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플 때 화가나는 행그리는 생물학적, 성격, 그리고 환경의 상호작용과 관련된 정서적 반응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출처=123rf)

기분이 좋지 않거나 언짢을 때 자신도 모르게 심술궂은 행동을 하게 된다. 직장이든 학교든 상관없이, 그 상황 자체가 큰 영향을 끼치면서 나도 모르게 기분과 행동에도 그대로 영향이 미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과도 연관이 있다.

그러나 배가 고플때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곤한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때쯤이면 어김없이 짜증이 나거나 기분이 좋지않게 되는 것인데, 이를 일명 행그리(Hangry)라고 한다. 바로 배고프다는 헝그리(Hungry)와 화가 난다는 앵그리(Angry)가 합성된 것으로, 한마디로 배가고파서 화가난다는 뜻이다.

이전의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행그리 현상은 실제로 기분에 영향을 준다. 이는 이러한 기분이 주로 호르몬이나 신체의 자율신경계같은 주요 시스템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배가 고플때는 종종 스트레스와 관련된 두 가지 뇌 화학 물질인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방출되기 때문에, 기분이 나빠지거나 심리적인 고통이 생긴다.

이처럼 행그리는 배고픔에 의해 유발된 감정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다른 연구에서는 행그리 상태가 실제로 저혈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 발견됐다.

행그리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이 수행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배고픔과 기분이 언짢아지는 행동 현상은 주로 생물학적 그리고 성격 및 환경의 상호작용과 관련된 정서적 반응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의 주 저자인 제니퍼 맥코맥은 누구나 배고픔이 때때로 주변 감정과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러한 분노나 짜증이 나타나는 현상은 최근에 와서야 옥스포드 사전에 기재됐다며, 행그리의 의미를 설명했다. 미국 심리학 협회에 실린 이 번 연구는 배고픔에 의해 유발된 상황과 관련된 심리적 요인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이해를 얻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정서적 맥락과 자기 인식은 행그리를 겪을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관찰됐다

배고픔에서 행그리까지, 정서적 맥락과 자기 인식

연구팀은 특히 행그리를 겪을 때 개인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 두 요소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바로 정서적 맥락과 자기 인식이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크리스틴 린드퀴스트는 이와 관련해, 배고픔으로 인해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 행그리를 느끼게 되지만, 이를 다른 사람들이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강한 감정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을 더욱 자세히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두 가지 실험을 수행했다. 먼저 첫 번째로 미국 내 온라인 참가자 400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배고픔에 대한 수준을 평가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후 중국의 그림문자를 보여주며, 이를 보고 느끼는 감정에 대한 척도를 기록하도록 했다. 척도는 행복감부터 불쾌감까지 7점 척도였다.

실험 결과, 배고픈 사람일수록 그림문자를 불쾌한 것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다만 처음부터 부정적인 이미지가 제시된 후에야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 맥코맥 연구원은 이와 관련, 부정적인 이미지가 사람들로하여금 배고픈 감정을 해석할 수 있는 맥락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즐거운 상황이나 중립적인 상황에서보다 사람들이 배고픔에 빠지게 만드는 불쾌한 상황에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자기 인식 수준 역시 행그리 감정을 유도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결국, 배고픔에 대한 인식이 많아질수록, 불쾌한 감정이 행그리에 대한 감정으로 표현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실험은 200명이 넘는 대학생에게 일련의 실험실 작업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지루한 컴퓨터 작업에 몰두하다 갑자기 충돌 사고가 발생, 이에 연구팀이 사고를 이들 탓으로 모즌 상황에 노출됐는데, 그 결과 배가고픈 참가자들은 실험을 불쾌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것으로 판단했으며, 연구원들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고픔이 결국에는 행그리를 느끼도록 만드는 감정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배고픔을 느끼는 것에도 불구,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평가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한 참가자들은 실험과 연구원 모두에게 정서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컬리포트=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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