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경험하는 주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출처=게티 이미지)

슬픔은 가장 다루기 어려운 감정 중 하나다. 슬픔은 외로움, 죄책감, 충격, 불신 또는 분노와 같은 다양한 감정이 혼합되기 쉽고 신체적 및 정서적 건강에 영향을 주는 상실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이기도 하다. 상실에 대처하는 옳고 그른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은 건강한 방식으로 슬픔에 대처할 수 있다.

슬픔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과 주변 지인들은 회복 과정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슬픔에는 5가지 단계가 있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 및 수용이 그것이다.

위 단계는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져 왔다. 그러나 명백히 슬픔은 개별화된 경험이며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주기를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단계의 순서가 바뀔 수 있고 몇몇 단계는 여러 번 반복되기도 한다. 어떤 단계에서 멈추기도 하며 일부 단계는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슬픔의 과정

영국의 정신과 의사 존 볼비(John Bowlby)는 슬픔의 단계를 최초로 주장한 인물이다. 볼비는 동료였던 콜린 팍스(Colin Parkes)와 함께 슬픔의 4단계를 고안해냈다. 첫 단계는 '무감각과 충격'으로, 급작스러운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감각을 잃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 단계는 '그리움과 갈망'이며 공허함을 느끼고 자주 상실에 대해 떠올리고 추억을 되새기며 남아있는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해체와 절망'으로, 분노와 절망감을 강하게 느끼고 심지어 우울증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마지막 단계는 '회복과 재구성'이며 희망을 되찾고 일상생활로 복귀할 준비를 하는 단계이다.

볼비와 팍스의 모델은 1960년대 초반에 처음 제안되었다. 이후 1969년 스위스계 미국인 정신과 의사인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에 의해 오늘날 널리 알려진 슬픔의 5단계가 개발됐다. 퀴블러로스가 주장한 슬픔의 5단계는 원래 말기 환자들의 반응을 이해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일반적인 슬픔을 이해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이 단계는 단순히 죽음에 이르는 상실을 다루는데 사용될 뿐만 아니라 그 밖에 다양한 상실 경험에도 적용되고 있다.

1단계, 부정

부정은 퀴블러로스의 모델에서 볼비와 칵스가 무감각과 충격이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하다. 슬픔을 경험하는 개인은 삶의 감각을 잃고 상실이 발생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2단계, 분노

두 번째 단계는 초기 모델에는 없는 항목이다. 개인이 자신과 타인에게 분노를 느끼는 과정을 포함하며 상실이 발생해야 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묻는다. 일부는 신을 향해 분노하며 존재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기까지 이른다.

3단계, 타협

세 번째 타협의 단계에서 개인은 상황을 되돌리고 싶은 욕구와 상실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만약...이랬다면' 이라는 가정을 자주하게 된다.

4단계, 우울

절망이나 슬픔과 관련된 격렬한 감정을 경험하며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5단계, 수용

수용은 현실을 받아들이며 소중한 사람을 잃었으나 여전히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슬픔 다루기

상실을 극복하는 여러 단계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왔다.

한 연구는 자연적인 원인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지 2년이 지난 233명의 고령자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퀴블러로스 모델의 수정된 버전을 사용하여 참가자를 검사했다. 그 결과 슬픔을 경험하는 순서는 예상과 동일하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급작스러운 상실을 경험한 참가자들은 강한 부정을 나타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같은 감정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이후 4, 5, 6개월 차에 이르러 갈망, 분노, 우울의 감정을 차례로 겪었다. 결국 모든 감정이 감소하고 24개월이 지나자 수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방식은 제각각이다

전반적인 경과는 퀴블러로스 모델에서 제시하는 것과 일치했으나 실제 연구는 다양한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첫째로 부정은 상실 직후 매우 높았다가 줄어들었으며 수용은 상실 직후에도 현저히 높게 관찰됐다. 따라서 수용은 슬픔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며, 상실 직후에 시작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성장하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퀴블러로스 모델의 5단계에서 제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움' 또한 부정적 경험 목록 상위에 올랐다. 그리움에 비해 경험 빈도가 적은 임상적 우울 증상을 고려할 때 슬픔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나이든 참가자뿐만 아니라 자연적인 사망 원인과도 관련되기 때문에 섣불리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젊은 사람들이 참여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슬픔의 패턴이 다르게 나타났다. 그리움이 부정보다 앞서 발생했고 우울은 2년간 지속됐다. 게다가 그리움, 분노와 부정이 2년 후에 다시 최고조에 달했고 수용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보였다.

폭력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젊은 성인들은 자연적인 사망과 비교하여 처음 수개월간 부정을 느꼈으며 이후 우울감은 줄어들었지만 두 번째 기일이 다가오자 다시 부정적인 감정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배우자를 잃은 지 18개월 이내의 205명 성인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 일부는 심지어 상실 이전에도 우울증을 앓았고 그 후 곧 회복되었음을 보여줬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장기간 강한 우울감을 느꼈고 일부는 기간 내내 낮은 수준의 우울을 겪었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퀴블러로스 모델이 반드시 순서대로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모든 개인이 똑같은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슬픔의 각 단계는 개인별로 매우 상이하게 나타난다.

▲모든 사람이 퀴블러로스 모델과 같은 슬픔의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출처=게티 이미지)

[메디컬리포트=최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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