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가 2019년 예산안을 작성할 때 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CDC)에 7가지 특정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금지 조치를 내린 사건에 대해 CDC 책임자 브렌다 피츠제럴드 박사는 그 사실을 부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용을 금지한 7개 단어는 취약하다, 권리, 다양성, 트랜스젠더, 태어, 증거 기반, 과학 기반 등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CDC에 앞으로 이런 단어가 들어간 보고서를 작성하지 말라고 명령한 바 있다.

대체 어구

7가지 단어를 사용할 대체 구절이 제공되기도 했다. CDC는 증거 기반 또는 과학 기반이라는 단어 대신 'CDC는 집단의 표준과 희망 사항을 고려해 과학의 권장 사항을 기반으로 한다'라고 명시해야 한다. 하지만 증거 기반과 과학 기반 외의 5가지 단어에 대해서는 대체 어구가 제시되지 않았다.

CDC를 감독하는 보건 복지부의 대변인 매트 로이드는 미국 당국이 모든 미국인의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선의 과학적 증거를 계속해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예산 결정 및 프로그램 평가에 필요한 결과 및 증거 데이터를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OP 승인을 위한 안전 확보

피츠제럴드는 자신의 트위터에 "CDC에서 사용이 금지된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중요한 공중 보건 관련 사항을 계속해서 의논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CDC 관계자 중 일부는 7개 단어나 문구의 사용이 철저히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2019년 예산안에 대한 공화당의 승인을 얻으려면 이런 단어 사용을 자제하라는 뜻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로이드는 정부가 몇몇 단어 사용을 금지했다는 주장은 예산 편성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를 완전히 곡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양성이나 트렌스젠더 등의 특정 단어 사용을 금지하면 CDC의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다.

보스턴대학 공중 보건 대학원장 산드로 갈레아 박사는 CDC가 이 두 가지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면 이 단어와 관련된 문제에 주의를 기울일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행정부의 명령을 CDC에 전달한 사람은 CDC 재정부의 앨리슨 켈리다. 그러나 켈리는 7가지 단어가 금지된 근거를 설명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변화

시민들의 성 정체성, 성적 취향, 낙태 등과 관련된 주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신인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상당히 활발하게 논의된 것들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백악관에 들어온 이후 사법부, 교육부, 주거 및 도시 개발부, 보건 복지부 등 주요 부처는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렌스젠더(LGBT) 등에 관한 정보 수집 방법 및 연방 정부 정책 일부를 변경했다.

예를 들어 지난 2017년 3월에 실시된 보건 복지부의 투표에서는 성적 취향이나 성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 삭제됐다. 정부 포털에서는 LGBT 관련 정보가 삭제됐다.

정부 포털의 LGBT 관련 정보에는 LGBT 공동체 구성원들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지, 성매매와 연루됐을 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다.

CDC 내부에는 금지된 7가지 단어 중 일부를 사용하는 부서도 있다. 예를 들어 '트렌스젠더의 HIV 예방과 건강 불균형 감소' 부서다. 이 부서는 HIV, 에이즈, 바이러스성 간염, 성병, 결핵 예방 센터 산하의 부서다. 또한 CDC에서는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출생 결함 및 태아 발달을 연구 중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단어들

트럼프 행정부가 CDC에 내린 7개 단어 사용 금지 명령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만 2,0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며 70억 달러(약 7조 8,000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CDC는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초당적 지원을 받고 있다. 이 기관은 식량, 심장병, 암, 전염병 발생, 수자원 안전에 이르기까지 건강과 관련된 모든 것을 관할한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7년 10월 환경 보호국(EPA)의 웹 사이트에서 일부 단어를 삭제 또는 변경하도록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누락된 웹 페이지는 기후 변화 및 온실 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여러 접근 방법의 세부 정보를 제공한 페이지다. 또 극한의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주 전체 계획도 EPA 포털에서 편집됐다.

[메디컬리포트=강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