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과 의사에게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 남성(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우울증 치료에는 심리 치료와 항우울제를 이용한 약물 치료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두 치료법으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치료 저항성 우울증'이라고 부른다.

정신과 전문의는 표준치료법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전기경련요법(ECT)을 권장한다. 최근 새로운 연구에서도 심리 치료와 약물 치료에 모두 저항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ECT가 상당히 유용하다는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우울증에 대한 표준치료법 vs 전기경련요법

심리 치료는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의 첫 번째 치료법이다. 우울증은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며 전반적인 전신 기능이 저하된 상태다. 환자는 심리 치료를 통해 심리 장애와 관련된 증상을 조절하거나 제거하도록 도움을 받아 일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또한 이 치료법은 환자의 치유와 삶의 질 향상에도 일조한다. 심리 치료의 소요시간은 회당 평균 30~50분이다.

심리 치료만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 항우울제 또는 다른 약물 투여를 병행하기도 한다. 우울증에는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항우울제가 처방되는데, 환자 반응에 따라 항우울제 효능이 달라진다. 환자마다 효과가 천차만별이라는 뜻이다. 아울러 항우울제는 환자가 일상 기능을 회복하도록 도울 뿐 우울증 자체를 치료할 수는 없다.

심리 치료와 항우울제를 병용해도 뚜렷한 호전이 없는 경우에는 ECT 치료가 제안된다. ECT는 전신마취 후 뇌에 전기자극을 가해 경련 발작을 일으킴으로써 중증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법이다.

ECT는 정신과 의사, 마취과 전문의, 간호사가 한 팀을 이뤄 수행한다. 이는 상당한 효과가 검증된 치료법으로, 환자가 우울증으로 인해 소비하는 시간을 현저히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치료 저항성 우울증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이 ECT의 효과와 비용 효율성을 심리 치료 및 항우울제 치료와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미 국립정신건강연구소 자금 지원을 받아 수행된 우울증 완화를 위한 다년간의 공동 연구인 'STAR*D'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울증 환자에 대한 관찰 연구 ▲무작위 시험 ▲여러 메타분석 자료를 포함한 모델을 만들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의 50%가 초기 ECT 치료를 받은 후 증상이 빠르게 완화됐다. 다만 이 가운데 33%는 ECT 치료를 받은 후 1년 뒤 재발 가능성을 내포했다.

ECT와 항우울제 효과를 비교했을 때, 첫 번째 항우울제 약물을 복용한 환자의 33%가 증상이 일정 수준 이하로 완화된 상태인 '관해'를 경험했다. 환자의 25%는 두 번째 약물을 시도, 여전히 관해를 경험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약물 치료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은 환자 가운데 15%는 세 번째 약물 치료로 효과를 봤다. 네 번째 약물 치료의 경우에는 7~10% 환자가 증상 개선을 보였다.

연구 저자인 미시간대학교 의과대학 에릭 C.로스 박사는 "우울증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은 각 환자가 선호도와 경험을 바탕으로 주치의와 함께 결정해야 하는 개인적인 일"이라며 "하지만 이번 연구는 우울증 치료법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옵션으로서 ECT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니엘 마이스너 정신과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여러 항우울제가 실패하고 장기간 우울증이 지속되면 관해 확률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비해 ECT 치료법은 관해 확률이 더 높았다. 연구 결과는 우울증에 대한 적절하고 비용 효율적인 치료법으로서 ECT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심리 치료와 항우울제 치료 다음으로 ECT를 세 번째 치료법으로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실용적이라고 결론지었다. 다만 이 연구에는 환자들에게 어떤 항우울제가 처방됐는지, 경증·중등도·중증 우울증 환자의 수가 각각 어느 정도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보험으로 ECT 치료를 받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전기경련요법(ECT) 장치(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전기경련요법의 부작용과 안전성 우려

ECT는 다른 치료와 마찬가지로 시술 후 두통, 근육통, 메스꺼움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대부분 ECT 치료를 받기 전이나 후에 이러한 부작용을 완화하는 약물을 처방한다.

ECT 치료에서 가장 우려되는 후유증은 기억력 저하다. 뇌에 직접 전기충격을 주기 때문에 ECT 시술 후 단기적으로 일시 기억을 잃는 환자도 있고, 장기 기억 상실을 경험하는 환자도 있다. 이들은 6개월 이상 기억 상실을 겪기도 한다.

안전 문제와 관련해서 ECT 치료 시 심장마비 등 위험을 동반하는 마취제를 사용한다는 점이 우려된다. 마취제로 인해 심장마비를 겪는 일은 1만명 가운데 1명 미만이다. 또한 우울증의 재발을 방지하고 관해를 촉진하기 위해 반복해서 ECT를 시술할 필요가 있다. 이는 환자가 지속적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메디컬리포트=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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