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의료보험 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출처=픽사베이)

美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 2016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며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지만, 그가 내세운 공약 중 일부는 미국 국민과 공무원 사이에서 지지를 얻었다.

민간보험회사 제도를 사회주의 방식의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Medicare-For-All)' 단일 보험자 제도로 대체해 의료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혁하려 했던 것. 그의 제안은 민주당 의원 대다수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단일 보험자 법안 입법화가 거의 완료된 상태다.

또,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오바마 행정부 전국민건강보험법 폐지를 반대하는 움직임도 거세다.

클라우디아 쇼판은 자신의 논문 '미국의 단일 보험자 제도 찬성자들이 스위스 단일 보험자 제도 거부 사태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지난 2014년 스위스에서 치러진 단일 보험자 의료 보험에 도입에 대한 국민투표와 큰 득표차로 거부당한 이유를 조사했다. 쇼판은 잘못된 정보가 잘못된 결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며, 미국 단일 보험자 의료보험 시스템을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단일 보험자 의료 보험에 관한 스위스 국민투표에서는 반대표가 60% 이상이 나온 반면 찬성표는 39%에 그쳤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미국에서도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에는 세 가지 오류가 있다.

첫 번째는 스위스의 시스템을 오해한 것이다. 사실, 스위스의 의료보험 시스템은 오바마케어와 매우 유사하다. 두 번째는 스위스 의료 시스템은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믿음이다. 세 번째는 국민투표만으로 스위스 사람들이 민간 보험사를 선호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쇼판에 따르면, 스위스식 의료보험 시스템은 미국과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또한 스위스 정부는 미국 정부보다 보험 산업에 많은 개입을 하고 있다. 스위스 시민이 이용 가능한 정부의 보조금은 미국의 보조금보다 규모가 크다.

쇼판은 "스위스 정부는 국민 50% 이상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전액 또는 일부 제공하고 있다"며 "또한 보험사에게 건강 상태나 병력, 성별, 연령, 거주지에 관계없이 동일한 가격으로 보험 상품을 판매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정부는 세금 부과 방식으로 개입한다. 문자 그대로 환자 치료에 비용을 들이지 않는 회사의 돈으로 환자 치료에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회사에게 배상해주는 식이다. 이 방식으로 기업 수익의 균형을 잡기 때문에 어떤 회사도 보험료를 증가시킬 필요가 없고 환자에게 재정적으로 부담을 가할 필요가 없다.

미국이 이런 균등화 정책을 수용할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지만, 재앙과도 같은 파산이나 바가지요금을 씌우지 않고도 스위스식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쇼판은 스위스와 미국 의료시스템의 여러 차이점을 서술한 차트를 발표했다. 그는 지난 2014년 스위스 국민투표의 교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위스 시스템에서 보험사는 고령자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할 수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부과하고 있다. 스위스 시스템은 성인의 경우 2,500달러(280만원) 정도가 세금 공제되지만, 미국에서는 보험사가 원하는 금액만큼만 가능하다.

미국의 모든 의료보험에는 '필수 의료 보험' 목록이 적용되지만, 스위스 보험사에서는 그에 상응한 보험 상품 패키지 판매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스위스 시스템은 현재 단일 보험자 국민투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커다란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부유한 로비스트가 추진하는 민영화는 비용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등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값비싼 시스템으로 만들어 시민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기업들이 도입한 '관리형 보험'에 불만족한 스위스 유권자 70%는 이미 지난 2012년 보험 확대 법안을 거부한 바 있다.

쇼판은 "단일 보험자 또는 관련 국민투표 중 어느 것도 민간 보험사를 선호한다는 것을 나타내지 않는다"며 "오히려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스위스에서조차 '민간 보험사와의 경쟁' 시스템을 통해 의료보험 정의를 달성하려는 시도는 환상이라는 현실을 드러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 자기 잇속만 챙기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기업 선전의 힘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단일 보험자 제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업의 힘을 경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디컬리포트=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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