▲ 타목시펜이 근육 마비를 막기 위해 연구되고 있다. (출처=셔터스톡)

근육 마비를 막기 위한 타목시펜

스위스 제네바 대학(UNIGE)의 연구원들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연구원들과 팀을 이루어 근세관성근병증의 발달을 현저하게 늦출 뿐만 아니라 동물 실험 결과 평균 수명을 최대 7배 연장하는 분자를 발견했다. 유방암 치료에도 사용되는 타목시펜(tamoxifen)이다.

연구팀은 타목시펜이 근육 섬유 보호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쥐 실험에 사용했다. 타목시펜은 섬유화 조절(anti-fibrotic) 항산화 물질이며 미토콘드리아를 보호한다. 연구팀은 근세관성근병증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근세관성근병증에는 근본치료가 없으므로 환자와 가족들은 신체 기능을 유지하거나 증상의 완화를 목표로 하는 치료법으로 이 질환에 대처한다. UNIGE 제약과학부 연구원인 올리비에 도르치스(Olivier Dorchies)는 근세관성근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임상 시험을 거쳐 유효성을 확인하기까지는 수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도르치스는 "그래서 우리는 생명을 위협하는 이 질환에 대처하는 보다 빠른 방법을 찾기 위해 인간의 다른 치료법에 이미 허가된 분자를 연구하게 됐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팀은 근세관성근병증에 걸린 쥐에게 매일 타목시펜을 음식에 섞어 투여하는 실험을 했다. 투여량은 0.03㎎, 0.3㎎, 3㎎으로 달리했다.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근세관성근병증에 걸린 쥐는 평균 45일 동안 살았다. 타목시펜을 투여한 경우, 매일 0.03㎎을 투여한 쥐는 평균 80일, 0.3㎎을 투여한 쥐는 평균 120일, 3㎎을 투여한 쥐는 최대 290일까지 살았다. 일부는 400일 이상 살았고, 이는 타목시펜을 투여하지 않은 쥐에 비해 7배나 긴 생존 기간이었다. 게다가 타목시펜을 투여한 쥐에서는 마비 현상이 줄었고 어떤 경우에는 마비가 중단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쥐가 근세관성근병증의 증상을 처음 보였을 때 치료를 시작했다. 그리고 약물을 일찍 투여하면 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도르치스 연구원은 "우리 연구와 동시에 토론토 아동병원의 한 연구팀이 더 어린 쥐에게 이 약물을 시험한 결과, 근세관성근병증이 발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간의 경우에는 근세관성근병증이 태아 발달 과정에서 시작되므로, 출생 후에 이 약물을 투여하면 마비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지를 알기 어렵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연구팀은 연구를 계속할 것이고 다른 유전 질환에 타목시펜을 사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이들은 몇 년 후에 임상 시험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연구 결과를 이용하여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연구팀은 낙관하고 있다.

[메디컬리포트=최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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