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성분 제품의 항균 성분에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가 발견되었다(출처=123RF)

수많은 병원과 여러 시설에서 알코올 성분의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박테리아 계통이 이런 제품에 내성이 생기고 있으며, 그 결과 인체에 잠재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연구에서는 핸드워시 성분인 알코올에 대한 박테리아의 내성을 관찰했다. 그리고 연구팀은 엔테로코커스 패시움(Enterococcus faecium)이라는 박테리아가 손 세정제의 항균 특성에 내성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병원성 박테리아, 알코올 성분 손 소독제에 내성 증가해​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알코올 성분 손 소독제는 항생제 및 소독약과는 다르게 작용한다. 손 소독제는 적절하게만 사용한다면, 내성을 촉발할 가능성이 적다. 지금까지 손 소독제로 유도된 항균 내성에 관한 문제가 부각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호주의 멜버른대학과 오스틴헬스, 모내시대학 등 합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 박테리아가 손 소독제에 내성을 얻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해당 바이러스가 엔테로코커스 패시움이라는 것을 밝혔다. 이 박테리아는 인간과 동물의 위장관에서 기생하는 공생 세균이다. 병원성으로 인해 감염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이 박테리아는 WHO와 CDC가 인정하고 있는 슈퍼버그다. 특히 병원에서, 이 박테리아는 거의 모든 종류의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상태다"라고 멜버른대학 티모시 스티니어 박사는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1997~2015년까지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병원 두 곳에서 엔테로코커스 패시움의 표본 139개를 채취했다. 그리고 희석한 이소프로필 알코올에 이 미생물을 노출시킨 후, 화학물질이 박테리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관찰했다. 연구팀은 알코올에 대한 박테리아의 반응을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채취한 박테리아가 2004년 이전에 채취한 박테리아보다 알코올 내성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알코올 내성 박테리아, 감염 유발 가능성 있다

연구팀은 알코올 내성 징후가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실험을 했다. 이를 위해, 여러 계통의 엔테로코커스 패시움을 실험쥐 케이지의 바닥에 뿌렸다. 그 후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 케이지 바닥을 이소프로필 알코올로 닦고 실험쥐를 케이지 안에 넣어 엔테로코커스 패시움의 활동성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유전 분석을 통해, 알코올 내성이 있는 계통은 살균 과정에도 생존했으며, 케이지 내 실험쥐의 위장에서 군집을 이룬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박테리아가 세포 대사 작용과 관련한 여러 가지 유전적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는 것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돌연변이가 박테리아 세포막의 알코올 내성 원인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엔테로코커스 패시움 같은 박테리아는 거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진화하는 매커니즘에 매우 기민하게 적응한다. 따라서 이런 종들은 알코올 성분의 세정제에 내성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존스홉킨스메디컬센터의 아메시 아달자 박사는 말했다.

엔테로코커스 패시움이란?

엔테로코커스는 수많은 젖산균 종의 하나다. CDC에 따르면, 수많은 엔테로코커스는 장 감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강력한 항생제인 반코마이신을 포함해 다중약물 내성이 있다.

반코마이신 내성 엔테로코커스의 계통은 내성 습득을 근거로 분류하고 있다. E. 갈리나룸과 E. 카셀리플라버스, E.플라베센스는 내재성으로 반코마이신에 대한 내성이 약한 반면, E. 패시움, E. 패칼리스, E. 래피노서스 등은 내성이 강하다.

이 모든 종중에서 E. 패시움은 혈류 감염부터 요도관 감염까지 광범위한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CDC는 해마다 1,000명 이상이 반코마이신 내성 감염증(VRE)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고농도의 손 소독제를 사용하면 박테리아에 대처할 수 있다(출처=123RF)

알코올 내성 이면의 근거

스티니어 박사는 지난 20년 동안 호주의 병원에서만 알코올 성분의 위생용품 사용이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해당 기간 내에, 수많은 알코올 성분 손 소독제가 사용됐으며, 엔테로코커스를 포함한 수많은 미생물이 이에 노출됐다. 그리고 이 미생물들은 환경에 적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엔테로코커스의 적응력은 초기 연구에서도 이미 입증된 바 있다. 6종의 반코마이신 내성 엔테로코커스를 분석한 결과, 반코마이신뿐만 아니라 중증의 감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강력한 항생제 테이코플라닌에도 내성을 보인 것이다.

연구팀은 고농도의 알코올이 함유된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손 피부 전체를 고르게 도포하면 박테리아 내성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 등의 시설에서도 잠재적인 위협을 통제하기 위해 개선된 위생법을 도입하고 환자들도 격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메디컬리포트=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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