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림프계 발견은 알츠하이머 치료의 희망으로 나타나고 있다(출처=셔터스톡)

알츠하이머는 천천히 발병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악화되는 만성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보통 65세 이후부터 시작되는데, 미국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의 약 10%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또한 전체 치매 환자의 60~70%가량이 이 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알츠하이머의 대표 초기 증상이라고 한다면 바로 단기 기억 상실이다. 그러나 질병이 진행되면, 언어와 기분 변화, 혼란, 동기부여 상실, 자기 관리 실패, 기질 변화 등의 더욱 발전된 형태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결국 사망이라는 결과를 안는다.

진단 후의 평균 수명은 약 3~9년으로, 올해에만 미국에서 약 570만 명의 사람들이 이 질환으로 고통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는 현지에서 6번째로 큰 사망 원인으로, 65세 이상의 경우 5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도 알츠하이머에 대한 치료를 승인한 적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치료법이 부재한 상태다.

뇌의 림프계와 알츠하이머

림프계는 혈관 및 면역계의 일부분이다. 모세 혈관의 네트워크지만 혈액을 수송하는 대신, 림프라고 불리는 깨끗한 액체(림프액)를 운반한다. 혈관이 닫힌 관이라면 림프계는 조직에 열려있는 개방형 순환계로, 이에 림프절에서 만들어진 백혈구 같은 면역 세포가 림프계를 순화해 몸 전체를 보호하게 된다.

사실 2015년 말까지는 뇌에 림프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됐었다. 그러나 버지니아 대학 의대의 신경과학자인 조나단 키프니스 교수가 발견하면서 과학계의 기존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업적으로 인정받았다. 바로 연구팀은 쥐의 뇌를 관찰하던 중 두개골 아래의 뇌수막에서 미세한 관을 발견한 것. 당시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그 해의 발견을 가장 큰 뉴스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키프니스 연구팀은 뇌 림프계와 알츠하이머의 연관성에 대한 최근 성과를 도출했다. 버지니아 대학 의대의 '뇌 면역-신경아교세포센터(BIG, Center for Brain Immunology and Glia)'에 있는 키프니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뇌의 림프계를 억제하는 효과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는데, 그 결과 림프관 기능 향상으로 쥐의 학습 능력과 기억력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뇌 림프계가 중추 신경계에서 경부 림프절로 고분자를 배출한다고 밝혔다. 놀랍게도 연구팀이 단백질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C(VEGFC,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C)를 노화한 쥐에 치료했을때, 뇌척수액으로부터 고분자의 뇌 림프 배액이 강화되면서 뇌 관류 및 학습과 기억 능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쥐 실험에서 뇌 림프 혈관을 막으면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뇌의 아밀로이드 플라크 축적이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던 플라크 축적의 원인도 설명해준다. 그러면서 현상이 악화되면서 뇌와 수막에서의 아밀로이드 축적과 관련해 쥐에서도 인간에서 관찰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현재 연구팀은 생물의약 기업인 퓨어테크 헬스와 계약을 맺고, 연구에서 발견된 임상적 응용 가능성 탐구에 착수한 상태다.

한편, 수면은 림프 경로를 활성화시키는 알츠하이머 치료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수면 부족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증가시켜 글림프 시스템이라는 내부 세뇌 시스템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수면 부족이 뇌 림프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쥐 실험을 통해 림프관 기능 향상으로 쥐의 학습 능력과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발견됐다.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가 전부가 아니다?

이처럼 뇌의 림프계는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료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동시에 아밀로이드 가설은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알츠하이머 병의 지표가 돼왔으며, 최근까지도 플라크와의 연관성이 원인으로 간주돼왔기 때문이다. 이 가정은 그러나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멈추거나 변화시키는 여러 임상 시험에서 성공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여러 임상시험용신약(IND)의 기초를 형성했다.

대표적으로 BAN2401이 있다.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주사형 신약으로, 치매 환자의 뇌에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해 플라크의 형성을 막고 기존 플라크를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최근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2기 임상 시험 자료를 발표했는데, 신약이 플라크를 제거하는 효과적이었지만, 인지력에는 약간의 영향을 미쳤을 뿐이며, 가장 높은 용량만이 경미한 개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유효과가 미미한 것이다.

따라서 플라크에 의해 손상된 뉴런을 수리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재생 메커니즘이 확실히 구현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플라크를 제거한다고해서 인지 회복력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수 십년 간 마땅한 치료약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어느 정도의 개선은 약물 치료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메디컬리포트=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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