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밥 그릇(출처=셔터스톡)

단식이 제1형 당뇨병의 관리와 장내 줄기세포의 재생력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단식을 하면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낡고 손상된 세포가 파괴되고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져 면역체계가 재생되는 원리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장이 손상된 암 환자나 노화로 인해 위장관 감염이 발생한 고령자들도 단식으로 새로운 면역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같은 단식의 효과를 화학적 개입으로 모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 결과도 발표돼, 힘들게 굶지 않고도 보조제나 약물의 도움으로 단식의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항암 화학요법으로 정상세포도 손상돼

암은 비정상 세포들이 과다 증식해 주위 조직 및 장기에 침입하여 형성한 덩어리를 말한다. 항암 화학요법은 이렇게 빨리 자라는 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화학물질을 사용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법인데, 이때 암세포 이외에 빨리 자라는 정상적인 세포들도 손상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항암 화학요법은 메스꺼움, 구토, 식욕 변화, 변비, 설사 등의 부작용을 동반한다.

항암 화학요법에 의해 손상을 입는 정상세포에는 조직을 재생하고 증식할 수 있는 다용도 줄기세포에서 나온 세포도 포함된다. 우리 몸에서 하루 500억~700억개의 세포가 재생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신체 조직은 재생능력이 있는 줄기세포를 포함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위장관은 세포 재생이 가장 빠른 신체 부위 중 하나이다. 줄기세포로부터 나온 증식 세포는 화학요법으로 소멸하기 쉽다. 이것이 항암 화학요법으로 인해 소화기 계통에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항암 화학요법은 대개 DNA 손상을 유도함으로써 작용하는데, 이것은 궁극적으로 세포에 치명적이다. 노화 또한 DNA 손상을 초래한다. 나이가 들면서 줄기세포를 포함한 세포의 DNA가 손상된다. 이는 줄기세포의 소멸과 조직 재생력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이것은 자가포식(autophagy)의 속도 저하를 비롯한 다른 요소들과 결합하여 신체의 노화를 초래한다. 이는 위장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자가포식이란 세포가 영양소 결핍에 반응하여 세포를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세포를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당뇨병 관리를 위한 칼로리 제한 식이요법

쥐 실험을 통해 칼로리 제한 식이요법은 노화 과정을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자발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을 제한한 제1형 당뇨병 환자들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는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으로 당뇨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 하버드의대 부속병원인 보스턴아동병원(Boston Children's Hospital)의 베린다 레너즈 박사와 데이비드 루드위그 박사가 수행한 이 관찰 연구에서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을 실천한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의 평균 당화혈색소 수치가 대부분 권장 혈당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소아과학'(Pediatrics) 저널에 발표됐다.

이전에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은 저혈당의 위험 때문에 당뇨병 환자들에게 권장되지 않았다. 이제는 이 연구를 바탕으로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의 유용성에 대한 임상시험을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자신의 식단을 스스로 짤 정도로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에 열성적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참가자 규모를 대폭 늘릴 경우 이번 연구와 동일한 결과가 재현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편 이 연구는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신체에 공급되는 에너지량을 줄이는 것이 칼로리 제한 식이요법의 기본이며, 이는 건강수명(healthspan, 최상의 건강 상태에서 살아있는 기간)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이러한 현상에 대한 메커니즘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칼로리 제한 식이요법을 따르기는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며 치르는 희생에 비해 수면 연장이라는 이익이 적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칼로리 제한 식이요법이 건강수명을 확대하는 메커니즘이 명확히 밝혀지기만 한다면 식이요법 또는 약물학적 솔루션 등을 통해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는 일 없이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극소량의 음식 섭취(출처=셔터스톡)

칼로리 제한 식이요법, 장 줄기세포 강화

미국 화이트헤드 연구소(Whitehead Institute)의 마리아 M. 미하일로바 박사와 동료들이 과학전문지 '셀 줄기세포'(Cell Stem Cell)에 최근 발표한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4시간 동안 단식을 하면 쥐의 장 줄기세포가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식이 탄수화물 대신 지방산을 분해하게 하는 대사 스위치를 활성화해 줄기세포의 재생력에 강력히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은 쥐에서 장 줄기세포를 추출해 오가노이드(organoid)를 만들도록 유도해 재생력을 측정한 결과, 24시간 단식한 쥐의 줄기세포에서 단식을 하지 않은 쥐에 비해 오가노이드가 두 배 더 많이 생성되는 것을 발견했다. 어린 쥐와 고령 쥐 모두에서 똑같은 결과가 나왔는데, 이것은 단식이 장 줄기세포의 재생력을 강화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이 흥미로운 발견은 칼로리 제한 식이요법의 표적 중 하나가 줄기세포일 수 있음을 나타낸다. 나아가 칼로리 제한이 세포가 탄수화물 대신 지방산을 분해하도록 하는 신진대사 전환 스위치를 활성화하는 데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연구진은 쥐 실험에서 약리학적 개입으로 칼로리 제한 식이요법의 효과를 모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칼로리 제한 식이요법은 노화 과정을 늦추고 심지어 암, 당뇨병, 심혈관 질환과 같이 노화에 따라 발병하는 질병을 예방 및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식할 필요 없이 식이요법 또는 보조제를 이용해 칼로리 제한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새로운 치료법이 나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이러한 초기 발견이 널리 채택되기 전에 임상시험을 통한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

[메디컬리포트=김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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