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보이는 아이(출처=셔터스톡)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매년 미국에서 600만 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심각한 형태의 스트레스에 노출된다고 발표했다. 즉 학대 및 방치를 당하거나 큰 스트레스를 느낀 적이 있는 어린이는 나중에 불안증, 우울증 등의 심리적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다.

미국의사협회 정신의학회지에 발표된 미네소타대학 연구진의 과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 시절 학대와 스트레스에 노출된 아이들은 사회적, 심리적 문제에 취약하다.

연구진은 어째서 어린 시절의 스트레스가 성인이 됐을 때도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지,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 장애가 어째서 사춘기 이후에만 나타나는지 궁금했다. 이들이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인생의 초기에 겪는 스트레스가 근본적인 감정을 관장하는 뇌 부분의 발달을 왜곡시키고, 긍정적인 사회화 및 정신 건강을 위한 인지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도록 만든다.

연구진은 이미 인생 초기 스트레스가 감정 통제나 뇌 영역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과도한 스트레스를 겪은 아니들은 분노나 두려움 등 부정적인 감정을 참기 어렵다. 어린 시절에 받는 스트레스는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위스콘신대학 매디슨캠퍼스의 심리학과 연구진은 어린이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사회적 학습 능력이 어떻게 손상되는지 연구했다. 연구진은 도구 학습과 인지 유연성이라는 두 가지 항목의 손상 평가에 중점을 뒀다.

도구 학습

도구 학습이란 일종의 인지 능력으로 어떤 행위의 결과로 받는 상벌에 의하여 경험적으로 학습하는 방법을 말한다. 즉 어린이가 행동과 결과 사이의 인과 관계와 연관성을 배우고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집의 초인종을 울리면 누군가가 문을 열어준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다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이처럼 행동과 결과 간의 연관성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인지 유연성

인지 유연성이란 상황이 변한 것을 알아차리고, 그 변화에 맞게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은 사회적 상호 작용의 근본이 되는 기술이다. 친구와의 대화를 예로 들어보자. 당신이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친구가 처음에는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심이 줄어든다.

이때 화자는 자신의 이야기와 친구의 반응 사이의 연관성이 바뀌었으므로 그것을 눈치채고 이야기를 중단하거나 화제를 돌려야 한다. 그런데 상대방이 관심을 잃었다는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 채 계속해서 말하면 친구 관계가 지속되기 힘들다.

즉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나 상황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이런 변화를 인식하고 그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인지 유연성이며, 이것이 부족하면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

학대받는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

연구진은 청소년 그룹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지 과제를 수행했다. 이 그룹 중 절반의 청소년은 어린 시절에 신체적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이었다.

연구진은 어린 시절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이 보상과 처벌 등의 맥락과 자신의 행동을 연관짓는 데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울고 있는 아이(출처=셔터스톡)

연구진은 예를 들어 빗자루, 신발 등 일상적인 사물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런 사물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의미도 포함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저마다 사물을 보고 보상인지 처벌인지 선택해 버튼을 눌러야 했다. 그리고 버튼을 눌렀을 때 아이들은 점수를 얻거나 잃는다.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인지 유연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첫 번째 실험을 진행한 뒤 처음에는 점수를 딸 수 있었던 사진을 점수를 잃는 것으로, 점수를 잃었던 사진을 점수를 따는 것으로 바꾸었다. 참가자들은 승점을 따기 위해 자신이 처음 했던 응답을 반대로 바꾸어야 했다.

신체적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두 가지 과제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아이들은 특히 자신이 원래 했던 응답을 반대로 바꾸어야 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들에게 상황과 행동, 그리고 결과를 알려준 뒤 다시 선택하게 했을 때도 이 아이들은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행동을 수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연구진은 이 과정 동안 fMRI로 청소년들의 뇌의 활성 부위를 측정했다.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보상과 연결된 사진을 봤을 때 대뇌 피각과 전대상피질이 아주 조금 활발해졌다. 이 두 부분은 행동과 결과의 연관성을 인지하는 뇌 부위다. 학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의 뇌 활동은 정신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의 뇌 활동 패턴과 비슷했다.

학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

즉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생 초기에 사람들이 겪은 경험이 앞으로 필요한 사회적 숙련도에 영향을 미친다.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는 어린이는 행동과 결과를 연결해 그것이 긍정적 행동이었는지 부정적 행동이었는지 판단하는 뇌 영역의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이 아이들은 '착한 행동'이나 '좋은 행동'을 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하지만 연구진은 예를 들어 아이들이 보상을 받는 방법에 주의를 기울이고, 보상을 받는 방법을 가르치는 컴퓨터 게임 등을 활용할 경우 학대나 극심한 스트레스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컬리포트=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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