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출처=123RF)

비소는 오랫동안 인간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는 독극물로 알려져왔다. 최근 한 연구팀이 유해한 비소를 의료용 치료제로 사용하면 암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내 화제가 되었다.

양날의 검

비소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매우 대중적으로 사용됐던 화합물이다. 로마시대의 악명 높은 네로 황제는 황제가 되기 위해 비소를 사용해 형제를 독살했다. 그러나 비소는 트리파노소마증과 매독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했다.

1918년, 비소는 전시에 적군의 호흡계를 자극할 수 있는 물질로 사용됐고 미국 육군은 화학전을 위해 비소를 무기로 개발했다. 19세기 초에 들어서는 비소 화합물을 급성 전골수구백혈병의 치료제로 승인했다.

비소는 무취 무미의 화합물로 쉽게 알아챌 수 없는 독극물이다. 비소를 섭취하게 되면 식중독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고 설사와 구토를 하게 된다. 상태가 악화되면 마비 증상이 나타나고 곧 사망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이 화합물을 '독극물 중의 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항백혈성 활동

비소의 이 같은 속성은 1878년 최초로 알려졌다. 파울러용액(비소산칼륨)이 실제로 백혈구 증가증 또는 백혈병 환자의 백혈구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를 보인 것이다. 비소는 1930년대 만성 백혈병 환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비소가 혈액 질환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로 알려진 것이다.

2001년, 3산화비소 단일요법으로 급성골수성백혈병환자에게서 완전한 임상적 반응을 끌어냈다. 그리고 이 3산화비소라는 화합물은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승인을 받아 트리세녹스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독소가 암을 치료하는 해결책?

보스턴이스라엘 디컨니스의료센터(BIDMC)의 연구팀은 현재 3산화비소의 항암 효과를 연구 중이다. 쿵 핑 루 박사의 연구팀은 3산화비소 화합물과 기존의 올트랜스 레티노산(ATRA)의 결합을 시도했다. ATRA는 전골수구백혈병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메커니즘은 불분명해 보이지만, 3산화비소와 ATRA 결합물은 여러 종류의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소는 백혈구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출처=맥스픽셀)

연구팀은 이 화합물로 백혈병과 유방암, 간암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비소-ATRA 화합물로 정확하게 하나의 표적 효소를 제거할 수 있게 됐다. 이 효소는 핀1(Pin1)이다.

핀1은 암을 조절하는 스위치와 같다. 즉, 암세포의 세포 분화를 조절하고 암세포에 영양소를 공급하는 단백질을 활성화한다. 그리고 이 핀1은 종양 세포를 억제하는 세포의 억제제로도 기능한다. 따라서 암환자에게서 이 효소를 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핀1은 종양 성장을 주도하고 암세포가 치료에 내성이 생기도록 만든다.

루 박사의 연구팀은 3산화비소가 이 핀1 효소와 결합해 핀1의 작용을 차단 또는 억제해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편, ATRA도 핀1과 결합해 이 효소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핀1효소를 생성하지 못하도록 설계한 쥐 모델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이 설치류는 암에 대한 내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이 치명적인 질병에서 자유롭다는 의미다. 그리고 핀1 차단 활동으로부터 부작용도 감지되지 않았다. 즉, 3산화비소와 ATRA가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연구 결과로 3중 음성 유방암 외에 기타 여러 암을 치료하는 데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이다. 특히, 핀1 양성 반응을 보이는 암환자에게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를 토대로 암 치료 결과가 현저하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공동 연구자인 시아오 전 조우 박사는 덧붙였다.

▲비소는 효과적인 혈액 질환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출처=픽사베이)

향후 연구 가능성

이번 연구 결과는 핀1을 효과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 화합물의 결합물을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다른 종양 유형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피에르 파올로 판돌피 박사는 말했다. 판돌피 박사는 3산화비소와 ATRA 화합물이 혈액암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밝혀낸 최초의 인물이다.

그러나 이 화합물의 사용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ATRA를 사람에게 적용할 경우 효력이 발생하는 기간이 매우 짧다. 즉, ATRA의 작용 기간이 상당히 줄어든다는 의미다. 루 박사는 "ATRA를 사람의 고형 종양에 사용한 임상 실험 결과 작용 기간이 45분이라는 매우 짧은 반감기 수치가 나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보다 개선된 효과를 낼 수 있는 유사한 약물을 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메디컬리포트=김성은 기자]

저작권자 © 메디컬리포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