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의 해부 모델(출처=게티이미지)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USPSTF)가 전립선암 진단을 위해 사용되는 전립선특이항원(prostate-specific antigen, PSA) 검사를 "개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2012년 공개한 "연령에 상관없이 PSA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는 지침에서 수정한 것이다. USPSTF는 PSA 검사로 전립선암 사망 위험이 "아주 약간" 낮아질 수 있는 것으로 밝혀져 지침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립선암 환자가 증가 추세를 보이며, 미국에서는 남성 9명 가운데 1명이 전립선암을 앓고 있다. 전립선암은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이 높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별검사와 치료를 꺼리고 있다. 치료 과정에서 발기부전, 통증, 요실금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자칫 득보다 실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USPSTF는 55~69세 남성의 경우 스스로 전립선암 선별검사 시행 여부를 결정토록 권고했다.

전립선암 선별검사에 대한 새로운 권고

전립선암을 조기 발견하면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진다. 하지만 많은 남성들이 선별검사와 치료를 기피한다. 표준 선별검사가 없기 때문에 임상의는 전립선암 유무를 진단하기 위해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검사를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직장수지검사(DRE)를 통해 전립선의 이상 징후를 확인한다. 직장수지검사는 의사가 환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직장 바로 앞에 있는 전립선을 만져보는 검사로, 불쾌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 대상자가 직장수지검사를 거부하거나 직장수지검사 도중 혹이 발견되면 추가 검사가 진행된다.

혈액검사법인 PSA 검사에서 PSA 수치가 높으면 전립선암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빠르고 편리한 검사법이지만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염 등 다른 전립선 질환인 경우에도 PSA 수치가 높아질 수 있어 허위 양성(false positive) 판정 우려가 있다. 따라서 PSA 수치가 높은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전립선초음파 같은 영상 검사를 진행한다. 이러한 검사에도 불구하고 전립선암인지 확진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전립선 조직생검을 시행해야 한다.

전립선암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전립선 절제수술,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등을 받게 된다. 이 치료법들은 전립선암 초기에 큰 효과를 보이지만 발기부전, 요실금, 근육량 감소, 체중 증가, 골다공증을 비롯한 여러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

이러한 잠재적 위험을 고려해 많은 전립선암 환자들이 '적극적 추적관찰'(active surveillance)을 선택한다. 적극적 추적관찰요법은 당장 치료를 시작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PSA 검사와 조직검사 등을 시행하다가 병의 진행이 의심될 경우 치료를 시작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환자는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시점까지 치료를 미루며, 불필요한 부작용을 겪지 않아도 된다.

USPSTF에 따르면,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자의 중간 연령은 80세이다. 전립선암은 대개 진행이 느려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게다가 전립선암에 걸린 대부분의 남성들이 아무런 증상을 경험하지 않는다고 한다.

USPSTF 전문가들은 10년 이상 추적 관찰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55~69세 남성을 대상으로 PSA 검사의 득과 실을 따져봤다. 그 결과, 정기적으로 PSA 검사를 받았을 때, 1000명 중 3명 정도에서 전이성 전립선암 진행을 막을 수 있었으며, 1000명 중 약 1.3명에서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PSA 검사 결과는 전립선암이 아닌 전립선비대나 전립선염인 경우에도 양성으로 나올 수 있어, 허위 양성 판정이 나오거나 이로 인해 환자가 정신적 부작용을 겪는 등 잠재적인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치료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도 확인됐다.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radical prostatectomy)을 받은 환자의 경우, 5명 중 약 1명이 만성 요실금에 시달리게 됐고, 3명 중 2명이 만성 발기부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USPSTF 전문가들은 55~69세 남성의 경우 PSA 검사의 득과 실을 의사와 상의한 후에 스스로 판단해 정기적인 PSA 검사를 받을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전문의의 판단과 환자의 선호에 따라 PSA 검사를 선택적으로 시행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70세 이상에서는 득보단 실이 클 수 있다는 이유로 "PSA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는 기존 지침을 고수했다.

USPSTF가 이처럼 전립선암 검진 지침을 개정한 배경은 선별검사가 일부 남성들에서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이점이 있다는 근거를 찾았기 때문이다. USPSTF의 알렉스 크리스 부의장은 "아주 약간이지만 PSA 검사로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밝혀져, PSA 검사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종양의 성장을 체크하는 검사(출처=게티이미지)

'적극적 추적관찰' 관련 지침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PSA 검사를 선호하는 남성들에게 전립선암의 진행에 대한 최적의 모니터링을 위해 '적극적 추적관찰'에서 다음과 같은 검사 일정을 따를 것을 권고했다.

ASCO 권고는 3~6개월 간격으로 PSA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직장수지검사 또한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6~12개월 내에 전립선 생체검사를 실시할 것과 2~5년마다 추가 생체검사를 시행하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적극적 추적관찰'은 저위험 전립선암 환자나 기대수명이 길어 국소치료로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에게 권장된다. 검사 결과, 전립선암이 공격적이거나 전이됐거나 통증 등 다른 문제를 일으켰거나 요로 폐쇄 증상이 나타난 환자의 경우에는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공격적인 전립선암은 10년 생존율이 92%지만 전체 생존율은 77%이다.

[메디컬리포트=김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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