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123rf)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진 고유한 유전학적 요소에 따라 음식을 처리하고 이로 인한 건강 혜택을 얻는다. 이처럼 영양소-유전자 상호 작용과 환경은 영양 대사에 있어 개인차를 유발하는데, 유전자가 식이요법에 영향을 주고 식이요법은 유전자 산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들 가운데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은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유전학적 요소와 식단, 그리고 장내미생물군유전체인 마이크로바이옴까지 모두 인간과 영장류 모두에게 복잡하고 개인적인 차이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프리바이오틱스

식단, 즉 식이요법은 인간의 장에 있는 박테리아 같은 요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프리바이오틱스의 개념은 1995년 베릭에 루벵 대학의 교수였던 마르셀 로버프로이드가 영양학회지(Journal of Nutrition)에 실린 논문에 소개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로버프로이드 박사는 논문에서 프리바이오틱스를 이미 장에 존재하는 세균종의 성장이나 활성을 자극하는, 소화되지 않는 식품 성분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건강에 도움이 되고 혜택을 가져다준다는 것. 이는 장에 새로운 박테리아를 가져오는 프로바이오틱스와는 대조적인 개념이다.

프리바이오틱스의 가장 대표적 식품이라고 한다면 야콘을 들 수 있다. 야콘은 콜롬비아 안데스 중북부부터 아르헨티나 북부 지역에서 자라는 국화과의 다년생 식물이다. 파삭거리면서 달콤한 맛이 강하며 덩이뿌리로 구성돼있다. 영어권에서는 페루산 땅속 과일(Peruvian ground apple)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주로 안데스산맥에서 재배되지만 체코나 중국, 필리핀, 일본,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미국, 그리고 국내에서도 일부가 재배되고 있다.

야콘의 덩이줄기는 주로 수분과 프락토올리고당(FOS, fructooligosaccharide)으로 가득한데, 프락토올리고당이 바로 프리바이오틱스다. 시럽과 파우더, 칩, 그리고 큐브가 모두 식물 뿌리에서 만들어진다. 시럽의 경우 뿌리를 주스에 넣고 증발 과정을 거쳐 시럽으로 농축시켜 탄생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럽은 설탕 대체제로 사용이 가능하며, 단맛은 약 30~50% 정도로 나타난다.

프락토올리고당은 또한, 비만을 통제하고 당뇨병의 상태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에 야콘 성분이 함유된 차도 출시되는 등 식이보충제로서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네바다에 소재한 로디프리바이오틱스푸드가 야콘 뿌리가 포함된 '로디 바'를 출시하기도 했다.

"로버 프로이드 박사는 유전학적 요소와 식단, 장내미생물등은 인간과 영장류에게 복잡하고 개인적인 차이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장에 존재하는 세균종의 성장이나 활성을 자극하는, 소화되지 않는 식품 성분이다.

식이요법, 암 치료 강화

올바른 식이요법을 통해 체중관리 및 관련 합병증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식이요법을 암 환자에게 적용시키는 연구 활동은 상대적으로 활발히 수행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의 마가렛 암 센터의 탁 막 같은 암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치료 목표로 신진 대사를 연구하며 식이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네이처지에 게재된 연구에서도 쥐 실험을 통해 식이요법이 실제로 암 치료제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미 화이트헤드 연구소 생물학자 데이비드 사바티니 박사는 아미노산히스티딘을 새끼 쥐에 주입한 실험을 통해, 백혈병 세포에 대해 화학요법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히스티딘은 영양보충제로 주어질 수 있는데, 특히 고기나 콩 같은 식품에 매우 풍부하다.

미국 웨일 코넬의대 메이어 암센터 루이스 캔틀리 박사가 진행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인슐린 수치에 영향을 주는 식이요법을 활용하면 PI3K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암 치료제가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프락토올리고당 역시 인슐린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라는 점이다.

영장류 장내미생물 구조, 유전학이 결정

이처럼 식이요법은 장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을 포함해 질병 생물학을 변화시킬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영양, 유전학 혹은 식이요법에 대한 개개인의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다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놀랍게도 영장류의 경우, 유전학이라는 답이 나온다.

이같은 결과는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볼더캠퍼스의 스티븐 R. 리가 수행한 연구에서 나왔다. 국제미생물생태학 저널(ISME Journal)에 실린 이 연구는 인간이 아닌 대상으로부터 장내 미생물을 비교한, 현존하는 가장 큰 데이터세트로 평가받는다.

연구에서는 잎을 먹고 사는 영장류가 극소수의 미생물 특성을 공유한다는 것을 보여줬는데, 연구팀은 유전학과 관계없이 잎을 먹는 영장류 사이에서 많은 유사점이 발견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연구에서 이같은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영장류 간 진화 관계가 장내미생물(Gut microbiome) 형성에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영장류 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식이요법이 아닌 위장관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와 같은 숙주의 생리학적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마치 유전학이 장내유인균을 지배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식이요법 역시 작은 세부 요소들을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메디컬리포트=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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