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구팀이 크리스퍼를 사용해 말라리아 전염 모기의 번식 능력을 제한하는 실험에 성공했다(출처=123RF)

크리스퍼(CRISPR)를 사용해 통제된 환경에서 모기를 완전히 박멸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유전자 편집 실험에 사용된 모기 종은 '아노펠리스 감비에'로 말라리아를 전염시키는 종이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의 연구팀이 유전자 편집 방법을 사용해 암컷 모기가 새끼를 낳지 못하게 막아 하나의 모기 집단을 제거한 것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 케이지에 갇힌 모기 박멸

▲모기는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같은 질병을 전염시키기 때문에 해충으로 간주된다(출처=123RF)

모기는 뎅기열, 말라리아 및 지카 바이러스 같은 감염질환의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치명적인 곤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6년에만 세계적으로 말라리아에 감염된 사람이 2억 1,600만 명에 달했으며 그 해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는 약 44만 5,000명이었다.

과학자들은 바이오기술의 개발로 크리스퍼 같은 유전자 편집 기술 사용이 가능해졌으며 이를 통해 모기의 번식을 막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모기가 이전에 사용했던 유전자 편집 방법에는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졌었다.

ICL의 연구팀은 실험실 환경에서 모기의 번식을 완전하게 차단할 수 있는 유전자 유도 기법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 방법을 아노펠리스 감비에 모기에 적용하여 암컷 모기를 불임 상태로 만들었다. 아노펠리스 감비에는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말라리아를 퍼뜨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는 2016년에만 세계적으로 2억1,600만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됐다고 밝혔다(출처=123RF)

연구 선임 저자인 안드레아 크리산티 박사는 "이 획기적인 방법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 세기 동안 인류에게 퍼졌었던 질병을 박멸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중성별(doublesex)'이라 불리는 아노펠리스 감비에의 유전자를 표적으로 삼고 그 속성을 편집하기 위해 크리스퍼를 사용했다. 모기에서 볼 수 있는 이중성별 유전자는 이 모기가 암컷 또는 수컷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연구팀은 유전자 유도 기법을 사용해 암컷 모기의 개체수를 조작하기 위해 이중성별 유전자에서 선택한 일부를 변형시켰다. 그리고 이 변형 방법은 암컷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전자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연구팀은 케이지에 가둔 모기의 이중성별 유전자를 편집한 후, 암컷 및 수컷 모기를 관찰했다. 관찰 결과에 따르면, 유전자가 변형된 수컷은 변형된 유전자의 단일 복제본을 가진 암컷과 유사하게 어떤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두 개의 수정된 유전자 복제본을 가진 암컷은 암컷과 수컷 모두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로 인해 암컷은 물지도 못하고 알을 낳을 수도 없게 됐다. 그 결과, 번식 능력이 제한됐다.

영향을 받은 여러 세대

연구팀은 유전자가 변형된 모기를 분석학 결과 수정된 유전자가 거의 100%의 전달률을 가진다는 것을 알았다. 이 상당히 높은 전달률로 케이지에 갇힌 모기의 개체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암컷의 불임으로 인해 단지 8세대 동안만 생존했다.

개체수를 제한하는 다른 방법에 비해, 이중성별 유전자에 처리하는 유전자 유도 기술은 유전자 내성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유전자 내성이 적고 변형된 이중성별 조작에 대한 취약성 때문에 모기의 세대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모기는 결국 내성이 생기게 될까?

연구팀은 케이지에 갇힌 모기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유전자 내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실험실 외부 환경에서 적용하기 전에 안정적인 유전자 조작법을 확인할 수 있도록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크리산티 교수는 "아직까지는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다 큰 실험실 기반 연구에서 기술을 적용해야 하고 말라리아에 취약한 나라에서 실현 가능성도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양한 모기 종을 대상으로 유전자 유도 기술의 효능을 추가로 테스트할 필요도 있다. 이중성별 유전자는 곤충 세계에서는 일반적인 일이지만, 일부 곤충은 다르게 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유전자 내성이 실생활에서 발생할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

이 기술을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인가?

연구팀은 조작된 유전자 기술의 효능과 안정성을 철저하게 확인하기 위해 추가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있다. 먼저, 실제 환경 같은 장소에 가둔 대규모 모기를 대상으로 실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환경에는 생태계적인 요인과 먹이를 구하기 위한 경쟁도 포함되어야 한다. 조작된 유전자의 불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뎅기열이나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같이 다른 모기 종을 포함시킨 테스트도 실시해야 한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이러한 모기 종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연구팀은 다른 질병 보균 모기를 제거할 때에도 이 방법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산티 교수는 야생에서 변형된 유전자를 가진 모기를 테스트하기 전까지 5~1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연구진은 말라리아 근절에 유전자 유도 솔루션이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본다.

[메디컬리포트=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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