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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경향성 높을수록 신뢰할 수 있다

   김성은 기자   2018-07-31 15:25
▲죄책감을 느끼는 의사(출처=123RF)

장기간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신뢰는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을 믿어야 할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죄책감을 더 잘 느끼는 성향의 사람일수록 신뢰해도 좋을만한 성격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연구는 시카고 대학 부스 경영대학원(Booth School of Business)에서 신뢰성의 예측 지표를 찾기 위해 진행됐다. 신뢰와 관련된 기존 연구와 달리, 이번 연구는 ‘어떤 사람을 신뢰해도 괜찮은가’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신뢰성 지표로서의 죄책감 경향성

심리학 전문지 ‘사이콜로지투데이’에 따르면 죄책감은 하나의 감정이며, 책임감을 불러일으킨다.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죄책감으로 인한 책임감은 열등한 동기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힘으로 보기도 한다. 1990년 피셔, 셰이버, 카노챈이 고안한 포괄적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죄책감은 고뇌와 슬픔, 외로움과 함께 슬픈 감정의 하나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부스 경영대학원 연구팀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죄책감을 잘 활용하면 신뢰해도 괜찮은 사람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죄책감’과 ‘죄책감 경향성'이라는 두 가지 열쇠에 주목했다. 타인에게 해를 입힌 후 보상적 행동을 취하게 하는 죄책감과 달리, 죄책감 경향성은 자신이 할 행동과 함께 초래할 죄책감까지 미리 재단해보는 성향으로 애초에 타인에게 상처를 줄 만한 잘못을 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죄책감이란 감정은? 

죄책감 경향성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이코노미 게임(economy game)과 설문조사를 통해 신뢰성과 관련된 행동과 의도를 측정했다. 이후 게임과 설문조사에서 참가자들이 보여준 행동을 측정했더니 죄책감 경향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낮은 사람보다 상대방에게 돈을 더 잘 돌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실험에서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첫 번째 그룹에게는 책임감을 강조하는 행동 규범을 읽게 했다. 두 번째 그룹에게는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지의 글을 읽게 했다. 그 결과 행동 규범을 읽은 첫 번째 그룹에서 자기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읽은 두 번째 그룹보다 돈을 돌려주는 사람이 더 많이 나왔다.

죄책감 경향성 높으면 충성도 높아

신뢰가 배신당했을 때 우리는 감정적, 정신적, 심지어는 육체적 데미지를 입는다. 과거 누군가에게 배신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다시 신뢰하기가 어렵다.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이 퇴화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연애 대상을 찾는 것에도 소극적으로 변한다.

이는 회사 직원들이나 조직의 멤버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특정 회사나 조직으로부터 배신을 경험하면 그 사람은 그 후 조직 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신뢰성과 신뢰는 효과적인 조직 및 관계 형성에 핵심적인 요소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관계에서 누구를 믿어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 죄책감 경향성이 높은 사람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친절함이나 양심, 외향성, 신경증, 개방성 등 기타 여러 성격 특성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죄책감 경향성이 높은 사람은 잘못된 행동에 대해 책임감을 느낄 확률이 높다. 또한 죄책감 경향성이 높을 경우 상대에게 충실하고 충성하는 사람일 확률도 높다.

시카고 대학 부교수이자 본 연구의 주요 필자인 엠마 르바인(Emma Levine)은 “이번 연구 결과가 기업에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신뢰할 수 있는 직원을 뽑고 싶다면, 우선 그들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인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죄책감을 느낄 것을 우려하는 사람인지를 살펴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비난 받아 죄책감을 느끼는 한 남성(출처=123RF)

죄책감과 배신, 때로는 동기 부여

신뢰를 배반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이용하고 속이려 든다. 때로는 배신을 저지른 사람 뿐 아니라 당한 사람까지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사이콜로지투데이에 기재된 스티븐 스토즈니(Steven Stosny) 박사 논문에 따르면, 죄책감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게 된 가해자가 느끼는, 불편하고도 고통스러운 감정이다. 그런데 가해자의 배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와 강력한 유대 관계를 맺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본능에 의해 이러한 죄책감을 느끼는데, ‘친밀한 사이에서의 배반(intimate betrayal)’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흔히 죄책감은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잘못을 하지 못하도록 막거나, 잘못을 저지른 뒤에 그에 대한 일종의 처벌로 느껴지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기에 잘 대응하기만 한다면 죄책감은 오히려 동기를 부여하는 감정이 될 수도 있다. 죄책감은 어떤 말이나 행동이 잘못되었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며, 불공평하고, 타인의 신뢰를 배반하는 것임을 가르쳐 주는 감정이다.

그렇지만 통제되지 않은 죄책감은 당사자를 무력하고 분노하게 만들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이성적 사고다. 이성적 범주 내에서 느끼는 죄책감은 자신의 잘못을 보상하기 위한 행동을 하게 만들고, 추후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해주기까지 한다.

가해자에게 죄책감이 긍정적 동기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연민이라는 감정으로 이어져야만 한다.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것의 가치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피해자에게 죄책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우선 죄책감의 원천이 어디인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죄책감을 야기하는 원인을 찾으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하는 이들과의 교류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죄책감과 신뢰는 관계를 맺고 지탱하기 위한 두 기둥과도 같다. 죄책감이 주는 불편한 기분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평균적인 사람보다 신뢰를 더 중시하는 듯하다. 마찬가지로 이들은 죄책감이 주는 교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메디컬리포트=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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