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및 외과 수련의들의 우울 증상과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출처=셔터스톡)

대학교는 더욱 심층적인 학습과 자아 개발 및 향상에 도움이 되는 고등 교육이다. 대학이라는 장소에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경험의 폭을 넓히는 것. 그러나 대학은 그만큼 적응하기도 힘들다. 이에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학교 생활을 하는 많은 학생들이 있는데, 이는 그대로 방치할 경우 정신 건강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특히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대생의 경우, 이러한 위험성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과 정신 건강

최근 수 년간 진행된 연구들에 따르면, 학생들은 만성 스트레스와 불안, 소모감, 자살 충동 등의 정신 건강 문제로 고통받을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최근의 한 연구에서도 이같은 결과가 확인됐다. 연구는 100군데 이상의 교육 기관에서 학업을 하는 약 6만 7000명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그 결과 높은 비율의 스트레스와 정신 건강 진단 및 자살 위험이 발견됐다. 특히 소수 성(Gengder) 그룹과 성적 소수자들의 경우, 정신 건강 문제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주 저자인 미국 브리검 여성병원 소아신생아 및 정신 의학과의 신디 리우 박사는 이와 관련해, 대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들을 줄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조사에서 열거한 스트레스 요인들 가운데 일부는 스트레스가 많고 외상적이면서 다루기 힘든 것들이었는데, 가령 학업 성적이나 커리어,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 사회적 관계, 재정 및 건강 문제, 외모, 수면 장애 등이었다.

설문 자체는 학생들이 모두 자체적으로 보고한 것들이었지만, 위험성이 높고 즉시 해결되어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번 연구에서는 특별히 전공이나 다른 특정한 세부 영역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특히 의대생의 경우 학업의 특성으로 인해 정신 건강 문제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실제로 2016년 수행된 한 연구에서는, 의대생과 외과 수련의들이 정신 건강 문제에 있어 훨씬 더 큰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의대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

지난 5월 학교 기숙사에서 자살한 채 발견된 뉴욕 대학의 안드레아 리우(26)의 케이스는 의대생들의 고충과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 뉴스는 의대생들과 외과 수련의들의 정신 건강 문제가 매우 위험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의대생 가운데 27%는 우울증 혹은 그와 비슷한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1%는 학위를 마치는 과정에서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레지던트 가운데 28% 가량이 우울 증상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연구에서는 이러한 우울 증상의 유병률이 일반적인 18~25세, 그리고 26~49세 인구보다 2.2~2.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다시 말해 의대생들은 같은 연령의 일반 사람들보다 우울증 및 기타 정신 건강 문제의 위험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다만, 이 연구로 의대생들의 우울 증상과 정신 건강 문제의 고위험성이 일반화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일부 연구에서는 의학 및 비의학 분야 학생들의 우울 증상 차이가 아주 적은 것으로 보고돼거나 혹은 비의대생들의 경우 13.8~21%의 낮은 비율로 보고돼기도 했다.

그러나 리우의 사망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은, 의학 분야로 진출하려는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다른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의사들을 보호하고 더 많은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의대생 가운데 27%는 우울증 혹은 그와 비슷한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생의 정신 건강 문제 노력 방안

의대생들의 이러한 정신 건강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학협회(AMA)의 티모시 M. 스미스는 건강 문제와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스미스와 함께 미국 의대생 건강 및 학생 생활 실천위원회 위원장인 코코 티람불로 역시 우울증과 번아웃 등의 증상을 겪는 의사들의 수가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체계적인 변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의과 대학에서 배우는 과목과 학업 자체가 매우 심오하고 어렵다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타격을 주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티람불로 역시 외과 수련의로, 매일 매일 많은 외상 사건들과 환자들을 보며 고통받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에 이러한 고통을 표출할 수 있는 출구가 필요하다는 것. 이에 의대생들을 위한 정신 건강 지원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는 자칫 학생들의 커리어와 능력 및 역량에 영향을 미치고 오명을 씌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큰 효과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티람불로는 의료 분야가 가지는 특유의 경쟁적인 환경과 맞물리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인해, 학생들이 정신 건강 상태를 제대로 점검받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명상이나 요가 등으로 마음가짐을 수련할 수 있다치더라도, 이를 할 만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

스미스는 이에 의학 연구 및 학생 평가에 대한 학업 커리큘럼을 재구성해 스트레스와 불안 및 우울 증상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새로운 합격 등급 시스템이 기존의 계층화된 등급에 비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들은 일부에서 구현되는 중이다. 한 예로 AMSA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어려움을 표출하고 토로할 수 있는 온라인 소스를 개발했다. 바로 '베터헬프'라는 온라인 카운셀링 서비스로, 회원들에게 4주의 무료 상담을 제공한다. 미정신의학회(APA) 역시 웰빙과 번아웃에 관한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학생들의 복지 향상에 도움을 주는 여러 소스들을 제공하고 있다.

티람불로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요구했다. 바로 의사를 인간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 그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생명을 구하는데 큰 책임이 요구된다는 이유로, 의사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기대 요구는 의사들의 행복과 복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의사들도 실수를 통해 배운다며, 그들이 모두 완벽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메디컬리포트=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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