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정신건강 문제 중 하나다(출처=셔터스톡)

주요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3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정신건강 문제 중 하나다. 우울증은 수명을 단축하는 심혈관 질환 등 또 다른 건강상의 문제를 촉발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우울증이 있거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이 같은 경향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메디컬 뉴스 투데이(Medical News Today)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의학 센터의 로라 한이 이끄는 연구진이 우울증을 진단받은 사람들의 DNA 구조를 분석한 결과, 매우 흥미로운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 신경정신약리합회(European College of Neuropsychopharmacology) 총회와 미국정신과학저널(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발표됐다.

주요 우울증은 조기 노화와 관련 있어

연구진은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DNA가 증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8개월 이상 노화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조기 노화가 폭력, 무시, 학대 같은 정신적 외상을 겪은 사람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울증은 조기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출처=셔터스톡)

한 박사와 동료 연구진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참가자 811명의 DNA와 일반인 319명의 DNA를 분석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혈액 표본을 사용해, 연구진은 피실험자들의 DNA가 연령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조사했다. 결과는 후생유전적 변화가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훨씬 빠른 속도로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러한 변화는 환경과 생활방식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의 결과로 발생할 수 있다.

DNA메틸화는 후생적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 중 하나다. 이는 메틸기가 화학적 공유결합으로 DNA에 첨가되는 것을 말한다. 연구진은 주요 우울증 환자들이 노화를 나타내는 후생 유전적 변화뿐만 아니라 메틸화 정도가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혔다.

위 결과는 특히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이 우울증이 없는 사람들보다 생물학적으로 8개월 더 나이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각한 우울증의 경우 생물학적 나이가 10살에서 15살 가까이 많아질 수 있다. 게다가 이 연구는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이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1.06세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 박사는 이번 연구가 혈액 샘플과 뇌 조직 샘플 모두에게서 유사한 결과를 보였으므로 신뢰도가 매우 높은 연구 성과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연구 결과는 DNA 표지로 생물학적인 나이를 결정하는 '후성유전학 시계(epigenetic clock)'와 같다. 이 시계는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더 빨리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우울증이 뇌 노화와 치매 발병 시기 앞당겨

영국 서섹스대학의 심리학자들은 우울증이 뇌의 빠른 노화와 관련이 있으며 치매와 같은 인지 능력 저하의 위험 인자로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총 7만1,244명을 대상으로 34가지 연구를 실시하고 데이터를 도출했다. 참가자들은 연구 시작 시 치매를 앓고 있었다. 본 연구는 굿테라피(Good Therapy) 웹사이트에 소개됐다.

▲신체적인 노화 외에도 우울증은 뇌의 빠른 노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치매 및 기타 장애와도 관련이 있다(출처=셔터스톡)

해당 데이터는 우울증과 인지 능력 쇠퇴 사이의 주목할 만한 관련성을 보여줬다. 우울증을 앓는 참가자들은 이후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정보 처리 ▲실행 능력 ▲기억 속도 면에서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즉, 우울증이 빠른 뇌 노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치매가 시작되었더라도 한동안 기억 상실과 같은 증상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우울 증상을 인지 기능의 쇠퇴 징후 중 하나로 간주해 판별에 활용할 수 있다. 치매를 완치하는 방법은 없지만 조기 개입하면 증상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이언스 데일리(Science Daily) 웹사이트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인지 능력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우울증의 영향을 포괄적으로 입증한 최초 시도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다르야 게이시나 박사와 앰버 존 박사는 정신질환, 인간발달, 유전학 및 후성 유전학 연구를 통해 뇌 건강과 관련한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게이시나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정부가 정신건강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규정 제정을 위한 적절한 자원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인들의 정신건강을 보호하고 이후 세대의 뇌 기능을 위해 우울증과 불안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 연구원인 존 박사는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다고 무조건 인지 능력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우울증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절망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존 박사는 예방 조치를 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 건강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하며 "특히 노년층의 인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메디컬리포트=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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