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로 인한 나쁜 기억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출처=123RF)

매우 고통스러웠던 기억과 트라우마는 평생토록 잊기가 어렵다. 비록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엄청난 고통을 가진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는 했더라도, 여전히 완벽히 치유할 수 있는 명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부정적인 기억으로 인한 부작용은 언제나 다시 재발하기 마련이다.

공포증이나 트라우마로 인해 유발되는 가장 일반적인 정신 장애 가운데 하나는 바로 불안 장애다. 이를 치료하는데 많이 쓰이는 방법은 인지행동 치료다. 인지행동 치료는 환자를 통제되고 안전한 환경에 둔 채, 그대로 공포와 두려움에 노출시키는 방법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환자가 개 공포증을 겪고 있다면, 치료실 내부에 상냥하고 온순한 개를 등장시켜 서로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것. 이러한 치료를 통해 환자는 일부 개들은 친절하며 모든 개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서서히 마음속에 키울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불안 장애의 50%가량은 약물 치료 후에도 수년 내 재발하곤 한다.

나쁜 기억, 왜 지워지지 않을까

두려움과 트라우마로 인한 경험은 머릿속에서 지우기가 매우 어렵다. 공포스러운 기억은 인간의 진화 역사 초기에서 개발된, 뇌의 일부 영역인 편도체에 저장된다. 이는 건강한 두려움의 기억을 통해 향후 위험한 상황에서 안전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그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준다.

인간의 뇌에는 위험한 정보와 두려웠던 기억을 저장하는 영구 저장 장치가 존재한다. 가령 야생에서 사자를 만나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으면 바로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 그러나 동물원에 사는 사자의 경우, 거의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두려운 기억을 저장하는 영구 저장 장치는 때때로 치료 후에도 나쁜 기억이 재발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개를 두려워하면 이는 모든 개가 위험하다는 두려운 기억과 믿음에서 비롯된다. 치료를 통해 대부분의 개가 친숙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새로운 기억을 형성시키는데, 이 새로운 안전 기억 장치는 특정 상황, 즉 치료실에서 만나는 안전한 개라는 특정 환경과 상황에만 얽매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뇌의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부분인 전두엽 피질은 편도체가 위험한 개들에 대한 기존의 두려운 기억을 되찾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재발은 그러나 개를 새로운 맥락에서 만날 때 발생한다. 만일 공원에서 한 마리의 개를 본다면, 기본적으로 뇌는 공포스러운 기억을 검색하게 되고 이는 공포 기억이 환경과 문맥의 변화에 따라 갱신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억을 지우는 것, 가능할까?

토론토대학 연구팀이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뇌의 특정 뉴런은 새로운 기억이 생성될 때마다 특정 패턴으로 엔그램(기억 흔적)을 발사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 특정 뉴런은 서로 경쟁하면서 엔그램의 일부가 되는데 바로 두려운 기억이 되는 것이다. 뇌에는 수백만 개의 뉴런이 존재하는데, 이 가운데는 두려운 기억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것들은 불과 소수에 그친다.

연구팀은 특정 뇌 단백질의 과잉생산으로 공포스러운 기억을 일으키는 뉴런을 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두려운 기억과 관련된 표적 뉴런을 유전적으로 제거하면, 이러한 원치 않는 기억이 지키고 싶은 기억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제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코카인에 중독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따르면, 이러한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됐다. 연구팀은 쥐가 마약을 복용할 때마다 쥐가 개발한 감정적 기억을 제거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시나 조세린 박사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이처럼 본질적인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려움과 트라우마적인 추억을 지울 수 있다는 논리다.

박사는 다만 이 방법에 대한 중대한 윤리적 함의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억을 지운다는 것 자체에 엄청난 논쟁이 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쁜 기억에 제대로 대처하기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있는 또 다른 유용한 방법들도 있다. 일단 먼저 심리 치료를 통해 과거의 트라우마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감정적인 축적물들을 모두 쓸어내 버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제대로 알고 깨닫기 위해 깊숙이 파고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트라우마로 인해 발생된 불안감이나 공포증이 유발하는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식별하는 것이다. 유발 요소는 과거의 트라우마 사건을 다시 상기시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이에 성공적으로 해당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실천해 극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자신의 내면의 힘을 발견해 트라우마와 불안을 극복할 동기부여는 큰 도움이 된다.

[메디컬리포트=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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