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긴 청소년일수록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서적 질환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출처=게티이미지)

전자기기 사용 시간과 미성년자의 불안, 우울 간 상관관계를 밝혀낸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어린이보다 사춘기 청소년이 전자기기 사용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샌디에이고주립대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춘기 청소년들은 지속해서 전자기기를 사용할 경우 정신건강 문제를 겪을 확률이 더 높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예방의학 리포트(Preventive Medicine Reports) 저널에 게재되었다.

전자기기 사용이 청소년 및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

세계보건기구는 최근 제11차 국제질병분류 개정안에 게임 장애를 새로 포함했다. 게임 장애는 게임을 하는 것이 인생에서 최우선 순위가 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는 특징이 있으며 중독의 일종이다. 이 습관의 심각성은 청소년이 개인위생, 적절한 식사습관, 사회생활, 심지어 학교나 직장 생활을 등한시하게 만든다는 것에 있다.

샌디에이고주립대 연구팀은 2세에서 17세 사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오랜 시간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자녀에게 TV 시청, 컴퓨터 또는 콘솔 게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며 보내는 시간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제한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자녀가 전자기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록, 불안과 우울에 더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10대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유의해야 한다.

연구팀은 전국어린이건강조사(National Survey of Children's Health)에 속한 4만337명의 데이터를 조사하였다. 2세에서 17세 아이들의 양육자들이 제공한 데이터로 미국 통계국에서 연구팀에 보내온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정보에는 현재 이용 중인 헬스케어 서비스, 정서적, 발달적, 그리고 행동적 문제, 그리고 하루 전자기기 사용 시간 등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자폐증, 뇌성마비, 발달지연 등 특정 질환으로 진단받은 아이들의 자료는 조사에서 제외했다. 이러한 질환이 아이들의 일상생활 데이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및 어린이의 전자기기 사용 시간과 관련 요소들을 분석한 결과,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길수록 불안 및 우울 등 정신적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그 뿐만 아니라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하루 7시간 이상인 그룹은 하루 1시간 이내인 그룹보다 정신적 문제를 겪을 확률이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불안이나 우울 위험 증가는 특히 어린이보다 청소년 집단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처음에는 전자기기 사용이 어린 아이들보다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다소 의아했다. 하지만 10대들은 주로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반면 어린이들은 TV나 비디오를 본다는 점, 그리고 스마트폰 및 SNS 사용이 TV 및 비디오 시청보다 훨씬 더 삶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기존 연구 결과들을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연구의 저자이자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자인 진 트윈지(Jean Twenge)는 말했다.

▲불안 및 우울 위험은 특히 10대 청소년들에게서 두드러졌다(출처=게티이미지)

10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외에도, 전자기기 사용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하루 4시간 이상의 전자기기 사용은 심리적 건강을 저하시켰다.

-미취학 아동의 고강도 전자기기 사용은 아이가 버릇없이 행동하나 떼를 쓸 확률을 200% 가까이 증가시켰다.

-장시간 전자기기를 사용한 미취학 아동의 경우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흥분 상태에서 진정할 확률이 46%나 더 낮았다.

-14~17세 청소년 중 하루 7시간 이상 전자기기를 사용할 경우 하루 안에 주어진 일을 다 끝낼 확률이 42.2% 더 낮았다. 하루 4시간가량 전자기기를 사용한 청소년은 주어진 일을 완수할 확률이 27.7% 더 낮았고, 하루 1시간가량 사용할 경우 이는 16.6%로 줄어들었다.

-9~13세 청소년 중 하루 1시간 이상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경우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것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하루 1시간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아이들 중 9%, 4시간가량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아이들 중에서는 13.8%, 그리고 하루 7시간 이상 사용하는 아이들 중에서는 22.6%가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데에 흥미를 덜 보였다.

적합한 전자기기 사용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2016년 10월,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는 영유아 및 10대 청소년들을 위한 권장 전자기기 사용 시간을 발표했다. 어린 아이들이 과도한 전자기기 사용 및 부적절한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적절한 사용 시간을 안내함으로써 필요 이상으로 전자 기기에 의존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 했다.

18개월 미만 영아의 경우 전자기기에 노출되지 않을 것이 권장된다. 그러나 디지털 콘텐츠를 접하게 해주고 싶다면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해 보여줘야 한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콘텐츠를 시청하며 그 내용에 대해 적절히 지도해야 한다.

2~5세 유아의 경우 하루 1시간 이내로 전자기기 사용 시간을 제한해야 하며, 역시 양질의 콘텐츠만을 선별해 시청하도록 한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콘텐츠를 보며 지도해줄 것이 권장된다.

6세 이상 어린이의 경우 부모가 나서서 일관성 있는 전자기기 사용 시간을 정하고 이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전자기기 사용으로 인해 수면이나 식사 등 다른 생활에 지장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전자기기 사용과 기타 일상생활 사이의 건강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6세 이상 아동의 경우 하루 2시간 내외로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할 것이 권장된다.

[메디컬리포트=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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