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대기오염(출처=게티이미지뱅크)

하늘이 뿌옇고 숨쉬기도 괴로운 날, 우울감을 느끼는 것은 소수의 문제가 아니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입증된 사실. 심장이나 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익히 알려졌지만,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새롭게 발표되었다.

미세먼지와 심리적 고통에 관한 연구

최근 빅토리아 사스 교수가 이끄는 워싱턴대학 연구진이 대기오염과 정신적 고통 간에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1999~2011년 연평균 대기오염 측정치와 심리적 고통에 관한 보고서를 활용해, 초미세먼지가 심리적 고통을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대기 중 고체 먼지와 작은 액체 방울이 결합한 것이다. 먼지와 그을음, 매연 같은 고체 입자는 눈으로 볼 수 있지만, 지나치게 작아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미세먼지가 있다.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미세한 입자로 상당히 위험하다. 아주 미세해 폐까지 깊이 흡입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혈류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심장이나 폐 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 조기 사망할 수 있고, 심장질환이나 불규칙한 심장박동, 중증의 천식, 폐 기능 감소, 호흡기 질환 같은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초미세먼지는 주로 공사 현장이나 비포장도로, 들판, 굴뚝, 화재 현장에서 발생하지만, 발전소나 공장, 자동차 배기가스 등의 복잡한 화학 반응의 결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에서 발행하는 하버드심장건강레터(Harvard Heart Letter)에 따르면, EPA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초미세먼지 오염 기준으로도 미국 내에서 해마다 수천 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하버드의대는 미국 전역에서 현재 기준에서 제곱미터당 1㎍씩 초미세먼지 수치를 낮춰야 연간 1만2,00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외출 자제하는 미세먼지 심한 날, 우울해진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미세먼지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사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968년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수입 변동에 관한 패널연구(PSID)'라는 전국적인 종적 조사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연구진은 초미세먼지 측정에 중점을 두고 대기오염 데이터베이스 또한 활용했다.

EPA가 정한 초미세먼지 안전성 기준은 현재 제곱미터당 12㎍이지만, 연구진은 초미세먼지 수치가 제곱미터당 2.16~24.23㎍인 지역에서 거주 중인 응답자 6,0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응답자의 슬픔이나 긴장, 무기력함을 척도를 활용한 설문지로 PSID에 참여한 사람의 심리적 고통을 측정한 데이터도 사용했다.

연구진은 초미세먼지 양이 증가하면, 심리적인 고통의 위험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오염 정도가 낮은 지역(제곱미터 당 5㎍)에 비해 초미세먼지가 많은 지역(제곱미터 당 21㎍)에서 심리적 고통 수준은 17%나 높았다.

"대기오염의 영향을 둘러싼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이다"고 안줌 하야트 워싱턴대학 전염병학 부교수는 말했다. "심혈관 질환과 폐 질환에 대한 대기오염의 영향은 제대로 밝혀졌지만, 두뇌 건강 부문은 새로운 연구 분야"라고 그는 덧붙였다.

연구진들은 만성건강 질환과 실직 상태같이 참가자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신적, 행동적, 사회경제적 요인은 연구 중에 통제했다. 한편, 선임 저자인 사스 교수는 연구에서 흥미로운 패턴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데이터에서 인종과 성별을 분류하자, 대기오염과 심리적 고통과의 연관성이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에게서 가장 현저하게 나타난 것이다.

사스 교수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추가 연구에서는 공기 오염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와 특정 인구 집단이 더욱 취약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연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권에서 공기 오염을 성공적으로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수준에서는 시민의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기오염이 해결된 문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사스 교수는 말했다. "엄격하게 시행하고 지속해서 업데이트해야 할 연방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

[메디컬리포트=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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