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오이드 진통제 중독을 묘사한 일러스트레이션(출처=123RF)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중독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오피오이드 진통제 처방률은 줄고 있다. 하지만 만성 통증과 관련된 정신 질환 및 공황 발작, 불안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벤조디아제핀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최초 오피오이드 처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즉, 벤조디아제핀이 오피오이드 중독 가능성을 높인다는 뜻이다. 옥시코딘과 퍼코셋은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인 반면, 자낙스와 발륨은 벤조디아제핀 계열이다.

'오피오이드 유행병'이란 무엇인가?

'오피오이드 유행병'은 미국에서 지난 20년에 걸쳐 오피오이드 계열 약품의 사용이 처방 유무에 관계없이 급증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사건을 뜻한다. 오피오이드 계열 약품은 옥시코돈(옥시코틴 및 퍼코셋)과 하이드로코돈(바이코딘)에서부터 펜타닐 등 강력 진통제까지 다양하다.

중독과 과다 복용 위험에도 불구하고, 오피오이드 계열 약품은 이용 가능성과 효능 때문에 공식적인 치료 약품 및 오락용 약물로 대중화 됐다. 그 결과, 현재 오피오이드 약품은 50세 이하 성인의 주요 사망 원인이 됐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 50세 이하 성인 사망자 약 2/3가 오피오이드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기준 약물 남용에 관한 국립보건원 데이터에 따르면, 매일 115명 이상 미국인이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사망하고 있다. 오피오이드 남용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국가적인 위기일 뿐만 아니라, 경제 및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추정치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해마다 오피오이드 관련 사건으로 785억 달러(약 84조 7,000억원)를 지출하고 있다. 오피오이드 유행병은 지난 1990년대 제약회사들이 오피오이드가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 데서 기인했다.

의사 또한 통증의 정도 파악 등 다각화된 처방 고민 없이 무조건 오피오이드처럼 강력한 진통제를 처방하면서 문제를 심화시켰다.

벤조디아제핀이란 무엇인가?

벤조디아제핀은 주로 불안 장애 치료에 사용된다. 또한 불면증이나 발작, 우울증, 메스꺼움, 근육 이완, 수술 후 진정작용, 마취 등 여러 증상 치료에 유용하다. 이는 신경 활동을 억제하는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BA) 등 두뇌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친다.

벤조디아제핀을 복용하면 GABA를 강화시키고, 불안을 유발하는 신경이 완화된다. 다른 약물처럼 벤조디아제핀 복용을 중단하면, 우울증이나 불면증, 불안증 등 금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벤조디아제핀을 장기간 복용했던 사람이 복용을 중단하면 떨림과 발작, 발한, 구토 등 극심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벤조디아제핀은 오피오이드 남용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연구진은 지난 2005~2010년 미국 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벤조디아제핀을 복용하지 않는 성인에 대한 최초 오피오이드 처방률은 19% 증가했으며, 벤조디아제핀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최초 오피오이드 처방률은 86% 급증했다. 또한 2010~2015년 오피오이드 처방률은 벤조디아제핀을 복용하지 않는 성인에게서는 15%, 벤조디아제핀을 복용하고 있는 성인에서는 51% 감소했다.

UCLA의대 존 마피 부교수는 "벤조디아제핀 복용 환자에 대한 오피오이드 처방 확률이 높아 과다 복용 위험이 증가했다"며 "오피오이드 처방이 지난 2010년 최고치를 기록한 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오피오이드 초기 처방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처방 의약품 뒤에 서있는 의사(출처=123RF)

하지만 오피오이드 처방률 감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오피오이드 관련 사망자 수가 60% 증가했다. 연방정부 추가 데이터에 따르면, 사망자 수는 지난해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연구진은 미국 내 오피오이드 관련 사망자의 급증은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오피오이드 약품의 최초 초기 처방보다 펜타닐 같은 합성 오피오이드의 사용 급증이 사망률 증가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연구 공동저자인 조셉 라파도 박사는 "우발적인 과다 복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향후 과제

한편, 라파도 박사는 문제 악화에 의사들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들이 환자의 통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고려하는 동시에 오피오이드 치료의 위험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미국 보건복지부와 국립보건원은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양 기관은 만성 통증과 오피오이드 사용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비중독적인 방안을 개발 중이다. 또, 국민적인 관심을 제고하고 통증 연구 분야를 개발하며 치료 및 회복 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메디컬리포트=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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