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법안(출처=셔터스톡)

안락사와 의사 조력 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 PAS)은 환자의 영구적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환자의 삶을 중단시키는 고의적인 행동을 가리킨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것을 불법이라고 간주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안락사나 PAS가 증가할수록 자살률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것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 치료 불가능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보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에게 효력을 미친다는 것이다.

1990~2013년 사이에 수행되고 서던 메디컬 저널에 게재된 한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사회 경제적 요인, 관측 불가능한 요인 등을 통제한 결과 PAS 합법화가 총 자살률을 6.3% 증가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또 뉴욕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급속한 죽음에 대한 열망'을 표명한 말기 암 환자들이 우울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최근에는 정신 질환 환자를 위한 PAS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죽음에 이를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지 않은 정신 질환 환자의 PAS가 이루어졌으며 미국에서도 일부 주에서 정신 질환 환자에게 PAS를 시행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얼마 전 104세의 호주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이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선택했다.

그는 삶의 말기에 있었지만 죽음에 이를만 한 질병은 없었으며, 시력과 청력 등을 잃어 삶의 질이 빠르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콜로라도, 버몬트, 워싱턴, 오리건, 하와이, 캘리포니아 주 등에서 합법적인 PAS가 이루어진다.

합법적인 자살

네덜란드에서는 우울증 및 기타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던 29세 여성이 PAS를 받았다.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안락사 법률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법률이 생긴 이후 정신 질환 환자의 PAS 선택이 늘었다.

앤스콤 생명윤리 센터의 데이비드 알버트 존스는 "우리는 PAS 또한 정신 질환 문제로 보고 있다. PAS로 삶을 마감하려는 사람들의 자살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존스는 노인 및 장애인을 포함한 PAS 문제가 진단되지 않은 우울증을 상승시켰고 정신 건강 문제가 안락사나 PAS 시행을 정당화한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락사와 PAS의 다른 점은, 안락사는 의사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라면 PAS는 의료진 입회 하에 환자가 직접 행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즉 PAS는 의료진이 보는 가운데 자살하는 것을 말한다.

게다가 정신 질환 환자들에게도 안락사가 허용된다면,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 또는 환자의 가족들로부터 안락사를 승인해달라는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정신과 의사인 마크 콤라드 박사는 "안락사의 핵심 초점은 인간의 고통이다. 우리는 환자가 어떤 질병으로 진단받았든 환자의 고통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우리의 접근 방법은 고통을 다양한 방법을 해결하는 것이지만 사람의 삶을 빼앗음으로써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자살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자살을 예방한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에서는 PAS 법안이 통과한 후 1년 동안 단 한 명의 환자도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단 두 명의 의사만 이 법안에 찬성했다. '존엄한 죽음'이라는 이 법안은 환자가 최소 15일 간 격으로 두 번 PAS를 요청한 후 6개월 뒤에 치명적인 약을 투여받도록 한다. 또 두 명의 증인이 환자가 건전한 마음가짐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음을 입증해야 하고, 환자는 타인의 도움 없이 자기 손으로 약을 복용해야 한다.

한 자원봉사자는 "어떤 의사도 그 처방전을 자신이 썼다고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사들 중에는 이 법안이 의사에게 치명적인 약물을 처방하도록 허용하는 법안이라는 생각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70 세의 전직 언론인이자 난소암을 이겨낸 클라인은 이 법안에 관한 교육 갬페인을 시작하고 접근성을 완화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자극했다. 클라인은 "만약 내가 이 약물에 제 때에 접근할 수 없다면, 내가 아니라 다른 위독한 환자라도 이 약을 제 때에 처방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클라인은 "모든 의사는 환자가 영원히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환자의 삶을 이어가려고 한다. 나는 의사들과 진정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환자의 생명 유지 장치 플러그(출처=셔터스톡)

"너무 긴 인생은 저주"

앞서 언급한 구달 박사는 자발적인 안락사에 찬성하는 성명문을 남겼다. 그는 "누군가가 자살을 결심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른 누구도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생의 마지막 며칠 동안 호주에서 안락사나 PAS를 허용하는 입법 변경을 요청하다가 스위스로 건너가 자신의 선택대로 생을 마감했다.

스스로의 선택

구달은 스위스에서 2명의 의사를 만나 인생을 끝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지난 2018년 5월 10일 오후 12시 30분 경(현지 시간) 스위스 바젤에 있는 라이프서클/영원한 정신 재단 클리닉에서 바르비투르산염 넴부탈이 그에게 투여됐다.

구달은 나이는 들었지만 위독한 병이 없고 건강한 상태였다는 점에서 건강한 사람이 안락사를 택한 최초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한편 호주 의사협회는 선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안락사는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정이나 자비인가, 아니면 살인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고통에 시달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과 네덜란드의 조사 결과에 다르면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람 중 심각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3분의 1 정도다.

BBC에 따르면 사람들이 안락사를 생각하게 만드는 심리적 요인으로는 우울증, 통제력이나 존엄의 상실, 두려움,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을 혐오하는 감정 등이 있다.

또 위독한 질병의 말기 단계에 있는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로 인한 고통을 참기 어렵기 때문에 안락사를 선택한다.

하지만 안락사는 의학 분야의 윤리와 관련된 쟁점과 종교적 견해, 권위 남용, 도덕적 의무 저해 등 수많은 논쟁을 야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공 호흡을 하지 말라'라는 법이 만들어진다고 치자. 이것은 수동적 안락사의 한 형태로 간주될 수 있지만, 죽어가는 사람을 방치한다거나 학대하는 행위라는 논란이 발생할 것이다.

안락사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환자들이 겪는 고통이 마약성 진통제로 해결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섰고, 안락사를 선택할 때 환자들의 정신과 마음이 건전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의학 윤리 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서 두 가지 가장 논란의 여지가 되는 최종 결정은 의사가 환자의 사망을 적극적으로 도와햐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이다. PAS는 환자가 의료진의 입회 하에 자살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경우 의사는 환자가 고의적으로 자신의 삶을 끝내는 과정에 개입하게 된다. 안락사는 의사가 직접 약물을 주입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안락사'라고도 불린다.

결과적으로 환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의사들이 PAS나 안락사 승인을 내리는 확률이 높아졌다. 또한 안락사보다는 PAS의 승인률이 더 높았다. 사람들이 안락사와 PAS를 인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느끼는 고통의 수준, 환자가 안락사를 요청한 정도, 환자의 나이, 질병의 치료 가능성 등이다.

생체 윤리학자인 버나드 로 박사는 암 환자의 19%가 만약 자신의 주치의가 PAS나 안락사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다면 주치의를 바꾸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또한 PAD(physician-aid in dying, 죽을 때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런 경험이 있는 의사, 혹은 그것을 지지하는 의사라면 암 환자인 자신에게 PAS나 안락사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PAD에 찬성하는 환자들은 질병 진단을 받은 초기부터 PAS나 안락사에 찬성하는 의사를 주치의로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든 의사는 환자의 생각과 관심사를 잘 이해하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또 환자의 의사를 충분히 이해하고 환자의 통증과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PAS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계속해서 주장해 온 의사들은 PAD에 연루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그 의사가 담당하는 환자가 다른 의사로부터 PAS 승인과 처방전을 받아 왔다고 하더라도 그 의사는 이에 연루되지 않는 것이다.

사회 각계 각층에서 자살이 늘어나고 있지만 굳이 불편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며 의도되지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우리는 안락사나 PAS에 관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메디컬리포트=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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