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에 앉아 있는 여성(출처=123RF)

우울증 환자는 뇌 기능에 관여하는 아미노산으로 알려진 아세틸-L-카르니틴의 혈중 수치가 정상인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증세가 중증일수록 수치가 상당히 낮은 모습을 보였다. 우울증과 아세틸-L-카르니틴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앞으로는 혈액검사만으로 우울증을 진단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주요우울장애 환자에게 공통적인 ALC

우울증은 심각한 정신 질환으로 분류하지만, 여러 근본적인 원인에 따른 행동과 감정을 일컫는다. 그 증상은 감정 및 생각, 행동과 관련이 있다. 우울증 환자는 지속해서 우울함을 느끼거나 한때 좋아한 활동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록펠러 대학과 듀크 대학, 마운트사이나이 의과대학, 스탠퍼드 대학 등이 모여 새로운 다기관 연구를 실시했으며, 주요우울장애 즉, MDD와 아세틸-L-카르니틴의 관계를 밝혀냈다.

아세틸-L-카르니틴(ALC)는 신경전달물질이며, 섭취한 음식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대사 작용에 관여하는 아미노산 L-카르니틴과 유사하다. ALC의 분자는 정신적 기능에 필요한 화학물질인 아세틸콜린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록펠러 대학의 브루스 맥이완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 동물 모델을 사용해 기분장애의 분자 관련성을 연구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해, 45명의 건강한 사람과 71명의 주요우울장애 환자로 구성된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에 참가한 모든 환자들은 참여 기간 동안 급성우울증 상태에 있었다.

연구팀은 모든 참가자들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ALC 수치를 테스트했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MDD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ALC 수치가 현저히 낮았다. 특히 ALC 수치가 매우 적은 환자들은 중증의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 그 뿐만 아니라 ALC 수치가 낮은 환자들은 아동기에 정신적 외상을 겪었고, 치료 내성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남성보다 여성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글루타민산염의 기능과 행동 상태에 대한 ALC 작용 연구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었다. MDD를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여러 생물 지표에 관한 추가 연구를 통해 MDD 및 다른 질환 치료에 관한 방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맥이완 교수는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 모델을 사용한 맥이완 교수의 이전 연구와 유사성을 보였다. 생쥐 모델에서 ALC 보충제를 처방하자 우울증 증상이 완화된 것이다. 다량의 글루타민산염을 유도해 신경 손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관찰한 것이다. 또 다른 설치류 연구에서, ALC 치료를 적용하자 우울증의 행동적 증상이 감소됐으며, 두뇌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이 관련된 부위인 편도체에서 스트레스 관련 손상이 줄었다.

▲L-카르니틴과 아세틸-L-카르니틴 보충제

글루타민산염의 영향

글루타민산염은 신경전달물질 겸 신경전달물질 유도 아미노산(GABA)의 화학적 전조다. 글루타민산염은 뉴런이 인지 능력과 기억 형성, 학습 등의 두뇌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로 하는 행동을 가속할 수 있도록 하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다.

사람이 글루타민산염이 결핍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들은 건강한 사람에 비해 신경전달물질의 양이 현저하게 낮았다. 2016년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생쥐의 글루타민산염 수치가 낮아지자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유도되어, 글루타민산염이 두뇌 발달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뇌에 글루타민산염이 지나치게 많아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한다. 2000년 연구에 따르면, 글루타민산염 수치가 높으면 두뇌가 손상돼 뇌졸중이나 외상성 두뇌 부상을 입게 된다. 2016년 연구에서도, 글루타민산염 독성이 중추신경계의 장애인 다중 경화증 유발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우울증 치료제로서 ALC

가장 최근 연구에 따르면, ALC는 글루타민산염의 조절자로 기능하며, 효과적인 우울증의 생물지표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ALC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ALC 보충제는 특정 질환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ALC는 노인의 기억을 개선하고,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통을 완화한다. 또한 생식계 염증으로 인한 남성 불임을 치료하고, 두뇌의 혈류를 강화하는 작용을 한다.

ALC가 임상적 우울증의 효과적인 생물지표라는 것이 확인된다면, 우울증 환자들은 혈액테스트를 사용해 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ALC 기반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해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는 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디컬리포트=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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