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학자들 (출처=123RF)

압타머(aptamer)는 높은 특이성으로 특정 대사물질에 결합할 수 있는 DNA, RNA, 펩타이드 물질이다. 그 특성 때문에 항체와 비교되지만 압타머는 항체에 비해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압타머 기술 개발과 응용법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두 가지 새로운 연구에서 펩타이드와 DNA 압타머를 각각 정량 도구와 잠재적 치료 도구로 사용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압타머란?

압타머는 항체와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항체보다 분자량이 작으며, 특정 표적분자와 잘 결합하는 작은 핵산 또는 단백질 분자이다. 압타머의 자연적인 예로는 리보스위치(riboswitch)가 있으며, 리보스위치는 글리신(glycine)과 같은 특정 대사물질과 특이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작은 RNA 분자(mRNA)이다. 리보스위치는 박테리아에서 가장 흔하다.

대사물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RNA 분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생명의 기원에 대한 RNA 가설을 뒷받침한다. 이 가설은 최초의 복제 생명체가 RNA로 구성되었으며, 이 RNA가 점차 추가 성분을 획득한 끝에 세포를 형성했다고 가정한다.

단일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ies, mAbs)와 마찬가지로 압타머는 기초연구에 유용하며 치료용으로도 응용 연구된다. 압타머는 항체의 일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항체는 분자 구조가 커서 입체 장애를 일으키는 반면 압타머는 작은 분자 구조이다. 단일클론 항체는 단단한 종양과 관다발 조직으로의 침투가 제한적이지만 압타머는 그렇지 않다.

항체를 만들기 어려운 독소나 복잡한 단백질 복합체 등에 대해서도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압타머를 발굴할 수 있다. 또한 압타머는 항체에 비해 안정성이 매우 높으며, 항체에서 나타나는 생체 내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동물 세포를 이용하여 생산하는 항체와 달리 압타머는 화학적으로 합성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핵산과 단백질 압타머는 표적분자와의 결합을 위해 시험관에서 합성, 선발, 복제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진화시킬 수 있다. 몇몇 압타머는 치료용과 진단용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최근에는 조류의 대사 공학에 압타머가 응용되고 있다.

대사 공학 도구로서의 펩타이드 압타머

조류(algae)는 지방산, 카로티노이드, 스테롤, 피코빌린, 펙틴, 독소, 할로겐 화합물과 같은 생리활성 화합물의 원천이다. 이러한 원천으로 생산된 제품에는 식품 보충제, 의약품, 생분해성 플라스틱, 바이오 연료 등이 있다. 조류에서 대사물질 생산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정량 방법이 필요하다.

일본 이코마 나라과학기술연구소(Nar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의 요이치로 호소카와 교수와 동료들은 살아 있는 미세조류의 대사물질을 영상화하고 정량화하기 위한 펩타이드 압타머 전달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저널에 이 방법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형광 탐침, 7-니트로벤조후라잔(nitrobenzofurazan, NBD)으로 변형된 아미노페닐알라닌(aminophenylalanine, amPhe)을 포함하는 펩타이드 압타머를 발굴했다. NBD는 액체에 용해됐을 때는 형광성이 낮지만, 압타머 표적에 결합되는 때와 같은 소수성(疏水性, hydrophobic) 환경에서는 형광성이 높다.

연구팀은 '리보솜 디스플레이'(ribosome display)라는 선택 기술을 이용하여 전분과 유사한 탄수화물인 파라밀론(paramylon)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압타머를 만들었다. 5개의 압타머 후보를 선택해 파라밀론과 결합했을 때 형광을 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했다. 후보 물질 중 단 하나만이 형광성을 냈으며 이는 FPBP(fluorogenic paramylon-binding peptide)로 명명됐다.

FPBP를 고밀도로 배양한 다음 성장 용액에 FPBP와 움직임을 억제하기 위한 만니톨(mannitol)을 첨가하여 세포에 주입했다. 그 결과, 조류는 접시 바닥으로 가라앉았고, 연구팀은 세포에 구멍을 내기 위해 짧은 시간 동안 레이저를 쐈다.

만니톨에 의해 생성된 삼투압은 FPBP가 유글레나 그라실리스(Euglena gracilis) 세포로 들어가게 했다. 그 후에 연구팀은 다양한 농도의 파라밀론을 정량화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술이 '유동세포계습법'(flow cytometry)과 양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DNA 구조 (출처=123RF)

치료용 DNA 압타머

치료용 응용연구에서도 압타머를 이용할 수 있다. 중국 수도의과대학교 베이징두뇌장애연구소 신경생물학과의 지엔량 장과 동료들은 파킨슨병을 치료하기 위한 DNA 압타머를 발굴했다. 이 연구 결과는 '분자요법-핵산'(Molecular Therapy-Nucleic Acids) 저널에 실렸다.

파킨슨병은 뇌 신경세포 내에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이 응집되는 특징이 있다.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는 독성이 강하고 미토콘드리아 손상, 축삭수송(axonal transport) 기능 장애, 염증 및 기타 손상을 일으킨다.

알파-시누클레인에 결합하는 항체 면역요법은 파킨슨병의 전제 조건인 독성 단백질 응집체를 파괴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지만, 파킨슨병에서 완전히 회복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항체에는 몇 가지 단점이 있다. 그래서 연구팀은 알파-시누클레인에 대한 면역요법 항체와 똑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압타머를 발굴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알파-시누클레인에 대한 압타머를 선택하기 위해 DNA SELEX라 불리는 기술을 이용했다. SELEX 기술은 표적분자에 강하게 결합하는 압타머를 정제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로, 핵산 라이브러리를 제작하고, 정제한 핵산을 클로닝하고 시퀀싱한다. 연구팀은 무작위 합성과 선발, 선택, 복제를 반복하여 압타머를 발굴했다.

연구팀은 높은 발생 빈도를 기준으로 두 압타머 후보를 선정한 다음 분석을 위해 화학적으로 합성했다. 압타머는 알파-시누클레인과 결합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결합은 항체와 경쟁적이었다. 이는 압타머의 결합이 항체의 결합을 막는다는 뜻이다.

CADY라 불리는 세포 침투성 펩타이드가 DNA 압타머와 결합하여 DNA 압타머를 뉴런으로 전달하는 데 사용됐다. 연구팀은 압타머가 세포 내에서 알파-시누클레인이 응집체를 형성하는 것을 막는다는 가설을 세웠고, 압타머가 알파-시누클레인의 분해하기 위해 알파-시누클레인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압타머는 항체와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항체보다 높은 안정성, 적은 면역 거부반응, 낮은 생산 비용, 빠른 개발 시간 등의 장점을 갖고 있어 각종 연구 및 의료 산업에서 가치가 높다. 다양한 표적분자에 결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압타머의 연구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앞으로 항체 수요의 일부를 대체하거나 더 큰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메디컬리포트=김현영 기자]

저작권자 © 메디컬리포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